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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호주 공격, 사드 문제로 한국 비난하는 건 약과"



아시아/호주

    "중국의 호주 공격, 사드 문제로 한국 비난하는 건 약과"

    호주 기업 인수 무산, '쑨양 약쟁이' 비난 등으로 중국-호주 관계 최악 치달아

    - 중국 기업의 호주 기업 인수, 호주 정부 반대로 무산 위기
    - 영국에서도 중국 참여하기로 한 원전 건설 사업 연기돼
    - 선진국의 '중국 혐오' 또는 편견 때문이라는 지적
    - 중국의 미국에 대한 불만이 호주, 한국 관계에 반영되는 양상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8월 19일 (금) 오후 6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CBS 김선경 특파원

    ◇ 정관용> 해외 기업들을 무섭게 집어삼키고 있는 차이나머니의 행보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베이징 연결합니다. 김선경 특파원?
    중국 자본의 해외기업 인수에 이상음이 감지되고 있다면서요?

    ◆ 김선경> 그렇습니다. 중국은 최근 몇 년새 해외기업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674억 달러(약 74조원)를 해외 기업인수에 쏟아부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모두 천343억 달러, 우리돈 148조원을 투자하면서 이미 지난해 총 투자액을 두 배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이같은 집어삼키기식 해외 투자에 제동이 걸렸는데 우선 가장 최근에는 호주 배전망 사업체 오스그리드 지분 인수가 호주 정부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보다 앞서 영국에서는 중국이 참여하기로 한 원전 건설 사업도 돌연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 정관용> 해외기업 인수가 삐걱거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김선경> 우선 표면적으로는 각국 정부가 안보문제를 거론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호주 배전망 사업체 오스그리드는 호주 내 주택과 기업 160만 곳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는 오스그리드가 전력과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인프라 산업체인데 중국 기업에 지분을 절반 넘게 넘기는 것은 국익에 맞지 않는다고 딴지를 걸고 나섰고... 영국의 원전건설 사업이 연기된 것도 이유는 역시 안보입니다. 원전 건설을 맡을 중국 컨소시엄에 중국의 군수 관련 업체인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가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 정관용> 중국 자본 인수에 제동을 거는 속내는 안보에 대한 우려 한 가지 때문만은 아니겠죠?

    ◆ 김선경> 네 물론 각국 정부의 안보 우려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닙니다. 영국 원전의 경우 중국 군수업체의 참여 외에도 컨소시엄을 이끌 중국광핵그룹이 지난해 4월 미국에서 핵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바 있어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호주나 중국 모두 중국 자본이 주요 기간산업 깊숙이 들어왔다가 양국간 분쟁이 발생할 때 이를 인질로 삼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각국 정부의 중국 자본 거부 배경을 보면 안보 문제는 핑계이고 사실상 선진국의 '중국 혐오' 또는 편견 때문이라는 지적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만약 호주나 영국정부가 진작부터 안보문제를 고려했다면 사전에 불허했을 텐데 이미 1년 정도 진행했던 협상을 갑작스럽게 뒤엎은 것을 보더라도 그렇고... 또 미국과 유럽 선진국이 자국의 중요한 사업이나 상징적인 기업이 중국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자존심이 상하는 일로 보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美的)가 로봇업체 쿠카를 인수하겠다고 밝혔을 때 독일 정치인들이 나서서 차라리 다른 유럽 국가가 쿠카를 인수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중국 자본 거부는 안보문제는 물론 차이나머니에 대한 거부감, 자국의 일류기업이나 핵심 인프라를 중국에 넘기는 데 따른 부담감, 각국 내부의 정치상황 등 다양한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중국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중국의 책임도 있을 것 같은데 무차별적인 사재기 등이 반감을 불러일으킨 측면도 있지 않겠습니까?

    ◆ 김선경> 그렇습니다. 중국 자본의 공습이 거세지면서 부정적인 측면도 노출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과 유럽에선 중국 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그 돈의 출처와 그 목적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경우에는 중국 자본이 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또 혁신적인 기술만 빼내가려 한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유럽의 경우는 중국 기업들이 M&A 이후 자국에서 하던 경영방식을 고집하면서 경영에 실패하는 경우까지 나타나면서 중국식 가부장적 경영과 위계질서 강조 등을 중국식 경영방식이라며 폄하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살펴볼 것은 기본적으로 중국 자본의 해외진출은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긴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경제적 접근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전략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일대일로 정책이나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설립 등이 그런 전략들을 담고 있는 구체적인 것들인데.. 그러다 보니 성과를 위해 조급하게 진행되는 측면도 있고 기업 인수 이후에 현지 문화와 충돌하는 문제도 발생하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해외진출 시도가 현재 일차적으로 벽에 부딪힌 상황입니다.

    ◇ 정관용> 중국의 대응은 어떻습니까?

    호주 맥 호튼이 6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아쿠아틱 스타디움에서 열린 자유형 400m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2등을 차지한 중국 쑨양을 지나가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김선경> 일단 개별 사안에 대해 당연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과 호주 양국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서 지난달 남중국해 판결 당시 호주가 미국편을 들면서 냉랭해지기 시작했는데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지난 6일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딴 호주의 맥 호턴이 중국의 수영 영웅 쑨양에게
    ‘약쟁이’이라고 공개 비난하면서 중국인들의 심기를 건드렸고.. 이번에 호주정부의 기업 인수 불허결정이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습니다.

    호주 정부의 배전망 사업 매각 반대라는 발표가 나오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혐오증을 드러낸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중국은 또 원전계약을 연기한 영국을 향해서도 양국관계가 중대기로에 있다고 경고하면서 계약을 취소하면 다른 투자도 무산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와는 별도로 내부적으로도 전열정비에 나서고 있는데 시진핑 주석은 지난 17일 '일대일로 건설 업무좌담회'를 열고 신속하고도 철저한 계획을 세워 정책을 치밀하게 추진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말 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20여일 만에 처음 등장해 자신의 신경제구상인 일대일로를 강조한 것인데.. 이는 최근의 여러 악재를 염두에 두고 철저한 준비와 계획으로 돌파해 나갈 것을 주문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 정관용> 우리나라도 사드 문제로 중국의 경제적 대응을 우려하고 있는데 호주는 어떻습니까? 직접적인 중국의 보복이 있습니까?

    ◆ 김선경> 아직까지 중국이 당국차원에서 호주에 대해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직접적인 대응에 나서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주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호주는 자원이 많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도 중요한 교역국이었지만 호주 역시 지난 20년간 중국의 부상으로 전례 없는 경제호황을 누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호시절이 슬슬 끝나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고 사실 중국 언론과 중국인들이 최근 호주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사드 문제 때문에 한국을 비난하는 것은 약과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특히 중국의 호주 비난은 미국과 서방사회를 겨냥한 측면이 있어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즈(FT)는 호주는 중국의 서방사회를 향한 온갖 분노의 화살을 도맡아 받아들이는 ‘피뢰침’ 역할을 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중국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호주를 흔드는 상황이고.. 우리 역시 사드배치로 중국의 미국에 대한 불만을 앞에서 막아야 하는 처지 아닙니까.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우리도 이를 주시해야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 정관용> 네 알겠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김선경 특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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