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박형규 목사, 바보같은 삶 산 참 신앙인"



종교

    "박형규 목사, 바보같은 삶 산 참 신앙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찾은 교계 인사들 박 목사 아쉬움 속에 떠나보내


    고 박형규 목사의 빈소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우리사회 민주화운동의 큰 어른이 떠나는 길목에는 시대를 함께 했던 정계, 교계 지도자들의 조문이 잇따랐다. 그들이 말하는, 기억하는 박형규 목사는 참 신앙인이었다.

    7-80년대 젊은 목회자들의 존경 “목회자 삶의 모범”

    손인웅 원로목사(실천신학대학교대학원 총장)는 “박형규 목사를 한국교회의 사회운동과 민주화운동, 학생운동에서 상징적 인물”이라고 말하며 “기독학생회(KSCF)에서 활동할 때 박목사님이 총무를 맡으면서 계속 지도해주셨고 그 때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회고했다.

    1960년대부터 군부 독재를 지나, 1987년 민주화를 쟁취하는데 이르기까지, 박형규 목사는 교계의 큰 어른으로서 당시의 젊은 목회자들의 존경의 대상이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는 “박목사님의 사회선교 역할은 청년이던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면서 “우리시대의 예언자적 사명과 제사장적 사명을 참 잘 감당했던 분”이고 말했다.

    김영주 총무는 “목사가 시대의 사명을 감당한다는 건, 고난과 고통을 짊어진다는 건데, 박 목사님은 의 을 보면서 ‘진정한 목사의 삶이 저런 것이구나’를 깨달았다”며, 박 목사를 따라 젊은 목회자들이 사회선교를 뒤따랐다고 말했다.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는 1987년 6.10 항쟁 당시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분이 계시다는 것, 자리에 함께 하시다는 것 자체가 우리로서는 위로고 기쁨이고 격려였다”면서, “옥고의 힘든 순간에도 담담하고 아픔을 웃음으로 극복하는 모습에서 성직자로서 닮고 싶은 분”이었다고 말했다.

    “옳은 일에는 몸 돌보지 않고 나선 바보 같은 삶 본받아야”

    고 김수환 추기경만 바보였을까. 박형규 목사와 노동운동 빈민운동에 함께 했던 인명진 목사는 박 목사야 말로 어린아이 같은 순진함으로 예수를 따랐던 바보였다고 말한다. 자신의 이익과 편안함을 뒤로 한 채 옳은 일에 굽힘없이 나섰던 실천적 신앙인이었다는 거다.

    “한 번도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거나 챙겨본 적 없이 ‘옳은 일이다’ ‘목사님이 나서야 한다’ 하면 사양하지 않고 나섰다”고 박형규 목사를 떠올렸다.

    특히 “감옥을 6번이나 다녀올 정도로 민주화에 앞장섰지만, 여러 민주화 인사들과 달리 정치적 자리나 위치를 욕심내지 않고, 예수님이 사랑했던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길 위에있었다”면서 “바보처럼 산 그 삶을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중신학을 실천한 자유인”

    박형규 목사의 비보를 듣자마자 빈소를 찾았다는 손학규 전 의원.

    손학규 전 의원은 박형규 목사를 만나면서 신앙도 갖고, 세례도 받았다. 박 목사의 주례로 결혼도 했다. 빈민선교에 손 전 의원을 끌어들이고, 수도권 특수지역선교회 총무, NCCK 간사, 기독교사회연구원 원장 등을 맡긴 것 역시 박형규 목사였다.

    손 전 의원은 이 스승을 “거침없고 구김없는 자유인”이었다면서 “70년대 민중신학이 발전하는데, 박형규 목사님은 실제 활동가로서 민중신학 실천에 앞장선 분”이라고 말했다.

    손 전 의원은 특히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거목이자 한국교회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게 하는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면서 “총체적 위기 속에, 기독교가 사회를 위해 나설 수 있게 했던 박 목사님의 지혜와 용기가 지금 절실하다”고 아쉬워했다.

    “보수 신앙의 바탕에서 시대의 예언자의 길 걸어”

    사회선교에 적극적이었고 진보적 신학의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이지만 사실 박 목사는 어머니로부터 보수적인 신앙을 물려받았다.

    전병금 원로목사는 “박 목사는 예장고신보다도 더 보수적인 재건파 출신이지만 당시 진보적인 학교였던 동경신학대학(옛 일본신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예장고신도 재건파도 받아주지 않았는데, 강원용 목사를 만나 기장 교단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전 목사는 “진정한 보수적 신앙으로 한국역사와 세계를 바라보며 예수의 제자로서 바른 길을 걸어오신 것”이라면서 “그의 신앙을 본받아 역사를 바라보며 시대의 예언자의 길을 한국교회가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총무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지금, 온몸으로 시대적 사명을 감당했던 박 목사님을 떠올리며 남은 이들에게 그 사명이 남았음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