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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맡기는 현대·기아 협력서비스업체?…'정비 허술'



생활경제

    믿고 맡기는 현대·기아 협력서비스업체?…'정비 허술'

    전국 650개 업체 중 '차체MRI' 격 차체계측기 보유는 단 19곳

    지난 7월 영동고속도로 5중 추돌사고 등 잇단 교통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자동차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 64.9%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가 정작 안전과 직결되는 정비 서비스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AUTO Q' 마크 믿었는데…차량에 남은 황당한 흉터

    한 달 만에 차를 돌려받은 이 모(39) 씨는 설렌 마음으로 차를 둘러봤다.

    지난 6월 화물차와 충돌해 220만 원을 들여 수리한 차량을 조심스럽게 살피던 그는 차체 하부에서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다.

    차체를 절단한 부위가 엉망으로 용접된 흔적에 이 씨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씨가 차를 맡긴 곳은 다름 아닌 'AUTO Q' 마크를 가진 기아자동차 협력 서비스업체였다.

    이 씨가 수리받은 차량의 용접부위에 구멍이 나 있다.

     

    이 씨는 "구멍이 뚫려 있는 등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용접이 너무 허술하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진을 찍어 인터넷 차량 커뮤니티에 올렸더니 네티즌들이 '초보 수준도 안 되는 용접'이라며 내 안전을 걱정하더라"고 말했다.

    기아차 본사에 항의하자 돌아온 답변은 "협력업체 수리 사항은 개인사업자로 운영되는 부분"이라며 "기아자동차에서 직접적인 관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얼마 후 정비공장 대표에게서 "미안하다. 다시 정비를 해주겠다"고 연락을 받았지만, 이 씨는 직접 신뢰할만한 정비공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 현대·기아에는 없고, BMW에는 있는 것은?

    현대 블루핸즈 공식 마크와 기아 오토큐 공식 마크.

     

    도장(塗裝)이나 판금(쇠를 피고 용접하는 행위)이 가능한 규모의 현대·기아차 협력 서비스업체 '블루핸즈'와 '오토큐' 정비업체는 전국에 모두 650여개.

    협력 서비스업체는 현대·기아차와 보증수리 업무에 대한 협력을 맺어 현대·기아차의 고객에게 보증수리 서비스를 진행하는 정비업체다.

    이중 '차체 계측기'를 보유한 업체는 단, 19곳에 불과하고, '양면저항 스포트용접기'(이하 스포트용접기)를 구비한 업체도 얼마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3D 차체계측기와 양면저항 스포트용접기 (사진=김구연 기자)

     

    이유는 이런 장비들이 현대·기아차 협력 서비스업체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장비'로 규정돼 있지 않아 업체들이 비싼 장비를 굳이 보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차체 계측기는 해당 차량의 수리가 필요한 차량의 차체를 진단해 문제점을 찾는 장비로 '차체 MRI'라고도 불린다.

    양면저항 스포트용접기는 차량의 핵심축을 이루는 '초고장력강판' 등을 단단히 용접하는 장비다. 두 장비 모두 정비매뉴얼대로 수리하려면, 꼭 필요한 장비들이다.

    반면 외국 차량 제작자인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아우디, 재규어랜드로버에서 운영하는 자동차종합정비업체는 차체 계측기와 스포트용접기 등을 모두 필수 장비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차체 계측기나 스포트용접기가 없으면 정비업체를 차릴 수 없는 것이다.

    해외 유명 차량제작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신차 개발 등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정비·관리 분야에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현대·기아차는 "협력 서비스업체는 엄연히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부분이라서 고가의 장비를 구매하라고 강요하기 어렵다"며 "본사에서 모든 중장비를 갖춘 직영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고도의 수리가 필요한 고객은 직영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면 된다"고 밝혔다.

    ◇ 90년대 만들어진 낡은 기준…"대대적 변화 필요"

    이런 가운데 부실한 정비업체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법규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동차 정비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필수로 갖춰야 할 장비는 24개.

    하지만 이같은 기준 대부분은 2000년도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20년 가까이 거의 개정된 적이 없다.

    대림대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90년대 만들어진 자동차관리사업 등록기준은 최근 등장하는 신차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차량의 구조와 부품들이 변한 만큼 수리에 필요한 장비들도 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이브리드 차량부터 전기차, 무인자동차 등 새로운 차량의 특성에 맞는 자동차관리 법규와 기준 등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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