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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값싼' 전기…'거꾸로' 정부



대전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값싼' 전기…'거꾸로' 정부

    • 2016-06-20 05:00

    ['환경 화약고' 충남 서북부] 1부-수도권 에너지 전초기지…'강요된 희생'

    충남의 전력 자급률은 300%가 넘는다. 논란 속에서도 화력발전소와 송전탑들이 추가 설립되는 이유는 수도권에 '더 많은 전기를 더 싸게' 공급하기 위함이다. 반면 산업폐기물은 충남으로 내려온다. 내쳐지는 수도권의 오염산업들은 충남의 값싼 들판을 찾아냈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졌지만 정부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해당 지역 주민 건강이나 마을공동체 붕괴 등 부작용에 대한 외면도 여전하다.

    충남 서북부의 팽창은 지역의 화두다. 이른바 환황해권의 중심. 기존 산업기반 위에 교통망이 확충되고 각종 시설들이 들어선다. 하지만 도시 규모만큼 환경 정책은 따라오지 못한다. 미세먼지와 오존에 노출된 채 화학단지와 동거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그런가하면 배로 불과 한 시간 남짓한 바다 건너편 중국 동해에서는 원자력발전소들이 무더기로 건설 중이다. 해수 흐름도 또 바람 방향도 중국 본토보다 한국이 훨씬 위험하지만, 이를 눈여겨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국가와 도시의 '발전'을 위한 기회비용으로 치부하기엔 미래가 너무 어둡다. 충남 서북부 지역의 환경 문제는 이미 오래된 문제다. 하지만, 그 동안 개선된 게 별로 없다. 개선되지 않는다면 문제 제기도 계속돼야 하지 않겠는가. 지역 환경 문제를 폭넓게 짚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부-수도권 에너지 전초기지…'강요된 희생'

    1) 연간 1600명 조기사망에도 화력발전 더 짓겠다는 정부
    ①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값싼' 전기…'거꾸로' 정부
    ② 국가산업은 절대선(善)인가…귀 닫은 정부

    2) 지역 이기주의라고요?…우리 말도 좀 들어봐 주세요
    ① '차별과 외면' 북당진 변환소…바뀌는 프레임 '왜'
    ② '고통의 대가' 발전세는 어디로 갔나

    3) 오염산업들의 진출…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① 밀려오는 폐기물 그리고 오염산업들
    ②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장님들은 왜 자살했나

    2부-변하지 않는 성장의 그늘

    4) 석유화학단지와 화력발전소, 철강단지가 한 곳에
    5) 팽창하는 충남 서북부…환경 로드맵이 필요하다
    6) 뱃길로 1시간…'눈 앞의' 중국 원자력발전소들

    3부-근본 대책? 중요한 건 정부 '의지'

    7) 오염물질 배출 총량제 확대 해프닝…정부, 대책 알고도 모른 척(?)

    사람 목숨과 값싼 전기,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 화력발전소 주변, 제 명 다 못 산다 =
    대기 오염은 고혈압, 다이어트, 흡연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사망 위험 요인이라고 미국 워싱턴대학 보건지표 평가연구소는 보고했다. 연간 550만 명 이상이 대기 오염 때문에 사망한다는 보고서는 지난 2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됐다. 협회는 그러면서 "대기 오염에 대한 적극적 조치가 없을 경우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 (사진=신석우 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초미세먼지(PM2.5)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지름 2.5㎛이하 크기로 호흡기는 물론 피부로도 침투해 폐와 심장 등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남긴다. 세계적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국내 초미세먼지 주범으로 석탄 즉, 화력발전소를 꼽았다. 지난 3월 설명회에서 이들은 석탄이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의 59%를 차지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화력발전으로 인한 국내 조기사망자 수는 1600여 명.

    이 같은 비관적(?) 결과는 해외 환경단체만이 내세우는 '주장'은 아니다. 국내 정부기관인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도 지난해 11월 매년 1144명이 초미세먼지로 조기사망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구원 측은 고령화로 인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는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암울한 전망이 아닐 수 없다.

    ◇ 추가 화력발전소 절반은 충남에 =한국의 화력발전소는 충남에 집중돼 있다. 전체 53기 가운데 26기(47%)가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 당진과 태안, 보령, 서천에 집중돼 있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연간 조기사망자 1600명 가운데 절반인 800명 가량은 충남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 정부는 2025년까지 화력발전소 20기를 추가 설치한다. 역시 절반에 가까운 9기(45%)가 충남에 집중돼 있다. 매년 1000여 명, 충남에서만 750명의 조기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그린피스의 추산이다. 발전소 연한을 40년으로 가정하면 전국적으로 4만여 명, 이 중 3만여 명은 충남지역의 조기사망자들이다.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 정부기관인 KEI의 지난해 11월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모두 담겨있다. KEI는 오히려 발전소 추가 설치에 따른 오존(O3) 증가와 이로 인한 조기 사망자까지 포함하는 등 더 큰 위험을 경고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왜 화력발전소 추가 설치를 추진할까.

    충남 지역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화력발전소 증설 정책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신석우 기자)

     

    ◇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값싼 전기' =사람 목숨과 값싼 전기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우리 정부의 선택은 값싼 전기였다. 산업체에 전기를 싸게 공급하기 위해 연간 1600명 외에도 매년 1000명의 국민의 목숨을 더 희생시키겠다는 선택인 셈이다.

    그렇다고 값싼 전기가 장기적으로 우리 산업에 도움이 될 지도 미지수다.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이 전기요금 인상을 초래해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하한다는 게 정부의 논리인데, 장기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이 같은 혜택이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충남 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처장은 "정부 주장은 80년대 임금 인상이 제품 가격에 반영돼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논리와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값싼 전기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지난해 12월 한국 등 195개국 정부가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 불이행으로 인한 국가 신뢰도 하락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값싼 전기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아니더라도, 값싼 전기를 위해 국민 수천 명을 희생시키거나, 희생의 절반을 일부 지역에 강요하는 결정이 정부의 올바른 선택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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