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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뭣이 중헌디? - '우병우 프레임'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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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뭣이 중헌디? - '우병우 프레임'의 역설

    (왼쪽부터)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진=자료사진)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사퇴했다.

    사퇴한 두 사람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우 수석 처가 땅 관련 의혹을 맨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의 송희영 전 편집인 겸 주필이다.

    이 전 특감은 기밀누설 의혹, 송 전 주필은 부적절한 접대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퇴하지 않은 한 사람은 검찰의 압수수색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우 수석 거취와 관련해 "달라진 게 전혀 없다"는 말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세간의 관심은 두 사람의 사퇴 배경에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의 '정치공학' 프레임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데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우 수석 관련 각종 의혹이 한 달 넘게 신문 지면을 도배했는데도 청와대가 '우병우 감싸기'로 일관하면서 민심은 싸늘해져만 갔다.

    그러다 1주일 전 청와대가 우 수석 관련 의혹 제기를 '부패 기득권과 좌파 세력의 대통령 흔들기'로 규정하면서 프레임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프레임(frame)의 사전적 의미는 카메라 앵글이나 사진의 바깥 부분을 감싸는 틀을 지칭한다. 그런데 저널리즘이나 정치공학에서 '프레임'은 일반적으로 앵글이나 틀에 따라 같은 대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즉, 프레임은 생산자 입장에서는 '현실의 의도적 재구성'이면서 동시에 수용자들에게는 '사실에 대한 편향적 이해'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생산자는 언론일 수도 권력일 수도 있다. 수용자는 독자, 시청자를 포함한 국민이다.

    미국의 저명한 미디어 비평가인 토드 기틀린(Todd Gitlin)은 프레임을 "현실에 대한 인식, 해석, 제시, 선택, 강조, 배제와 관련된 지속적인 패턴"으로 정의했다.

    청와대의 '우병우 살리기'를 기틀린의 프레임 정의에 비춰보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우 수석 관련 언론의 의혹 제기를 [현실]이라고 할 때 청와대의 [인식]은 '우병우 흔들기는 대통령 흔들기'이고, [해석]은 '대통령과 정권을 흔들어 식물정부를 만들려는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세력의 우병우 죽이기'이다.

    [제시]는 이석수 전 특감의 기밀누설 의혹과 송희영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받은 호화 향응, [선택]은 조선일보, [강조]는 "이 특감의 기밀누설은 중대한 위법행위이자 묵과할 수 없는 국기 문란행위"라는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언, "송 주필의 행태는 모럴해저드를 넘어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발언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이 우 수석 논란의 이슈화를 차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은 [배제] 프레임이다.

    그렇다면 과연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의 '우병우 살리기' 프레임은 성공했는가?

    영화 '곡성(哭聲)'에서 효진이 던진 대사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태의 본질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우병우 수석의 각종 비위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에 있고, 이를 검찰 특별수사팀이 철저하게 수사해 밝혀내는 것이다.

    그런데 특별수사팀은 29일 우 수석과 이 전 특감에 대한 동시 압수수색에서 '눈치보기식 생색내기 행태'로 씁쓸한 실망감을 안겼다.

    우 수석의 집과 집무실은 아예 처음부터 압색 대상이 아니었고. 그의 가족회사인 ㈜정강 사무실 금고는 텅텅 비어 있었던 반면 이 전 특감 사무실은 샅샅이 훑었다.

    수사관들이 우 수석 가족회사를 압수수색했다며 달랑 쇼핑백 하나를 들고 나오는 모습과 이 전 특감 사무실에서 자료를 박스채 들고 나오는 모습은 블랙코미디 그 자체였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회사인 정강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실시된 29일 오전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수사관들이 서울 서초구 주식회사 '정강'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같은 실망스러움 이면(裏面)에는 언론사찰과 공작정치의 냄새도 가시지 않고 있다.

    김진태 의원이 조선일보 송 전 주필의 세세한 행적을 담은 자료를 누구에게 전달받았는지, MBC가 조선일보 기자와 이 전 특감의 대화내용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등은 여전히 음습한 베일에 가려져 있다.

    김 의원은 30일 "(출처를) 못 밝힐 이유도 없지만 안 밝히겠다. 끝까지 안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 조선일보도 "그동안 MBC 측에 SNS 대화내용의 입수 경위를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뭣이 중헌디?'는 '사실(fact)' 보다 '사실에 대한 진실(truth about the fact)'을 바라보라는 날카로운 외침이다.

    그런 점에서 우 수석 의혹과 관련한 국민의 시선은 후자에 쏠려 있다. 사실이 아닌 진실이 밝혀질 때 여권 핵심부의 '우병우 살리기' 프레임은 한 순간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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