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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유린 자행한 형제복지원장이 받은 훈장 회수해야"



사회 일반

    "인권유린 자행한 형제복지원장이 받은 훈장 회수해야"

    • 2016-08-26 18:47

    피해자·대책위 "무고한 시민 짓밟아놓고, 국가가 면죄부 줘"

     

    1970∼1980년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이유로 매년 3천 명 이상의 시민을 불법 감금해 인권을 유린한 부산 형제복지원 박인근 전 원장에게 수여된 국가훈장을 회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올해로 85세였던 박씨는 지난 6월 전남 한 요양병원에서 지병이 악화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사망 소식을 뒤늦게 접한 형제복지원 피해자와 형제복지원 대책위원회는 이제라도 진상규명과 박씨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불법감금, 강제노역, 구타, 학대, 성폭행, 암매장 등이 자행된 형제복지원 최고 책임자인 박씨에게 정부가 내린 2개의 훈장을 당장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박씨는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부랑아 퇴치 공로'를 인정받아 1981년과 1984년 각각 국민포장과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박씨는 생전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국가명령에 따른 일로 떳떳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불법감금, 강제노역, 구타, 학대, 성폭행, 암매장 등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른 박씨에게 국가훈장이 수여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인 박순이(46·여)씨는 "수많은 피해자의 삶을 짓밟은 박씨에게 훈장을 준 이 나라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이냐"며 "박씨의 훈장 자격을 박탈하고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0년 부산진역에서 오빠가 공중전화를 거는 사이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가 도망 나오기까지 6년간 형제복지원에서 비참한 생활을 한 박씨는 "아직도 누가 잡으러 올 것 같은 피해망상에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펴내 형제복지원 문제를 25년 만에 재조명하는 계기를 만든 형제복지원 피해자 한종선(41)씨는 "박씨의 훈장은 사실상 국가가 그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시민을 억압한 증거"라며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에 앞서 정부는 잘못된 훈장 수여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준민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형제복지원 사건은 정부가 내무부 훈령 410호를 근거로 개인의 몸과 의식은 물론 삶 전체를 짓밟아버린 국가 범죄행위"라며 "자신의 삶이 왜 망가져야 했는지 해명조차 듣지 못한 채 살아온 피해자에게 정부가 이제라도 사과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박씨에게 수여한 국가훈장부터 회수해야 하는 것이 피해자에 대한 도리이자 예의라고 덧붙였다.

    1975년 제정된 내무부 훈령 410호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도 단속과 보호를 명목으로 '부랑인'을 강제 수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내무부 훈령 410호는 형제복지원 만행이 세상에 처음 드러난 1987년 2월 폐지됐다.

    박씨는 당시 업무상 횡령 등으로만 2년 6개월의 징역을 살고 나온 뒤 부산시 비호 속에 복지재벌로 거듭나 국내외에 1천억원대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인권유린 행위로 형제복지원에서 사망한 이는 확인된 것만 551명에 달하고, 피해자는 2만∼3만 명으로 추정된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자를 지원하는 형제복지원 특별법은 19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해 자동 폐기됐고, 20대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다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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