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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일으킨 조카를 버려야 훈장 자격이 있단 겁니까?"



사회 일반

    "전쟁 일으킨 조카를 버려야 훈장 자격이 있단 겁니까?"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후보 인천 경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 장면.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제 장인은 좌익활동을 하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해방 되는 해 실명을 하셔서 앞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무슨 일을 얼마나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결혼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잘 키우고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이런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께서 심판해주십시오. 여러분이 그런 아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신다면, 저 대통령 후보 그만 두겠습니다. 여러분이 하라고 하면 저 열심히 하겠습니다."

    2002년 4월,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노무현은 장인의 좌익 전력 논란에 정면 승부로 맞섰다.

    자칫 붉은 색깔이 덧입혀져 상처가 됐을 수도 있지만 위와 같은 사자후로 오히려 동정 여론까지 샀다.

    여론은 일각에서 제기한 색깔론을, 더이상 있어서는 안 될 '연좌제'로 결론 내렸던 것이다.

    14년이 지나 이번엔 삼촌이 조카로 인해 연좌제에 얽힌 모습이다.

    국가보훈처가 2012년 독립운동가 강진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한 뒤, 뒤늦게 그가 북한 김일성 주석의 외삼촌임이 확인돼 논란이 일자 서훈을 취소한 것이다.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강진석에게 훈장을 준 보훈처를 강하게 질타하는 건 뜻밖에도 야당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국회 정무위에서 "보훈처는 대한민국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운 분들과 그 유가족을 보훈하기 위해서 있는 기관"이라며 "김일성 일가에 대한 서훈은 통일 때까지 유보되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강진석의 경우 독립운동을 했고 광복 이전에 사망했기 때문에 애국장을 서훈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박승춘 보훈처장에게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 사람의 죄에 대해 특정범위의 다른 사람들이 함께 불이익을 받도록 한 연좌제는 이땅에서 1894년 공식 폐지됐다.

    하지만 남북분단과 한국전쟁을 거친 뒤 사상범과 부역자, 월북인사의 친족들에게는 사실상의 연좌제가 적용돼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함해 그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축은 현재의 야당이지만, 그 야당 안에서 연좌제 부활의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나온 셈이다.

    일제 시대 무장 독립운동 결사였던 백산무사단 제2부 외무원이던 강진석이, 군자금을 모집하다 1921년 일경에 체포돼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8년간 옥고를 치렀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말이다.

    그가 현재의 모습을 지켜본다면 이런 사자후를 남길지도 모를 일이다.

    "제 조카 김일성은 6.25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저는 전쟁이 일어나기 8년 전인 1942년에 죽었기 때문에 얼마나 악랄한 일이 저질러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조카가 전쟁을 일으키기 훨씬 전에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동지들과 일제에 맞서 싸우고 군자금을 모집하다 일제 경찰에 체포돼 13년을 선고받고 8년간 옥고를 치렀습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제가 낳지도 않은 조카를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까? 그렇게 하면 훈장받을 자격이 있고 그대로 있으면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여러분들께서 심판해주십시오. 그런 조카가 있는 사람은 훈장받을 자격이 없다고 하면 포기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문제없다고 하면 다시 돌아간다 해도 열심히 독립운동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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