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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 주의를 구하라'



책/학술

    신간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 주의를 구하라'

    상위 1%의 독주를 멈추게 하는 법

     

    최근 영국은 유럽 연합을 탈퇴하기로 결정했고, 다른 유럽 국가들은 국제 무역과 이민 정책을 더욱 엄격하게 통제하는 등 많은 선진 국가에서 '경제 내셔널리즘'이 부상하고 있다. 국제 무역을 회의적으로 보는 국민이 늘어나고, 미국의 주요 대통령 후보는 무역 협정과 국제 경제 협정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으며,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국가주의 정당이 더욱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가 국제화 기류에서 돌아서는 원인은 무엇일까?

    경제의 고속 성장이라는 환상에 감춰진 냉혹한 현실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부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방안을 모색해온 로버트 라이시. 그는 신작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Saving Capitalism》에서 이른바 '경제 내셔널리즘'이 발생하는 근본원인은 직업 안정성이 축소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동시에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줄어들기 때문이며, 그 중심에는 경제와 정부를 장악하는 비중을 점점 더 확대하고 있는 대기업, 거대 은행, 부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와 소득을 독점한 상위 1%와 이러한 현상들이 서로 어떤 관계가 있고 무엇을 예고하는지 비교 분석하고, 자본주의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선택 사항들을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대기업 임원, 대기업 소속 변호사와 로비스트, 월스트리트 종사자와 그들의 정치 하수인, 수많은 부자를 비롯해 '자유 시장' 개념을 목청껏 지지하는 세력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확대하려고 시장을 적극적으로 재조직해왔고 해당 주제가 집중조명 받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지난 80년 동안 중산층이 축소되고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져온 과정을 참신하고 설득력 있게 분석해 대기업, 거대 은행, 부자들에 의해 정치와 경제 체제가 부패하고, 정치권과 이들 사이에서 작동하는 회전문 때문에 거짓이 조장되고 있음을 조목조목 밝혀낸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미국의 신경제를 주도한 로버트 라이시만큼 경제와 정치의 상관관계를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시장과 국가를 둘러싼 오랜 논쟁과 그릇된 통념을 하나하나 부숴가며 폭주하는 자본주의를 살리기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1부에서는 시장을 지배하고 시행하는 규칙인 재산(소유할 수 있는 대상), 독점(시장 지배력을 허용하는 정도), 계약(교환할 수 있는 대상과 조건), 파산(구매자가 대가를 지불할 수 없는 경우에 발생하는 현상)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이러한 규칙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부와 소득을 독점한 세력이 정치 기관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계속 바뀌어 왔다.

    2부에서는 이러한 사회 현상이 부와 소득의 분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분석한다. 어째서 거대 기업 임원의 급여가 최근 수십 년 동안 치솟고 있는지, 어째서 월스트리트의 매니저와 트레이더가 받는 급여가 급등하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해보면, 그들의 통찰이나 기술의 가치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3부에서는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 공정한 새로운 경제 규칙을 만드는 방법과 대기업과 거대 은행, 부자들의 집중된 힘에 맞설 평형추 역할을 할 대항적 세력을 형성하는 법을 제안한다.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대항적 세력이 성장하면 경제가 자율적으로 경제 자체를 규제할 수 있는 능력이 강화되므로 종합적인 정부 통제나 계획을 줄일 수 있다"며 대항적 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고, 이러한 대항적 세력 덕택에 1950년대 미국의 중산 근로층은 경제 성장으로 달성한 이익에서 상당한 몫을 차지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대기업, 거대 은행, 부자들에 맞설 대항적인 힘을 갖추어야 부의 불평등과 기회 축소를 향해 기우는 사회를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열정적이지만 실용적이고 포괄적이지만 엄격한 입장을 취하며 자본주의의 현 상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시민의 행동을 촉구하는 책이다.

    "사유재산의 침해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빈곤층이 부유층을 급작스럽고 격렬하게 강탈한다. 둘째, 부유층이 빈곤층을 서서히 합법적으로 강탈한다." 존 테일러John Taylor, 《미합중국 정부의 원칙과 정책에 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Principles and policy of the Government of the United States(1984년)》 중에서

    책 속으로

    오늘날 많은 선진 국가에서 경제 내셔널리즘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유럽 연합을 탈퇴하기로 결정했고, 다른 유럽 국가들은 국제 무역과 이민 정책을 더욱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미국인 대다수는 국제 무역을 더 이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주요 미국 대통령 후보들은 무역 협정과 국제 경제 협정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국가주의 정당이 더욱 세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국제화 기류에서 돌아서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6쪽)

    한국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경제에서든 정치에서든 지속될 수 없습니다. 어떤 경제도 대규모 중산층이 구매력을 발휘해 성장 속도를 받쳐주지 않고서는 긍정적인 여세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 경제 대침체에서 회복하는 속도가 매우 느리고 성과가 부실한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편 열심히 일했는데도 몇 년 동안 임금을 올려 받지 못한 미국 유권자 상당수가 분노하고 좌절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제도와 이민자 등 편리하게 화살을 돌릴 수 있는 희생양에 대항해 국수주의적 반란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제 성장 이익을 소수 상층 집단에 부여하는 정치적 경제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합니다.(9쪽)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대기업의 CEO와 월스트리트의 일류 트레이더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자기 급여를 효과적으로 설정하고, 기업의 이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시장 규칙을 바꿔가면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재산을 증식한다. 그러는 사이에 일반 근로자의 급여는 앞서 설명했듯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갖춘 대항적 세력이 사라졌으므로 전혀 오르지 않는다. 근로 빈곤층과 비근로 부유층이 동시에 부상하면서 소득과 노력은 더 이상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15쪽)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고 정부가 '침범하는' '자유 시장' 개념은 많은 사람의 정신을 거의 더할 나위 없이 깊이 오염시켰다. 이 개념에 따르면 시장이 초래하는 불평등이나 불안정은 비인격적인 '시장 지배력' 때문에 자연스럽고 불가피하게 생겨난 결과다. 근로자가 받는 급여는 시장에서 근로자의 가치를 결정하는 수단일 뿐이다. 근로자가 생계를 유지할 만큼 급여를 받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수십 억 달러를 긁어모으는 사람은 틀림없이 그만큼 가치가 있다. 수백만 명이 직장을 잃더라도, 급여가 줄어들더라도, 생계를 유지하려고 두세 개 직업에 매달려야 하더라도, 다음 달 아니 다음 주에 몇 푼이나 벌 수 있을지 가늠하지 못하더라도 불행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시장 지배력'이 작용한 결과이므로 어쩔 수 없다.(23쪽)

    우리가 주시해야 할 중대 사항은 2008년 월스트리트의 구제금융처럼 드물게 발생하는 거대 사건이 아니라 작은 규칙이 끊임없이 바뀌면서 경제 게임을 계속 변경시키는 현실이다. 물론 거대 사건도 이후의 게임 진행 방식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월스트리트에서 실시한 구제금융의 이면에는 곤경에 처한 거대 은행들을 정부가 틀림없이 지원하리라는 뜻이 숨어 있다.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구제금융을 받은 대형 은행은 금융 면에서 소형 은행보다 유리하고, 그 후 성장을 추진하고 금융 부문 전체를 장악하는 동력을 손에 쥐었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규칙을 획득하는 동시에 원하지 않는 규칙을 피할 수 있는 정치적 힘을 발달시켰다.(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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