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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외부세력 개입론’, 종편에서 또 들고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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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려했던 ‘외부세력 개입론’, 종편에서 또 들고나와

    민언련 "왜곡, 은폐 방송보도, 국가폭력에 희생된 고 백남기 사후에도 모욕"

    세월호 참사, 성주군 사드 배치 등에서도 나왔던 '외부세력 개입론'이 고 백남기 씨 보도에서도 고개 들기 시작했다. 언론 감시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우려했던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출발은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끊었다. 민언련은 27일 저녁 발표한 '언론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26일 방송된 '경찰 부검 제동…수백 명 촛불집회'라는 제목의 TV조선 뉴스를 '최악의 보도'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TV조선은 유족은 차분한데 시민단체가 모인 대책위가 투쟁과 특검요구에 나섰다는 인상을 주는 보도를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TV조선 '경찰 부검 제동…수백 명 촛불집회'(9/26) 보도 화면. (사진=민언련 제공)

     

    이날 뉴스에서 이하원 앵커는 “지난해 11월 서울 한복판에서 1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 이런 이름의 집회가 개최됐습니다. 전경 버스를 불태우려고 하는 등 일부 참석자들의 과격 폭력행위가 문제 됐던 바로 그 집회입니다. 여기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던 농민 백남기씨가 어제 숨졌습니다. 그러자, 일부 단체가 중심이 돼 투쟁본부를 만들고, 특검을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빈소엔 야당 정치인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라고 멘트를 했다.

    이를 두고 민언련은 "‘폭력 집회’의 일원이었던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숨지자, ‘일부 단체’가 ‘투쟁’에 나서며 특검을 요구했고, 여기엔 야당이 동조하고 있다는 식의 논리이다. 이런 앵커의 멘트에는 TV조선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바라보는 악의적 관점이 그대로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살수에 맞아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 씨가 사고 317일 만에 사망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마련된 빈소 주변으로 경찰이 배치 되어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리포트 역시 앵커 멘트와 맥을 같이 했다. 보도는 고인의 장녀 백도라지 씨의 기자회견 당시 발언을 담은 뒤, “이런 유족 입장 등에 따라 법원이 경찰의 부검 계획에 제동을 걸면서, 빈소도 어제와 달리 물리적인 충돌 없이 차분한 분위기입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서 불쑥 “하지만 일명 '백남기 대책위원회'는 투쟁본부로 명칭을 바꾸고, 특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9일엔 비상시국을 선언하고 토요일인 10월 1일엔 대규모 집회도 계획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민언련은 "기자의 멘트에서 가장 핵심은 ‘하지만’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멘트는 유족과 대책위의 뜻이 다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다시 말해서 유족은 차분한 분위기임에도 ‘백남기 대책위’가 유족의 입장에 반해 투쟁본부로 이름을 바꾸고 특검을 요구하며, 집회를 계획했다는 인상을 준다"고 했다.

    이어 "TV조선의 이 보도는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과, 사드 배치 정국에서 성주군민과 시민을 분리시키려는 ‘외부세력 개입 프레임’을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다"며 "앞으로는 보다 노골적으로 시민단체가 순수하지 않다고 나서다가,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표현인 ‘전문 시위꾼’과 ‘종북’이 개입했다고 할 것이며, 이를 지지하는 야당을 무책임하게 정쟁을 일삼는 집단으로 몰아갈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살수에 맞아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 씨가 사고 317일 만에 사망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마련된 빈소 주변으로 경찰이 배치된 가운데,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또 민언련은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백남기 대책위는 절대 외부 세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책위에는 백남기 농민이 몸담았던 전국농민회 등 지인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등 수많은 시민들이 백남기 농민 유족 곁을 지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책임자의 사과 및 처벌이 있을 때까지 장례절차를 미루겠다는 대책위의 입장 역시 유족의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TV조선을 향해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야기한 국가의 책임을 덮고 유족을 고립시키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고 요구했다.

    민언련은 보도에서 앞뒤 순서가 바뀐 점도 지적했다. TV조선 기자는 “지금은 시민단체 200여 명도 병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라고 전하고, “경찰은 6개 중대 480명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에서 백씨에 대한 모든 진료기록을 받고,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앞뒤가 다르다. 경찰이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고, 이로 인해 경찰 480명이나 동원되어 있는 것이며, 시민단체 200여명은 이를 우려해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언련은 "한마디로 TV조선의 보도는 경찰의 강제 부검 시도를 우려해 시민들이 모여 지키고 있는 상황을 시민이 시위를 하고 있어 경찰이 대비 중인 것으로 왜곡시켜 놓았다"며, "26일 백남기 사망 관련 보도 중에서 가장 나쁜 보도라 해도 손색이 없다"고 평했다.

    이밖에 민언련은 ▲‘강남순환도로 교통문제’가 먼저 14번째로 단신 1건 보도한 MBC,
    ▲가을비를 톱보도로 내며 10번째로 단신 1건씩 내놓은 연합뉴스TV를 TV조선 보도와 함께 '오늘의 나쁜 보도'로 함께 지적하고, "총체적 난국, 왜곡의 산실, 은폐로 점철된 방송 보도가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백남기 농민을 사후에도 모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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