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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티요 괴력에 가려진 '권혁 +7점 차 등판'



야구

    카스티요 괴력에 가려진 '권혁 +7점 차 등판'

    '귀할수록 아껴써야지...' 25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5점 차로 앞선 8회에 이어 7점 차로 더 벌어진 9회도 등판한 한화 필승조 권혁.(자료사진=한화)

     

    한화에게 25일 롯데전은 중요한 한판이었다. 전날 야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의 방출 파문 이후 새 외국인 투수의 데뷔전이었기 때문이다.

    한화는 이날 파비오 카스티요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 선발로 냈다. 지난 20일 역시 방출한 알렉스 마에스트리의 대체 선수였다.

    카스티요의 한국 무대 데뷔전은 돋보였다. 최고 구속 159km의 강속구를 뿌리며 7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잡아냈고, 안타 4개와 볼넷 3개를 산발로 내주며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날 8-1 승리를 이끌며 승리를 따냈다.

    로저스 파문으로 뒤숭숭했던 한화는 새 외인의 든든한 역투와 승리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전날 연장 패배의 후유증도 적잖게 털어냈다.

    하지만 카스티요의 화려한 데뷔전에 가려진 부분이 있다. 바로 '불꽃 남자' 권혁의 등판이다. 지난해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시 뇌관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권혁, 8회 5점-9회 7점 차 리드에서 등판

    이날 권혁은 카스티요에 이어 8회 등판했다.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라 현재 불펜에서 가장 믿을 만한 권혁의 등판은 일견 이해될 만했다. 권혁은 전날까지 6월 12경기 23이닝 평균자책점(ERA)이 0.78일 만큼 빼어난 구위를 뽐냈다.

    물론 권혁은 24일 롯데전을 쉬었다.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었으나 등판하지 않았다. 23일 NC전에서 2⅔이닝 41구를 던진 까닭이었다. 또 8회 롯데 공격은 상위 타순인 데다 1번 손아섭, 3번 김문호 등 좌타자들이 있었다. 좌완 권혁 투입은 자연스러울 수 있었다.

    하지만 한화가 6-1로 앞서고 있던 상황이었다. 롯데가 8, 9회 두 번의 공격만 남긴 점을 감안하면 5점 차는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홀드나 세이브 상황도 아니었다. 다만 타고투저가 극심해 최근에는 필승조 투입 시점이 3점이 아닌 4점 차로 굳어지는 추세지만 5점 차였다. 이런 가운데 한화 벤치의 선택은 권혁이었다.

    '이제 권혁이 또 지켜줄 거야'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카스티요(오른쪽)가 25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호투를 펼친 뒤 포수 차일목과 교감하는 모습.(대전=한화)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워낙 올 시즌 부진해 1승이 목마른 데다 팀 ERA도 최하위(5.85)인 한화다. 문제는 9회도 권혁이 나섰다는 점이다.

    권혁은 8회,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며 벤치 기대에 부응했다. 롯데 1~3번 타자를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그 사이 한화는 8회말 2점을 추가해 8-1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7점 차였다. 다른 투수가 나서도 충분한 리드였다.

    하지만 권혁은 9회도 마운드에 올랐다. 8회 13개의 공을 던진 권혁은 9회 4번 황재균과 5번 강민호를 범타로 처리했다. 2사까지 잡았지만 손용석에게 안타, 김상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강판했다.

    결국 송창식이 김주현을 삼진으로 잡아내 경기를 마무리했다. 권혁은 9회 17개의 공을 던져 이날 투구수는 30개를 기록했다. 사실상 26일 경기 등판이 쉽지 않게 됐다.

    ▲권혁, 이러다 또 지난해 전철 밟을라

    권혁을 아예 26일 경기에 쓰지 않을 계획이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권혁을 5점 차, 혹은 7점 차 리드에서 소모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현재 한화 불펜에서 최고의 구위를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다 요긴한 상황에서 쓰도록 아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한화는 전날까지 2연속 연장전을 치러 불펜 소모가 극심하긴 했다. 연장 10회까지 간 24일 송창식(⅔이닝 14구), 심수창(1이닝 22구), 정우람(1⅓이닝 18구), 송신영(1이닝 23구)이 나섰고, 12회 무승부가 된 23일 NC전에서 장민재(1⅓이닝 30구), 박정진(3이닝 43구), 권혁(2⅔이닝 41구), 정우람(2⅓이닝 38구), 심수창(4구), 송창식(1이닝 13구)이 투입됐다.

    25일 경기에 전날 쉰 권혁이 나서는 것은 큰 무리는 없다. 그러나 5점 차, 7점 차라면 다른 선수가 나서 권혁을 더 쉬게 하는 방법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권혁을 26일에도 투입할 수 있어 승산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각 구단마다 마운드의 속사정이 있겠지만 한화의 마운드 운용은 상식을 벗어날 때가 많았다.

    더군다나 이미 한화는 지난해도 비슷하게 마운드를 운영하다 낭패를 본 터다. 권혁은 지난해 전반기 선전하다 6점 차, 8점 차 리드에도 등판하는 등 혹사 논란을 빚은 끝에 후반기 부진에 빠졌다. 전반기 7승8패 11세이브 4홀드 ERA 4.01로 활약했던 권혁은 결국 9승13패 17세이브 6홀드 ERA 4.98로 시즌을 마쳤다. 최다 블론세이브(8개)였다.

    권혁은 지난해 8점 차 리드에도 등판하는 등 혹사 논란 속에 후반기 현저한 구위 저하로 고전했다.(자료사진=한화)

     

    지난해 권혁은 78경기 출장으로 전체 투수 중 2위였다. 그러나 1위인 NC 임정호(80경기 48이닝)보다 2배가 훌쩍 넘는 112이닝을 소화했다. 권혁의 한 시즌 최다였던 2009년 삼성 시절 80⅔이닝보다 40이닝 이상 더 많았다. 그러니 후반기로 갈수록 구위가 떨어졌다.

    올해도 비슷하다. 권혁은 올해 10개 구단 투수 중 최다인 42경기에 나섰다. 64이닝을 소화해 넥센 박주현(63이닝), 삼성 장원삼(62이닝), 케이티 주권(61⅓이닝) 등 어지간한 선발 투수보다 많이 던졌다. 올해도 후반기 구위 저하가 우려되는 이유다.

    25일 경기에서는 굳이 권혁이 나서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다. 일단 피로가 덜 쌓인 투수가 나서고 위기가 오면 권혁이 등판해도 됐다. 특히 권혁의 9회 등판은 지난해 한화 벤치의 조급증을 연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권혁의 등판이다.

    전가의 보도를 너무 자주 쓰다가는 무뎌진다. 귀할수록 적절할 때 써야 빛난다. 긴 호흡으로 시즌을 보는 게 아닌 오늘만 사는 한화의 야구는 지난해 이미 통하지 않는다는 게 증명이 됐다. 올해도 같은 방법으로 시즌을 치르기에는 아직 가을야구를 목표로 도약하기 위한 시간이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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