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메피아' 용역업체서 차별받는 제2, 제3의 '김군'들



사건/사고

    '메피아' 용역업체서 차별받는 제2, 제3의 '김군'들

    메트로 직원들과 소통 안 돼 감전사고 날 뻔 하기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 씨를 추모하는 국화꽃과 메시지가 붙어 있다. (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서울메트로 출신 임·직원들이 장악해 제2의 은성PSD라고 불리는 열차정비업체 ㈜프로종합관리에는 제2, 제3의 김 군들이 널려 있었다.

    열차정비 업무 중에서도 고된 일들은 모두 이들의 몫이었다.

    서울메트로 출신인 전적자들에게 주어진 업무는 에어컨 필터 갈기, 객실 손잡이 고치기, 형광등 갈기 등이었다.

    이들이 소일거리나 하며 차량기지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 비정규직 직원들은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열차 정비 현장에 내몰렸다.

    ◇ 임금과 업무 강도는 반비례

    전동차 정비 업무는 크게 중정비와 경정비로 나뉜다. 프로종합관리가 맡은 업무는 경정비 업무.

    경정비 업무는 매일 전동차를 점검하며 고장이 날 것 같은 부분들을 고치고 사고를 예방하는 업무다. 시민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가장 힘든 일은 전동차 밑을 초고압의 에어건(공기총)으로 청소하는 일. 분진이 엄청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진복을 입어야 한다.

    물론 이는 비정규직 직원들의 담당이다. A(22) 씨는 에어건 업무 때문에 매일같이 기관지에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비정규직 직원들은 고압선이 깔린 전동차 위에서 수리 작업을 하거나 전동차 밑에 기어들어가 부품들을 고친다.

    그러나 서울메트로 출신 전적자들은 출근해서는 "오늘 뭐 하는 날이냐"고 묻거나 "형광등 두어개 들고 어슬렁거린다"고 비정규직 직원들은 말했다.

    비정규직 직원들이 받는 돈은 150~170만원 정도. 9년차 직원들이 받는 돈이 많아야 190만원에 그친다.

    반면 서울메트로 출신 전적자들은 400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정도 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산재도 안전 매뉴얼도 아무 것도 없어

    산재 처리는 이들에겐 꿈도 꿀 수 없다.

    B(38) 씨는 일을 하다가 다리가 부러져 철심 수십 개를 박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B 씨가 회사로부터 받은 것은 "산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쓰라는 강요뿐이었다.

    서울메트로로부터 입찰을 받아야 하는데, 회사 내부에 산재 처리를 받는 직원이 있으면 감점되기 때문이라는 게 B씨의 설명이다.

    B 씨에 따르면, 사측 관계자는 입원한 B 씨를 찾아와서는 "산재를 포기하고 회사에서 돈을 받는 것으로 대체하겠다"고 적힌 진술서를 들고 와 "똑같이 베껴 쓰라"고 말했다.

    A씨는 "우리 일이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안전에 대한 교육이 전혀 진행되지 않아 놀랐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안전 매뉴얼도 우리가 직접 만들었다"며 "전적자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적자들은 대우에서 만든 전동차와 현대에서 만든 전동차조차도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한번은 한 직원이 고압선이 깔린 전동차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서울메트로 직원이 고압을 흘려보냈다.

    서울메트로 직원들과 비정규직 직원들이 소통이 잘 안 돼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

    당시 비정규직 직원들은 "당장 전기 내리라며 소리를 질렀다"며 그 날의 상황을 회상했다.

    ◇ 업무 평가는 메트로 출신 전적자 손에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정수영 안전관리본부장과 관계자들이 지난 1일 구의역 대합실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숨진 김모(19) 씨의 사고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비정규직 직원들의 업무 평가는 서울메트로 출신 전적자들에게 달려있다.

    전적자들은 소일거리를 하며 하루를 보내면서 비정규직 직원들의 업무를 평가한다.

    C(29) 씨는 "실제로 업무 평가를 그 사람들이 하기 때문에 억울해도 무슨 말을 못 한다”며 서울메트로 출신 전적자들이 와서는 '잘 보여라'라고 말하고 간다"고 전했다.

    "서울메트로가 자회사 체제로 간다고 해도 너희들이 다 그 밑으로 갈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알아서 잘 기어라"라고 겁박을 준다는 것이다.

    이들은 2~3배 더 적은 월급을 받고 몇 배나 더 힘든 일을 하면서 업무 평가에 차질이 있을까 억울한 일이 있어도 전전긍긍하며 참고만 있었다.

    프로종합관리는 서울메트로와 전동차 경정비 업무를 체결한 회사로, 전체 직원 140명 중 37명이 서울메트로 출신 전적자다.

    정년퇴직 후 프로종합관리에 재취업한 인원을 포함하면 실제 서울메트로 출신은 70여 명으로, 전체 회사 인원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