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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신데렐라' 신재영 "15승? PS? 올해 목표 아닙니다"



야구

    '늦깎이 신데렐라' 신재영 "15승? PS? 올해 목표 아닙니다"

    '저는 더 먼 곳을 봅니다' 넥센 신재영이 1일 SK와 홈 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는 모습. 이날 신재영은 시즌 3번째 전 구단 상대 승리와 팀 토종 최다승을 기록했다.(고척=넥센)

     

    넥센 우완 언더핸드 투수 신재영(27)은 올해 프로야구에서 최근 유행어 '히트다, 히트'에 가장 부합하는 선수로 꼽힌다. 2012년 8라운드 69순위, 계약금 4000만 원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1군 무대 성적이 없는 별 볼 일 없던 선수에서 특급 선발로 거듭난 신데렐라다.

    신재영은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SK와 홈 경기에서 6⅓이닝 4탈삼진 5피안타 4볼넷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팀의 8-2 승리를 이끌며 시즌 14승째(5패)를 수확해냈다.

    다승 공동 2위로 올라섰다. 독보적 1위 더스틴 니퍼트(18승)는 차치하더라도 장원준, 유희관, 마이클 보우덴(이상 14승) 등 두산 '판타스틱4'의 나머지 일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여기에 시즌 3번째 전 구단 상대 승리를 완성했다. 이는 올해 신재영 이전에 니퍼트와 차우찬(삼성)밖에 하지 못한 기록이다. 판타스틱4의 나머지 3명도 이 기록은 이르지 못했다.

    또 신재영은 구단 역사도 새로 썼다. 팀 토종 투수 다승 신기록을 세운 것. 이날 신재영은 14승째를 추가하며 2009년 이현승(현 두산)의 13승을 넘어섰다. 입단 6년차에 첫 1군 시즌, 올해 연봉 2700만 원짜리 선수가 해낸 성과가 이렇게 대단하다.

    ▲"올해 목표는 1군에서 버티자였는데…"

    일단 올 시즌 이룰 것들은 다 이뤘다고 봐도 무방하다. 1일 경기 후 만난 신재영의 올 시즌 전 목표는 "1군에서 어떻게든 버티자"였단다. 앞서 언급한 성과들을 누군가 스프링캠프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묻자 신재영은 "웃어 넘겼겠죠"라고 자신도 웃었다.

    본인은 물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호성적이다. 신재영은 "올 시즌은 1군 첫 해니까 이렇게까지 잘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어쨌든 "기분은 좋네요"라는 웃음이 배시시 나온다.

    넥센 신재영이 1일 SK와 홈 경기에서 이닝을 마무리한 뒤 동료에게 수비 상황을 설명하며 웃는 모습.(고척=넥센)

     

    신인왕은 떼논 당상. 마땅히 대적할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신재영도 "나이가 많긴 하다"며 쑥스럽게 웃으면서도 "그러나 어차피 (선수 생활에) 한번밖에 없는 거니까 받아보고 싶다"고 말한다.

    슬그머니 욕심이 생긴 전 구단 상대 승리와 팀 토종 최다승도 이뤘다. 신재영은 "전 구단 상대 승리는 주위에서 워낙 말을 많이 해서 오늘 욕심내서 해보고 싶었다"면서 "자주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나름 마인트 컨트롤하면서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팀 토종 최다승도 알고 있었다"면서 "내가 했다는 게 영광스럽고 내년 내 기록을 깰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1군에서 버텨만 내자"는 게 올해 목표였는데 내년 것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다.

    ▲"15승? 가을야구? 올해 남은 목표 아닙니다"

    일단 올해 목표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부상 등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팀에서 2군으로 내려보내는 일은 없을 테고, 신인왕은 지금까지 성적만으로도 예약이 돼 있다.

    14승을 거뒀으니 가장 현실적 목표는 15승을 테다. 선발 투수에게 15승은 적지 않는 의미를 지닌다. 수준급 선발 투수의 덕목으로 꼽히는 두 자릿수 승수를 넘어 리그 정상급 선발의 지표인 까닭이다.

    2년 전만 해도 15승 투수는 리그에 2명뿐이었다. 2013년에는 아예 1명도 없었다. 팀당 144경기 체제로 늘어난 지난해도 5명만 15승 반열에 올랐다. 에이스의 징표나 다름없는 숫자다.

    '기분은 좋은데 얼굴은 찝찝하네요' 넥센 신재영이 1일 SK와 홈 경기 승리 뒤 동료들의 면도크림 세리머니의 흔적을 얼굴에 남긴 채 중계방송사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는 모습.(고척=넥센)

     

    하지만 신재영의 올해 남은 시즌 목표는 따로 있다. 15승을 묻자 신재영은 "일단 15승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5경기 이상 더 등판할 수 있는 남은 일정상 어차피 이룰 수 있어서가 아니다. 다른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신재영은 당장 올해 15승이나 떼논 당상인 신인왕이 아니라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포스트시즌을 대비하고는 있지만 가을야구만 바라보는 것도 아니다. 넥센은 신재영의 대활약 속에 이미 가을야구 안정권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진화다. 지금도 만족스럽지만 고이면 썩기에 둑을 넘어 흐르려고 한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신재영의 올해 남은 목표다. 제 3의 구종이다.

    ▲"늦게 시작한 야구, 더 길게 하려면 진화해야죠"

    현재 신재영이 구사하는 직구와 슬라이더는 투구폼이 거의 일정해 틈을 찾기 쉽지 않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두 가지 공을 던지지만 치기 쉽지 않다"고 칭찬했다. 투 피치의 최고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신재영은 간파를 두려워 한다. 상대 분석이 이뤄질 경우 투 피치 투수는 난타 당할 가능성이 높다. 신재영과 같은 언더핸드 이재학(NC)도 직구와 체인지업만으로 2013년 10승(5패), 평균자책점(ERA) 2.88로 신인왕까지 올랐지만 2014년 10승(9패) ERA 4.21, 2015년 10승(8패) ERA 4.10 등 패전과 ERA 수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 폼에서 제 3의 구종이 나와야...' 넥센 신재영이 1일 SK와 홈 경기에서 역투하는 모습.(고척=넥센)

     

    이를 잘 봐왔던 신재영은 언젠가는 찾아올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벌써 잰걸음이다. 신재영은 "투피치 투수는 불펜이면 상관 없지만 선발이면 어떻게 해서든 구종 1개는 더 있어야 한다"면서 "때문에 그걸 빨리 찾는 게 크다"고 강조했다.

    올해 가을야구만을 위해서도 아니다. 당장이 아닌 내년, 후년, 더 먼 미래를 보는 것이다. 신재영은 "야구를 길게 하려면 구종이 항상 있어야 한다고 염경엽 감독님, 코치님들도 귀에 박히도록 말씀하셨다"면서 "내 스스로도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재영은 그래서 최근 투심 패스트볼이나 포크볼 등을 간간이 던진다. 1일 경기에서도 포크볼 2개, 투심 1개를 던져봤다. 신재영은 "훈련 때 많이 벗어나지 않고 스트라이크 비슷하게 들어간다"면서 "그러나 타자들의 반응을 봐야 하기에 실전에서도 여러 구종을 던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오늘 나쁘진 않았다"고 말했다.

    투심이나 포크볼, 체인지업 등이 후보다. 신재영은 "포크볼도 손가락을 이렇게 끼고 저렇게도 해보고 여러 가지로 해본다"면서 "포크볼이나 체인지업, 투심 중에서 손에 맞는 구종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작이 늦은 만큼 더 길게 보는 신재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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