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여야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북핵문제와 국내 정치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로 하면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가중된 안보위기에 대한 초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특히 사드(THAAD) 배치 필요성과 협조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은 북핵 불용 원칙과 단호한 북핵 대응 기조에는 적극 호응하면서도 그 방법론에서는 이견을 보이는 한편, 안보 뿐만 아니라 민생 위기에도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여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회동 제안에 野 "청와대와 국회와의 소통 바람직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북핵 위기 대응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동은 11일 오전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이 여야 대표들에게 전화로 참석을 요청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더민주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위원장은 서울과 광주에서 일정을 소화하다 회동 제안을 받았고 청와대와 정치권이 현재의 위기돌파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해 각각 참석 입장을 밝혔다.
특히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비상민생경제 영수회담'을 직접 제안한 바 있어 이번 회동에 적극적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위원장 역시 이날 "대통령과 국회와의 소통은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靑, 북핵위기 강조하며 사드배치 당위성 강조할 듯 하지만 이번 회동은 청와대가 구체적 의제조차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에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 차례의 양자 및 다자회의에서 '북핵 불용'을 천명해온 만큼 이번에도 북핵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북한의 의지를 꺾기 위해 내부단합이 중요하다는 판단 속에 정치권, 특히 야당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대통령은 최근 순방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불과 수분의 사정거리 내에 있는 우리에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3일 한·러시아 정상회담) "우리 국민의 북한 위협에 대한 우려는 전례 없는 수준"(5일 한·중국 정상회담)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국가 비상사태'(9일 안보상황 점검회의)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회동은 대북제재에 대한 국제공조가 진행중인 가운데 청와대가 연일 대북 강경기조를 천명하는 만큼 야당도 국익을 위해 동참하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 野, 민생 위기에도 방점...사드 문제는 이견 표출될 듯야당은 위기 국면이란 청와대의 시각에는 동감하지만 이번 회동이 대북 강경기조를 재확인하는 자리로만 흘러가게 내버려두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윤관석 수석부대변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민주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11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우리 당은 국회 차원의 규탄 결의안 채택을 논의하고 기본적으로 초당적인 협력을 하겠다고 밝혔다"며 "사드문제는 내일 얘기가 나오면 거기에 맞게 대처하겠지만 기존 더민주의 입장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개별 의원들이 사드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당론으로 정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의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윤 대변인은 "사드반대 당론을 정할지는 아직 의견수렴 중"이라며 "사드 문제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내일 당장 우리가 당론을 어떻게 하겠다고 얘기할 자리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신 더민주는 안보 문제는 물론 민생경제의 위기 상황도 적극적으로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대변인은 "안보도 중요하지만 민생경제도 비상사태 아니냐"며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오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성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추 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지적한 가계부채, 법인세 등 민생경제 관련 현안과 한진해운 문제에 대해서 지적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북핵위기에 대한 초당적 협력과 별개로 민생경제 문제를 집중 거론해 경제 이슈를 끌고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도 하실 말씀을 다 하시고 저도 할 말은 다 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다만 대통령께 먼저 말씀드리기 전에 어떤 의제로 얘기하겠다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은 북핵위기와 사드 문제를 분리해 기존의 사드 반대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이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핵무장 공론화 언급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전시전작권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집권여당 대표가 그런 말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한 것이나 "청와대 회동에서 할 말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사드 반대 입장 전달 의지를 뒷받침한다.
◇ 우병우 수석 문제도 뜨거운 감자
이번 회동은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와 관련,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지 여부도 주목된다. 특히 박 위원장은 지난달 우 수석의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된 이후 사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만큼 이번 회동에서도 날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 위원장은 "우병우 수석의 거취문제를 언급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회동 전에 의제를 말하는 것은 예의에서 벗어나지만 아마 그 예상은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난 7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도 "우병우 뇌관을 제거해야 대통령도 성공하고 국정운영도, 국회도, 검찰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며 해임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결국 12일 회동에서 청와대와 여야가 안보위기에 대한 초당적 대응이란 정치적 수사 외에 구체적 결과물을 내오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