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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도 전제로…" 그럼에도 기사 쓸 때와 침묵할 때



사건/사고

    "비보도 전제로…" 그럼에도 기사 쓸 때와 침묵할 때

    왼쪽부터 임우재 고문과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사진=자료사진)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이혼 송사를 둘러싼 논란이 언론 윤리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비보도'를 전제로 한 임우재 고문의 사적 발언을 월간조선 기자가 조선일보를 통해 먼저 보도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한겨레는 16일 기사를 통해 "임 고문은 이혼소송 항소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으나, 비보도를 전제로 만났던 한 언론사 기자가 자신의 기사를 보도하자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밝혀달라'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 아들이기 전에 직장 상사(이부진 사장)의 아들이라 어려웠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데 이건희 회장이 유학을 가라고 했고, 준비 도중 너무 힘들어 자살을 시도했다', '돈을 요구하고 아내를 폭행하는 파렴치한으로 몰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라는 임 고문의 발언을 실었다.

    대부분 전날 조선일보에서 보도된 내용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인 혜문 스님은 조선일보 보도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서, 임 고문과 기자들이 모인 14일 오찬 자리는 자신이 주선했다고 말하고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은 절대 기사화 하지 않기로 한 만남이었다"고 설명했다.

    임우재 고문은 월간조선, 한겨레 기자 등과 만나 '보도하지 말아달라'며 가정사를 털어놓았는데 조선 측이 비보도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 공익적 특종이 '비보도' 파기에서 나오기도

    비보도 약속 파기에 따른 논란은 심심치 않게 제기됐다.

    2007년 2월에는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비보도를 전제로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99%"라고 발언했다가 국민일보에 해당 기사가 실렸다.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은 '오프더레코드(off the record)'를 전제로 발언을 요구해 유 장관이 몇마디를 한 것인데, 국민일보 기자가 이를 깬 것.

    해당 기자는 "오프를 수용할 것인지, 기사를 쓸 것인지에 대해 데스크와 다른 사회부 기자들과 많은 고민을 나눈 끝에 기사화하게 됐다"고 말했고, 결국 기자단 출입정지 징계는 물론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경고도 받았다.

    2014년에는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니고…" 발언이 문제가 됐다.

    세월호 참사 당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의전용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는 사진이 도마에 오르자 민 대변인은 비보도를 전제로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 먹은 것도 아니다. 쭈그려 앉아서 먹은 건데 팔걸이의자 때문에…"라고 언급했다.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이라며 일부 언론사가 보도하자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해당 기자들에게 출입정지 징계를 내렸다.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 (사진=자료사진)

     

    CBS노컷뉴스도 국정교과서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교과서 대표 집필진으로 초빙된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의 발언을 '비보도 약속'을 깨고 보도했다.

    최 교수는 자신의 자택에서 몇몇 기자들과 만나 당시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이 국사편찬위원회 기자회견 자리에 꼭 참석해줄 것을 종용했다는 등 '청와대의 국정교과서 관여' 사실을 확인해줬다.

    그는 발언 내내 기자들에게 오프더레코드를 요청했지만 CBS노컷뉴스는 공익적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이를 기사화했다.

    ◇ '임 고문 발언'의 조선 보도…공익적 목적이었을까

    하지만 '비보도' 약속의 파기 여부를 공익성에만 두기도 어렵다.

    현행 신문윤리실천요강 제5조 ④항은 "기자가 취재원의 신원이나 내용의 비보도 요청에 동의한 경우 취재원이 비윤리적 행위 또는 불법행위의 당사자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발언 당사자가 비윤리적이거나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공익적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비보도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취지다.

    엄밀히 적용하면 최몽룡 교수 발언에 대한 CBS노컷뉴스 보도도 요강에 위배되는 셈이다.

    비보도 약속을 깨고 임우재 고문 발언을 보도한 조선일보 역시 그 판단이 옳았는지 여부는 신문윤리실천요강뿐 아니라 임 고문이 공인인지, 보도가 공익적 목적이 있는지, 국민의 알권리에 부합하는지 등을 두루 살펴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기사로 한때 부부였던 두 사람은 더 큰 갈등 국면에 놓이게 되고 그 사이의 아이까지 난처한 입장에 처해진 것은 물론, 법률 위반 논란까지 일게 됐다.

    가사소송법 제10조는 가정법원에서 처리 중이거나 처리한 사건에 관해서는 본인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사실이나 사진을 보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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