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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검열은 교묘해지고, 그들은 뻔뻔해지네”



공연/전시

    “갈수록 검열은 교묘해지고, 그들은 뻔뻔해지네”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인터뷰⑧] 극단 '달나라동백꽃' 윤혜숙 연출

    예술계 검열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전에는 논란이 생기면 검열이 잦아들곤 했는데, 현 정부에서는 더욱 당당하게 자행됩니다. 분노한 젊은 연극인들이 반기를 들었습니다. 검열에 저항하는 연극제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를 5개월간 진행하겠답니다. 21명의 젊은 연출가들이 총 20편의 연극을 각각 무대에 올립니다.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작품으로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려는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CBS노컷뉴스가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검열이 연극계 판을 분열시키고 있다”
    ② “비논리적인 그들의 검열 언어, 꼬집어줄 것”
    ③ “포르노 세상에서 검열이란”
    ④ “검열, 창작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⑤ “검열을 '해야 된다'는 그들…왜 그럴까”
    ⑥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⑦ “'불신의 힘', 검열 사태 이후 나에게 하는 살풀이”
    ⑧ “갈수록 검열은 교묘해지고, 그들은 뻔뻔해지네”
    (계속)

    극단 달나라동백꽃 윤혜숙 연출.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검열에 저항하는 젊은 연극인들의 페스티벌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의 일곱 번째 작품은 극단 달나라동백꽃 윤혜숙(32) 연출의 '15분'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일어난 연극 검열 사건인 '팝업씨어터' 사태를 겪은 윤혜숙 연출은, 그 사건 이후 15분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게 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로부터 요청받았던 공연 시간이 '15분', 이후 검열에 반대한다는 릴레이 피켓 시위 시간도 '15분'이었다.

    이번 공연은 그가 겪은 '15분들'을 돌아보는 자전적인 내용이다. 한편으로는 잊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잊을 수 없는 사건에서 그는 지금 몸부림을 하고 있다.

    검열을 경험한 당사자로서 주변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잠시 침묵한 뒤 어렵게 입을 뗐다.

    "팝업씨어터 사건 이후, 시간이 흐른 지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우리 안에서 미안함, 죄책감 같은 것들이 번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검열 사건으로 우리 모두 조금씩 내상을 입은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서로 미안해하는 마음은 내려놓고, 바깥을 향해서 조금 더 예민해졌으면 좋겠다. 검열 방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그들은 날이 갈수록 뻔뻔해지고 있으니."

    공연은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진행된다.

    다음은 윤혜숙 연출과 1문 1답.

     

    ▶ 극단 소개를 해 달라.
    = 극단 달나라동백꽃은 2011년 8월 창단했다. 나는 창단 멤버는 아니고, 뒤늦게 합류했다. 조연출로 연출부에서 일하다, 입봉한 이후에는 조금씩 연출 작업도 하고 있다. 달나라동백꽃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이슈나 역사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집단이다. 주로 김은성 작가의 작품으로 공연을 하지만, 그때 그때 관심에 따라 공동창작이나 다른 희곡으로도 공연한다.

    ▶ 연극 '15분'은 어떤 공연인가.
    = 올해 2월 ‘검열각하2016_권리장전’ 시놉시스를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처음에는 검열로 인해 금지된 것들에 대한 아카이브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 동서양 고금을 막론해 금지된 것들에 대한 아카이빙을 극장에서 하고 싶었는데, 생각할수록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다. 저 멀리 있는 것을 애써 더듬어 만지려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그래도 나는 지난해 ‘팝업시어터’ 사태를 겪고, 그 안에 있었던 사람인데, 그때 이야기가 아닌 먼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답답함이었다.

    결국 질문을 내 안으로 바꿔,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고민했다. 인상적인 키워드가 ‘15분’이었다. ‘팝업씨어터’ 때 15분짜리 공연을 요청받았다. 검열 사태 이후 공연을 보이콧하고, 피켓 릴레이를 했는데 그것도 15분씩이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피켓 릴레이를 하면서, 생각보다 15분이 길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갔고, 그 중에는 나를 쳐다보는 사람도 있는데, 막상 나는 어떻게 쳐다봐야 할지 모르겠고. 나는 왜 공연을 했어야 할 장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을까 등 여러 생각을 했다. 20일 정도 피켓 릴레이를 했는데, 15분이 축적되다 보니 그 시간 동안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라. 공연은 개인적으로 겪은 일들을 통해서 지난 ‘15분들’을 돌아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 그렇다. 처음엔 ‘15분’ 이란 시간이 갖는 보편성에 주목했는데, 점점 15분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 기억’에 더 무게를 싣게 된다.

    ▶ 공연을 통해 관객이 알았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 메시지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한 것 같고, 팝업씨어터 사건을 겪었던 그때 그 시간들을 통과하는, 기억하려고 혹은 잊으려고 애쓰는 한 사람의 모습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윤혜숙 연출.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 팝업씨어터 때 이야기를 해보자. 당시 기분이 어떠했나.
    = 이번에 작업 준비하면서 조금 놀란 게 있다. 내가 너무 많이 잊어버렸다는 거다. 당시 사건 일지는 기록해둬서 있는데, 일기를 쓰지 않아서 어떤 감정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기억나는 건 불면과 과음 정도.(웃음)

    지금은 그때처럼 분노하지 않는다. 분노라는 감정은 뜨겁게 올랐다가 금방 사라졌고, 그 뒤로 무력감과 모멸감, 또 어떤 부분에서는 부끄러움 같은 것이 오래 갔다.

    ▶ 무력감, 모멸감은 이해가 가는데 부끄러움은 왜 들까.
    = 왜 저렇게 밖에 못했을까 하는 생각들,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 주었던 순간들, 그런 것들이 문득 다가올 때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나조차도 그때 일들을 점점 잊어버린다는 것에 대해서도.

    ▶ 팝업씨어터가 연출자로서 첫 데뷔였나.
    = 데뷔는 2015년 1월, 혜화동 1번지에서 '작은문공장'이라는 작품으로 했다. 팝업씨어터는 두 번째 작품이었다.

    ▶ 검열 당사자로서 주변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팝업씨어터 사건 이후, 시간이 흐른 지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우리 안에서 미안함, 죄책감 같은 것들이 번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검열 사건으로 우리 모두 조금씩 내상을 입은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서로 미안해하는 마음은 내려놓고, 바깥을 향해서 조금 더 예민해졌으면 좋겠다. 검열 방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그들은 날이 갈수록 뻔뻔해지고 있으니.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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