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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리 '혈통 사기극'과 女 농구 대표팀의 '거룩한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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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시 리 '혈통 사기극'과 女 농구 대표팀의 '거룩한 혈투'

    '너 따위 없어도 된다' 서류 위조로 한국계라는 자신의 혈통을 속인 게 들통이 난 첼시 리(왼쪽)와 15일(한국 시각)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유럽 강호 벨라루스를 물리친 여자농구 대표팀 박지수와 양지희.(사진=노컷뉴스, 대한농구협회)

     

    한국 농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첼시 리(27 · 189cm)의 혈통 사기극. 농구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기만한 가증스러운 행위라 더욱 충격을 줬다.

    리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해외동포 선수 자격으로 KEB하나은행에 입단했다. 조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이거나 예전에 국적을 보유한 적이 있으면 국내 선수로 뛸 수 있는 WKBL의 조항에 따른 것이다. 리는 서류상 고(故) 이현숙 여사의 손녀였다.

    지난 시즌 리는 WKBL을 강타했다. 리바운드 전체 1위(10.4개)에 평균 득점 국내 1위(15.2점), 2점 야투, 공헌도, 신인상까지 6관왕에 올랐다. 리의 맹위에 하나은행도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는 물론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다.

    리의 활약은 의심을 받기 충분했다. 100kg이 넘는 육중한 체구와 파워는 '순수' 외국인 선수도 당해내지 못할 만큼 엄청난 위력이었다. 빼어난 운동 능력의 흑인을 넘어서는 한국 선수였다.

    ▲"내 몸 속 韓의 피가 흐른다" 태연한 거짓말

    하지만 WKBL이 공인했기에 논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 하나은행 외에도 다른 구단들이 리를 영입할 때부터 한국인의 혈통이 아니라는 제보가 잇따랐지만 WKBL은 "법무법인의 자문을 구하는 등 4개월 동안의 검증 작업을 거쳤다"고 휘갑을 쳤다.

    여기에 김한별(삼성생명)을 비롯해 남자 프로농구 문태종(오리온), 문태영(삼성) 형제, 전태풍(KCC) 등 외국 선수를 능가하는 활약을 펼치는 혼혈 선수가 있었다. 리 역시 그런 선수 중 하나로 여겨졌다.

    특히 자신이 한국계라는 리의 당당한 주장까지 더해졌다. 리는 지난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겉모습은 한국인과 많이 달라 의심을 받을 수 있지만 내 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것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WKBL 시상식에서도 한국인을 들먹이며 울먹였다.

    '2명도 못 당해' 첼시 리는 국내 선수는 물론 외국 선수까지 수비에 애를 먹을 정도의 위력을 뽐냈다.(자료사진=WKBL)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리가 WKBL에 제출한 서류 중 2개가 위조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판명됐다. 리의 아버지이자 고 이현숙 여사의 아들이라던 제시 리는 존재하지도 않은 인물이었다. 리가 자신의 몸 속에 흐른다던 한국인의 피는 한 방울도 없는 것이었다. 태연스럽게 대한민국을 속인 가증이었다.

    하마터면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웃음거리가 될 뻔했다. 리가 한국 여자농구 국가대표로 국제 경기에 나서려고 했기 때문이다. 대한농구협회는 출중한 기량의 리를 특별귀화를 통해 태극마크를 주려고 추진했다.

    ▲'거짓된 피 없어도' 女 농구, 잇딴 선전

    하지만 하나은행과 WKBL을 속였던 리의 사기 행각은 법무부까지 넘어서진 못했다. 제출 서류의 위조 가능성을 확인한 법무부가 검찰 수사를 의뢰하면서 리의 혈통이 드러났다. 정말 한국계라면 시원하고 떳떳하게 밝혀야 하지만 리와 그의 에이전트는 검찰 소환 조사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15일(한국 시각) 벨라루스와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투혼의 승리를 거둔 여자 대표팀 김단비(왼쪽부터), 박지수, 양지희.(사진=대한농구협회)

     

    만약 리가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경기에 나섰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현재 프랑스 낭트에서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연일 선전을 펼치고 있다.

    14일 나이지리아에 아쉽게 졌지만 15일 유럽의 강호 벨라루스에 1점 차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첼시 리에 충격을 받은 한국 농구계에 큰 위로가 된 승리였다.

    이제 대표팀은 오는 17일 스페인과 올림픽 진출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스페인은 세계 랭킹 3위로 12위인 한국에 객관적으로 앞선다. 이미 스페인은 8위 중국을 77-43 대파했다.

    만약 리가 있다면 전력에 도움은 될 터. 그러나 태극마크의 자격이 없는 선수의 도움은 무의미하다.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잇따라 1점 차 혈투를 펼친 태극낭자들의 거룩한 투혼을 욕되게 하는 일이다.

    리가 없이도 대한민국 여자농구는 충분히 올림픽 출전을 놓고 세계와 겨룰 만하다. 만약 리우행을 확정해 8년 만의 올림픽 출전을 이룬다면 기적의 성과요, 그렇지 못한다 해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들의 몸 속에는 거짓이 아닌, 진실된 한국인의 피가 뜨겁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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