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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우조선 등급 낮추지마"…산은, 신평사에 외압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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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생활경제

    [단독]"대우조선 등급 낮추지마"…산은, 신평사에 외압 정황

    자회사 110여 곳 거느린 산은은 신평사업계 VVIP 큰 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면서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에 대우조선해양의 등급을 낮추지 말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며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각종 신용평가 발주 시장에서 갑의 지위에 있는 만큼, 신평사들은 이러한 산은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9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 원을 지원하는 등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11월 6일에는 채권은행 회의를 개최해 대우조선 해양 경영 정상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의 조처를 취하기도 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이런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살리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신평사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을 전격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채권은행 회의 일주일 후인 11월 13일 대우조선해양의 장기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내리고 하향검토 등급 감시 대상에 올렸다. 단기 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조정했다.

    유가 하락 등 비우호적인 산업 환경 속에 부진한 수주실적이 이어지고 있고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수익 창출력과 재무구조가 악화된 점을 반영한 결과다.

    유상증자와 출자전환 등의 자본확충 방안이 이행되기 전까지 악화된 재무구조가 이어질 것이고, 1조7000억 원 규모의 공모 사채에 대해 기한의 이익 상실이 선언(금융기관이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되면 단기 유동성 위험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사진=한신평 홈페이지 캡처)
    한신평도 나이스신평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있은 지 한 달 뒤인 12월 18일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채권금융기관의 유동성 지원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방안에도 불구하고 재무구조개선 미흡, 추가손실 가능성 등 원리금 상환 능력에 투기적인 요인이 내포돼 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신평사들이 대우조선해양에 부정적 평가를 이어나가자 산은은 12월 31일 한신평, 한기평, 나이스신평을 수신자로 '대우조선해양(주) 경영정상화를 위한 협조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산은은 공문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귀사를 포함한 관계 기관의 적극적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귀사의 신용평가 결과가 미치는 대외적인 영향 등을 신용등급 평정에 적극 감안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즉, 산은이 국내 3대 신평사들에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신평사들의 잇따른 등급 하향 조정이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에 찬물을 끼얹을 것을 우려해서다.

    전직 산은 고위 관계자 출신은 해당 공문이 발송된 것에 대해 "신용평가 등급을 낮추지 말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산은의 이러한 공문에 신평사는 당황한 눈치였다. 발신자란에 산은이란 이름이 주는 중압감은 매우 컸다.

    신평사 한 관계자는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등과 같은 유의미한 내용 없이, 앞으로 일정과 계획만으로 신용평가 등급을 잘 봐달라고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런 공문을 보내는 주체가 다른 곳이었다면 무시할 수도 있었겠으나, 산은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토로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실제로 산은은 기업신용평가 시장에서 큰손이다. 산은은 자회사 110여 곳을 거느리고 있는 신평사에겐 VVIP 고객이다. 산은이 거느린 자회사의 평가 이슈는 늘 발생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평가도 꽤 굵직한 것이 많다.

    PF란 사업주로부터 분리된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자금을 집행하는 기관인 금융권은 PF 사업성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야 하는데, 일정 규모 이상일 경우에는 신평사와 회계법인 등 외부 기관에 평가를 맡겨야 한다.

    수입의 90% 이상을 평가 수수료로 연명하고 있는 신평사 입장에서는 산은에 밉보여서 좋을 게 없다. 업계에서는 "산은 눈 밖에 나면 굶어 죽는다"라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산은이 보낸 이 한 장의 공문이 신용평가사들의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평가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해영 의원은 "작년 10월 서별관 회의 이후 산업은행의 3대 신평사에 대한 부당한 외압은 정권 차원의 부실한 회사 살리기로 볼 수밖에 없다"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특혜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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