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울산본부와 무소속 김종훈(울산 동구)·윤종오(울산 북구) 국회의원이 주관한 '재벌 탈·편법 경영세습 문제와 대안 토론회'가 29일 울산시 남구 꿈드림카페에서 열렸다.(사진 = 울산CBS 반웅규 기자)
'현대중공업 대량해고 구조조정 이면에는 재벌의 경영 세습과 지배구조가 깊은 관련이 있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재벌의 탈·편법 경영세습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찾는 토론회가 울산에서 열려 관심을 모았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무소속 김종훈(울산 동구)·윤종오(울산 북구) 국회의원이 주관한 '재벌 탈·편법 경영세습 문제와 대안 토론회'가 29일 울산시 남구 꿈드림카페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가 '경영세습이 한국 경제와 회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으로, 송덕용 공인회계사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지배구조와 구조조정'을 주제로 각각 발표한데 이어 종합토론으로 진행됐다.
송덕용 회계사는 우선, 현대중공업 그룹도 여느 재벌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순환출자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송 회계사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현대삼호중공업이 주식 지분율 43.51%로 미포조선을 지배하고 있다.
또 미포조선은 지분율 7.98%로 현대중공업의 2대주주 이며, 현대중공업은 다시 94.92% 지분율로 삼호중공업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전체 주식 지분율의 10.15%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현대중공업 지분구조는 2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 아산사회복지재단(2.53%), 아산나눔재단(0.65%) 등 특수관계자로 구성돼 있다.
정 이사장의 지분에 특수관계 지분을 포함하면 지분률은 21%.
즉, 정 이사장의 현대중공업 지배를 보조하는 형식의 전형적인 순환출자 라는 게 송 회계사의 설명이다.
더 나아가 현대중공업그룹 총수가 경영세습 등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재벌 중심으로 경제력을 집중시켰고 그 과정에서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송 회계사는 "회사 자금이 충분하다면 적자가 발생해도 대량해고를 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적자 원인과 회사 상황이 어려울 때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대중공업이 정상적인 경영을 하다가 적자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거다.
송 회계사는 "현대중공업의 지난 2014~2015년 적자가 3조 원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선박 제조 원가를 미리 추정하는 식의 분식회계 특성상 현실적으로 2년 동안 3조 원의 적자가 한 꺼번에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 만큼 손실 기간과 그 액수가 실제로 맞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조선산업 분식회계라는 특성상 빠져나갔을 자금 외에도 정 이사장이 그룹 총수로 있으면서 자회사와 관계사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송 회계사는 "정 이사장이 MB정권 때 자원개발외교 명목으로 구입한 현대자원개발에서 큰 손실을 본 것을 시작으로, 그룹 재건을 한다며 예전에 팔았던 현대상선 구입에 4,000억 원, 현대오일뱅크 구입에 3조 원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중공업 노동자 1인 평균 임금을 7,000만 원이라고 가정하고 1,000명을 대량해고 했을 때, 회사 입장에서는 7,000억 원을 비용 절감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앞서 현대오일뱅크만 구입하지 않았더라도 해고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현대와 삼성, SK 등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지속될 경우 시장 경제 체제 근간을 흔들어 이전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재벌의 순환출자를 통한 수직적 계열사 지배와 내부 일감 몰아주기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을 원칙적으로 막는다는 게 그 이유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산업의 기술혁신과 시장 활력을 떨어뜨리고 결국엔 심각한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대 박상인 교수는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경우, 순환출자를 통한 수직적 계열사 지배의 재벌구조는 기업 블록(Bloc) 곧, 집단 단위로 망하게 되고 이는 경제적 위기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는 "부실한 계열사 한 두 개쯤 흡수해서 위기를 모면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시스템 리스크(System Risk)를 야기하는 것으로, 이렇게 된다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 다시 올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