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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기분이 썩 좋지않을 것"…박 대통령 애청곡 아전인수 논란



문화 일반

    "작곡가 기분이 썩 좋지않을 것"…박 대통령 애청곡 아전인수 논란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즐겨 듣는 대중가요로 윤상의 '달리기'와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를 꼽은 이유를 두고, 또다시 정치적 '아전인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25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전날 가진 장·차관 워크숍에서 앞의 두 곡을 애청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즐겨 듣는 노래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먼저 '달리기'에 대해 박 대통령은 "입술도 바짝바짝 마르고 힘들지만 이미 시작했는데 중간에 관둔다고 그럴 수도 없고 끝까지 하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대중가요 '달리기'의 가사는 아래와 같다.

    "지겹나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찾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 순 없으니/ (중략)/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하겠죠/ 일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걸/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나머지 노래 '버터플라이'에 대해서는 영화 '국가대표' 주제곡이라고 소개하면서 "감춰진 날개를 또 활짝 역량을 펴서 날아오르도록 격려하는 노래"라고 전했다. 다음은 노래 '버터플라이'의 가사다.

    "어리석은 세상은 너를 몰라/ 누에 속에 감춰진 너를 못 봐/ 나는 알아 내겐 보여/ 그토록 찬란한 너의 날개/ 겁내지 마 할 수 있어/ 뜨겁게 꿈틀거리는/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꺾여버린 꽃처럼 아플 때도/ 쓰러진 나무처럼 초라해도/ 너를 믿어 나를 믿어/ 우리는 서로를 믿고 있어/ 심장에 손을 움켜봐/ 힘겹게 접어놓았던/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벅차도록 아름다운 그대여/ 이 세상이 차갑게 등을 보여도/ 눈부신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이날 박 대통령은 두 애청곡을 소개하면서 "오늘 워크숍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동여매고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국민을 위해 뛰어주셨으면 한다"며 "어렵더라도 지금 우리가 더 힘을 내지 않으면 이제까지 이뤄놓은 성과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중가요 밑거름은 '평민성'…박 대통령 해석, 접점도 설득력도 없어"

    이 소식을 접한 가요계에서는 대중가요라는 장르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부재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자의적 해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유명 대중음악평론가는 26일 CBS노컷뉴스에 "한마디로 가요 '달리기'와 '버터플라이' 두 노래를 통해 대통령으로서 현재 자신의 마음 상태, 처한 상황들이나 평소 다짐·소신을 표현하려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현재 (박 대통령의) 불통과 단절, 고집과 안하무인 행보와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노래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대통령) 자신의 위상, 이미지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제 생각에는 (메시지가 왜곡됐다는 점에서) 언급된 (노래를 만들고 부른) 사람들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두 가요를 잘 뜯어보면, '일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걸'(달리기), '너를 믿어 나를 믿어 우리는 서로를 믿고 있어'(버터플라이)라는 가사에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듯이, 사회 안에서 변두리에 머무는 약자들의 고단함과 도전,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이는 결국 앞서 지난 2014년 영화 '국제시장' 개봉 때 논란을 부른 박 대통령의 발언에서 단적으로 드러난, 유명 대중문화 콘텐츠에 기댄 '아전인수' 식 해석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영화 '국제시장' 속 국기하강식 장면에 대해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도 보니까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퍼지니까 국가배례를 하더라"며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장면은 그 시대 경직된 국가주의 문화를 풍자하기 위한 설정이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이를 과도하게 해석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에서 언급한 대중음악평론가는 "대중가요가 지닌 최소한의 '평민성'이 있다. 가요에는 일반인, 대중의 도약을 용기로 처리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며 "그것을 박 대통령이 자기 상황에 대입해 이야기하는 것은 제가 볼 때 접점이 전혀 없을 뿐더러 설득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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