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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놓친 그 대리기사의 얼굴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사회 일반

    "손님 놓친 그 대리기사의 얼굴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대학 시간강사의 대리운전 수난사 글 화제…'대리도 사람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지역 대학교의 시간강사로 재직하다 휴식기를 갖고, 대리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민섭 씨의 글이 많은 누리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김 씨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페이지에 '대리사회'라는 분류로 '모든 인간은 주체로서 아파하고 주체로서 절망한다'는 소제목을 단 글을 올렸다.

    그는 앞서 지난 7월 22일부터 '대리사회'라는 분류 아래 순차적으로 글을 게재했다. 김 씨는 이 분류의 글에서 대리기사로 일하며 겪은 일들을 담담히 풀어놓았던 바 있다.

    5일 올라온 글은 열세 번째로, 6일 오전 기준 2821개의 공감을 받고 436회 공유되며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운전을 하는 동안 '진상'을 만날 것이라는 걱정이 언제나 있었다"며 "일을 나갈 때마다 아내는 나에게 조심하라고 하는데, 그건 운전보다도 아마 사람을 조심하라는 의미일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 씨는 일을 할 때면 핸드폰 바탕화면에 녹음 단축 아이콘을 일부러 빼둔다. 만취한 손님을 태울 일이 많다보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그는 "운전을 하다가 어떤 억울한 일을 당하면 녹음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김 씨는 아직 녹음 기능을 사용할 만한 위기를 겪은 적이 없다. 김 씨는 대신 일을 하며 만났던 몇몇 손님들 때문에 마음이 상했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몇 분 내로 빨리 오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취소를 해 헛걸음하게 만든 손님 ▲여러 대리기사를 불러 가장 일찍 도착한 사람에게 운전을 맡기는 손님 ▲제한시간을 설정하고 그 안에 오지 못하자 문자 통보로 취소하는 손님 등이 그의 기억에 있었다.

    김 씨는 "집까지 30분쯤 대략 남겨두었을 때, 근방 3㎞에서 콜이 들어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수락버튼을 눌렀다. 뛰다가 힘들어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탔다. 기본요금 정도만 내면 될 것이고 대리비를 받으면 나에게는 남는 장사인 것"이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김 씨는 황당한 경험을 해야 했다. 콜을 받은지 채 2분도 지나지 않은 때 독촉 전화가 한 차례 걸려왔고, 그 후 1분이 채 안 됐을 때 '손님의 위치가 멀어졌다'는 알림을 받은 것이다.

    그는 "전화를 해도 손님은 받지 않았다"며 "그가 콜을 부른 자리로 갔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두 개 이상의 대리운전 콜을 불렀을 테고, 먼저 온 기사가 그의 차를 운전했을 것이다"라고 추측했다.

    김 씨는 다른 대리기사보다 늦는 바람에 헛걸음을 했던 적도 있지만 일찍 가서 운전에 성공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김 씨의 눈에는 텅 빈 자리에 와서 손님을 찾을 다른 이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김 씨는 "두 개 이상의 대리운전 회사에 전화를 하고 먼저 오는 기사와 함께 가는 손님들이 있다"며 "내가 먼저 도착하든, 늦게 도착하든, 몹시 화가 났다. 그들에게 '그러지 마세요. 당신 때문에 누군가는 여기로 뛰어 오고 있어요'하고 말하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중년의 대리기사 한 명이 전화를 하며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리고 있었다"며 "그 얼굴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분노도 절망도 허무함도 그 무엇도 아니면서 더욱 아픈 어떤 감정이 그 찰나의 순간에 그대로 전해졌다"고 적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김 씨는 10분 내로 와달라는 요구를 받아 폭염 속에 전력질주했던 일화도 떠올렸다. 손님이던 중년 남성은 도착해서 전화 말고 문자를 하라는 부탁도 남겼다. 시간에 맞추기 위해 달렸던 김 씨는 그러나 절망해야 했다.

    김 씨는 "8분만에 도착한 나는, 그에게 '거의 도착했다'하고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사정이 생겨 취소한다'는 답장이 왔다. 나는 거리에 멍하니 멈추어 서서 핸드폰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에도 답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것은 우리 일상의 '갑질'"이라며 "대리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고 해서 감정까지 대리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주체로서 아파하고 주체로서 절망한다"고 호소했다.

    구독자들은 그의 생생한 경험담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Hyun****'는 "두 명 이상의 대리기사를 부르고 먼저 온 것을 타거나, 불러놓고 취소해버리는 행위는 책임감이 없는 것"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슬프다. 부디 성숙한 시민의식과 책임감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정**'은 "겉치레에는 도덕적으로 엄격하면서 정작 중요한 부분에서는 미개하기 짝이 없다"며 "사고방식 자체가 너무 얄팍해서 남들 보이는 데에서는 포장하고 뒤에서는 창피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다른 의견을 적은 누리꾼도 있었다.

    '김**'는 "나는 의리있게 기다렸지만, 취소를 너무 많이 당해서 기사님들에게 참 섭섭했었다. 그런데 대리기사님 쪽에서는 더 한 사건들이 많다는 건 처음 알았다. 앞으로는 이해를 해야겠다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서**'는 "대리 기사님을 부른 후 20~30분 기다리다가 업체로부터 일방 취소를 당하기도 했다. 그 후부턴 두 군데 정도 연락해 빨리 오는 쪽을 이용해왔다. 글을 읽으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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