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GO)'가 미국과 호주, 유럽에 이어 아시아에도 상륙하면서 영토 확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이같은 포켓몬 고 돌풍을 둘러싸고 세계 각국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각종 업계에서는 게임과 캐릭터를 활용한 '포켓몬 특수' 마케팅에 나서는 반면, 중동 지역에서는 종교적 문제로 포켓몬 고 게임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또 현재 국내에서 금지되고 있는 구글의 지도 반출 문제가 재쟁점화, 규제완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 '포켓몬 고' 고향 日 상륙,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포켓몬 특수' 마케팅 적극
22일 '포켓몬 고'가 포켓몬스터의 고향인 일본에 출시됐다. 이는 지난 6일 미국과 호주 등에 출시된지 2주 만으로, 아시아 국가중엔 최초다.
'포켓몬 고' 개발사인 나이앤틱과 일본 맥도날드는 출시에 앞서,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포켓몬 고'의 첫 번째 스폰서가 된 일본 맥도날드는 세트상품(해피밀)에 포켓몬 피규어를 넣는 등 포켓몬 마케팅에 들어갔다.
또 맥도날드 매장을 포켓몬 대결을 펼치는 장소인 '포켓몬 체육관'과 다양한 아이템이 나오는 '포켓스톱' 등으로 지정했다. 포켓몬 고가 본고장인 일본에서 흥행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맥도날드 역시 이에 따른 매출 증대를 노린 것이다.
이날 포켓몬 고의 일본 출시로, 게임 권역이 대마도와 묶여있는 부산에서도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부산은 연일 떠들썩했다.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은 15층 바닷가 전망 객실을 '포켓몬 콘셉트룸'으로 꾸미고 피카츄 치즈버거, 피카츄 샌드위치와 케이크 등의 한정 판매를 준비했다. 그러나 아쉽게 대마도가 포켓몬 고 이용 지역에서 제외되면서 부산에서의 게임 이용은 불가능해졌다.
반면, 간절곶 등대 등 울산 일부지역에서 게임이 실행되자, 속초에 이어 제 2의 포켓몬 성지로 떠오르면서 하루 사이 방문객이 10배 이상 불어났다. 이에 울산시는 '포켓몬 고 서비스 지원 상황실'을 구성해 간절곶에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휴대전화 무료 충전기, 가림막, 음수대 등도 마련, 게이머들 지원에 나섰다.
포켓몬 고 열풍에 할리우드도 동참했다. 미국 레전더리 엔터네인먼트와 포켓몬 컴퍼니가 포켓몬 고 게임에 기반한 라이브액션 필름 제작에 나서기로 한 것. 이는 애니메이션과 실제 배우를 혼합한 영화로, 이 영화의 주연인 피카츄는 형사로 등장한다.
◇ "이슬람 교리 어긋나" 사우디 '포켓몬 고' 금지령…쿠웨이트·UAE도 자제령반면, '포켓몬 고'의 뜨거운 인기를 식히려는 듯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곳도 있다. 중동 지역에서는 '포켓몬 고' 게임이 "이슬람 교리와 어긋난다"면서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동에는 아직까지 '포켓몬 고'가 출시되지 않았지만 포켓몬 고가 서구권과 아시아 일부에서 큰 인기를 끌자 먼저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사우디 고위 성직자 모임인 원로위원회는 앞서 출시된 '포켓몬 게임'을 일절 금지한 '파트와'(fatwa·이슬람 율법 해석에 따른 칙령)를 '포켓몬 고'에도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1년 원로위원회는 "포켓몬 게임이 기독교, 이스라엘 시오니즘, 프리메이슨 등 다신교를 연상시키고 도박적인 요소가 있다"면서 이를 전면 금지했다.
이집트 수니파 최고 종교기관 알아즈하르의 압바스 슈만 부총장 역시 "'포켓몬 고'는 게임을 허용되지 않는 이슬람 교리에 따라 금지된다"고 주장했다. 쿠웨이트 정부와 아랍에미리트 정부도 각각"포켓몬 고를 즐기다가 관공서, 군사기지 등 보안 시설을 촬영하면 안 된다", "지리 정보를 이용하는 포켓몬 고를 통해 개인의 위치가 노출되면 범죄에 악용되고, 위험에 빠질 수 있다"라며 자제를 권고했다.
◇ 구글 지도 반출 '쟁점화'…"지역 정보 노출되는만큼 안보상 지도 반출 신중해야"포켓몬 고의 일본 상륙에 인접국인 한국 출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우려를 감출 수 없는 분위기다. 포켓몬 고 열풍에 구글의 지도 반출 문제가 다시 쟁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군 당국은 안보에 대한 이유로 구글에 지도 반출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게임 사용 구역과 속초와 고성 등 강원 일부 지역이 묶이면서 한정적으로 게임은 가능하다. 그러나 구글 지도의 지원 없이 기본 위치정보만으로 게임이 구동돼 배경이 대부분 허허벌판이거나 체육관과 같은 응용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어 재미 또한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 반출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고자 의도적으로 포켓몬 고의 한국 서비스를 막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이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지만 존 행크 나이앤틱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완전한 버전으로 '포켓몬 고'가 출시되길 원한다"며 "(지도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방식인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시름이 깊다. 포켓몬고 게임 유저가 국내에서만 100만명이 넘어섰고 일본에까지 상륙하자, 지도 반출 규제를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이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도 반출은 우리 안보를 저버리는 일"이라면서 지도반출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증강현실 등 4차 혁명에서 지도 데이터는 자산"이라면서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고 세금도 안 내는 구글에 특혜를 줄 수 없고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면서까지 국가 안보이자 미래자산을 희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포켓몬 고와 지도 반출 문제는 별개"라는 주장이다. 알파고 대국에서 확인했듯이 데이터 가치는 엄청나고, 구글의 빅데이터 수집·분석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만큼 "국가 정보를 제공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앱은 기본적으로 모바일 사용자의 성별과 나이 등 기본 정보뿐만 아니라, 위치, 취향, 이동경로 등을 수집한다"면서 "포켓몬 고를 하면서 드러나는 특정 지역의 정보 등으로 유추, 분석할 수 있는 상세 데이터들이 구글로 넘어가면 이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오로지 구글만이 알 수 있다"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