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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사과 못 해"…툭하면 소송하는 부모들



교육

    "내 아이는 사과 못 해"…툭하면 소송하는 부모들

    [기획 ②] 변호사 동원 · 소송으로 얼룩진 초중고교

    일선 초·중·고교가 학교 폭력을 둘러싸고 점차 '법적 쟁송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내 아이의 진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더욱 필사적이다. 일선 교사들도 폭증하는 관련 업무에 지칠 대로 지쳐 있다. CBS 노컷뉴스는 <변호사 동원="" ·="" 소송으로="" 얼룩진="" 초중고교="">라는 주제로 모두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아이들 다툼에 '변호사' 동원하는 학부모들
    ② "내 아이는 사과 못 해"…툭하면 소송하는 부모들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한 초등학생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교실 안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서울 강남의 A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학부모가 제기한 행정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들끼리 학교 밖에서 다투다 얼굴에 상처가 난 것이 발단이었다. 양측 부모는 서로 화해하지 못하고 결국 이 사실을 학교에 알렸다.

    ◇ '내 아이는 서면 사과도 안 돼'…적극적으로 소송 진행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은 학교 폭력 사실에 대한 신고 또는 보고가 있으면 학교는 14일 이내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초등학교 학폭위는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해 양측에 똑같이 가장 낮은 단계인 ‘서면 사과’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한쪽 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서면 사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이달 초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1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초·중·고교 가운데 ‘학교 폭력’과 관련해 소송이 진행 중인 곳은 한 해 평균 약 30여 개교에 달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를 상대로 한 소송이 늘어나자 올해 처음으로 소송지원예산 4,500만 원을 긴급 책정해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학교 폭력 전담 전수민 변호사는 “특히 학부모들이 학교가 아닌 교사 개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학교나 교육청 차원에서 지원할 수 없어 선생님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제기한 소송의 양상도 최근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한국교총이 분석한 결과, 과거에는 학부모가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실제로 소를 제기하지 않거나 제기하더라도 바로 취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학폭위 처분’에 불복한 학부모들이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적극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과거에는 주로 가해학생 부모가 학폭위 의결 내용과 학교장 처분 결과에 대해 반발해 소를 제기했지만, 최근에는 피해학생 부모가 ‘처분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총 정책기획국 김희환 변호사는 “학교나 교사를 상대로 한 학부모의 소송 제기가 요즘 단순히 늘어나는 정도가 아니라 '폭증한다'고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예산 상의 어려움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사진=자료사진)

     

    ◇ 재심과 행정심판도 급증…담당교사들 '비명'

    소송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재심’과 ‘행정심판’ 청구 건수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중·고교의 학폭위 심의 결과에 이견이 있을 때 진행되는 피해자 측 재심 청구 건수는 2012년 267건에서 2014년 493건으로 84.6% 증가했다. 또 가해자 측이 청구한 재심도 305건에서 408건으로 33.8%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에 접수된 학폭위 처분 관련 행정심판 청구 건수 역시 2012년 38건에서 2015년 63건으로 3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학폭위 처분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일선 학교와 담당교사들의 업무도 폭증하고 있다.

    서울 B초등학교의 생활부장은 최근 학폭위를 준비하기 위해 2주 동안 매일 밤 10시 넘도록 관련 업무에 매달렸다. 법령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사건을 정리하고 양측 보호자를 만나 입장을 듣고 회의도 참석했다.

    학폭위를 무사히 마쳐도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시 회의록을 작성하는 데 꼬박 이틀 밤이 걸렸다. 그렇게 열심히 업무를 처리해도 돌아오는 것은 양측 학부모의 불만과 불평뿐이다.

    이 생활부장은 “3주간 학교 폭력 사건을 진행하면서 담임으로서 수업과 생활지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면서 “도대체 법령과 시행령으로 도배된 학폭위를 교사가 운영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알 수가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특히 소송까지 휩싸이게 되면 담당 교사는 더 큰 중압감에 시달린다.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하고 관련 법 조항을 찾아 답변서를 만들어 제출하고 재판에 직접 출석하는 등 처리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A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소송이 제기되면 제출해야 할 관련 서류로 책 한 권을 만들 정도”라면서 “학폭위 개최부터 시작해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1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담당 교사들이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과' 미루다 '감정싸움' 하고 결국 '법정'까지

    일선 교사들은 가해 학생 부모의 ‘진솔한 사과’로 쉽게 마무리될 수 있는 가벼운 사안도 자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인해 결국 ‘감정싸움’과 ‘법정싸움’으로 번져 일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 C중학교의 한 교사는 “‘아이들은 다 싸우면서 크는 거예요’, ‘그냥 장난친 건데 이게 무슨 학교 폭력이에요?’ 등의 표현은 피해자 보호자의 마음을 크게 상하게 할 수 있어 가해자 보호자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내 아이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 아이 탓만 하는 부모님들도 적지 않아 교사가 중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교육청이나 일선 학교도 학폭위 위원 구성 등을 전문화해 학부모로부터 신뢰를 쌓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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