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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해야 하나요? 엄마로 살아가는 걸…”



공연/전시

    “부끄러워해야 하나요? 엄마로 살아가는 걸…”

    [노컷 리뷰] 입법 연극 '미모되니깐' 시즌2

    "부끄러워해야 하나요? 엄마로 살아가는 걸…"

    "애 키운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뭐라 하고, 숨겨도 뭐라 하고, 나 보고 어쩌라는 거죠?"

    입법연극 '미모되니깐' 시즌2. (사진=명랑캠페인 제공)

     

    사회 구조가 변하면서 가족 형태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전통적인 확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일반화된 지는 이미 20여 년이 넘었다. 재혼부부 가족, 1인(독신) 가족, 심지어 다문화가족도 이제 낯설지 않은 시대이다.

    하지만 여전히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족 형태가 있으니, 한부모 가족 특히 미혼모 가족이 그러하다.

    미혼모들의 문제를 관객과 함께 토론하며 대안을 찾아가는 입법 연극 '미모되니깐' 시즌2 (제작 명랑캠페인)가 최근 서울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첫 무대를 올리고, 서울 지역 순회 공연을 앞두고 있다.

    연극은 미혼 엄마들이 직접 경험담을 극으로 구성하고 배우로도 출연하여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서울 시민청에서 공연된 시즌1에서 청소년 미혼모의 고민과 사회적 편견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시즌2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가 어떤 난관과 시선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가감 없이 연극으로 전달했다.

    입법연극 '미모되니깐' 시즌2. (사진=명랑캠페인 제공)

     

    연극은 남몰래 베이비박스와 입양센터를 오가며 선택의 기로에 선 한 엄마가 아이를 ‘키우기로’ 결정하는 장면부터 보여주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아이를 가진 것까지는 순간의 실수일 수 있다. 하지만 소중한 생명을 지울 수 없어, 애 아빠와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혼모는 아이를 키우기로 결정했지만 그에 따른 대가는 만만치 않다.

    가장 먼저 "얼마나 몸을 함부로 굴렸으면 벌써 애를 가졌겠나", "국가 지원금 많이 타먹으려고 애를 낳았다" 등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비난에 부딪힌다.

    엄마들은 질문한다. “부끄러워해야 하나요? 엄마로 살아가는 걸…”. 사회 혹은 개인에게 던져진 이 물음은 공연이 끝나가는 내내 관객들로 하여금 그 해답을 찾는 여정길에 오르게 한다.

    “일 안 하면 세금으로 애 키운다 욕하고, 일 좀 하겠다 하면 애 있다고 안 된다 하고…”

    연극은 경제·학업·사회적 편견의 어려움을 겪는 미혼모들의 삶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풀어내 우리 사회 속 미혼모에 대한 현 시선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 중 미혼모가 가장 어렵다고 여기는 것은 취업과 양육.

    이력서의 미혼 기혼 표시제, 면접을 통과해도 따라붙는 가족관계증명서 제출, 아이가 아픈 상황에서 회사에서도 외면당하고, 어떤 제도적인 방법으로도 아이 맡길 곳이 없었을 때 겪는 어려움,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출범하였지만 아직은 미혼모들에게는 먼 해결 제도 등.

    연극은 여러 문제 상황을 하나씩 보여준다. 이어 40여 분의 공연 뒤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아니 당장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이런 고민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계셨나요 하고 말이다.

    입법연극 '미모되니깐' 시즌2. (사진=명랑캠페인 제공)

     

    이 연극의 매력은 공연 직후 바로 관객이 참여하는 데 있다.

    김현정(연극공간 해 부대표, 한양대 겸임교수) 연출가의 진행으로 관객과 토론이 이어지고, 심지어 관객이 참여하는 상황극이 펼쳐진다.

    ‘어린이집 학부모가 우리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며 다른어린이집으로 옮기라고 말한다면, 직장에서 미혼모라는 이유로 취업을 거부하거나 이직을 권유한다면, 친부가 양육비를 거절한다면, 미혼모보다 돌싱녀라고 말하길 원하는 남친이 있다면…’ 등, ‘이 상황에서 만약 여러분이라면?’이라는 화두가 던져지면 관객들은 문제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토론의 장에 들어선다.

    한 관객은 미혼모가 된 딸을 15년간 받아주지 않은 교육자 아버지(배우)를 향해 “가족이 먼저 보듬어줘야지. 어떻게 딸에게 그럴 수 있느냐? 교육자로서 자질이 없다”며 극 중 배우가 진짜 아버지라도 되는 듯 설전을 벌였다.

    또한 아이의 양육비를 보내지 않는 친부를 향해 “아버지로서 책임을 져라. 그렇지 않으면 개인 정보를 모두 공개해서 공개적인 망신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자신을 30대 미혼으로 소개한 한 여성 관객은 "미혼모들의 사정이 이토록 어려운지 몰랐다. 그래서 미안하다. 용기를 내서 연극 무대에 오르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고 했던 배우들이, 관객의 격려에 그만 눈물을 쏟아, 공연장이 순간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처럼 관객이 무대에 직접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형식의 연극을 처음 접한 관객들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실제 연극을 통해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고 해결책을 찾아가는데 동참하면서 눈물로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공감하기도 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책임을 회피한 남자들에 대한 쓴 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연극의 목적은 미혼모들의 상황을 알리는 동시에 개인과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보듬을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명랑캠페인 제공)

     

    특히 이날 공연을 관람한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00년 한국여성민우회가 한부모운동을 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경제 사회적 어려움이 여전함을 다시 한번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의견이 모아지고 공연을 통해 미혼모의 문제와 사회적인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추후 정책 제안 설문조사를 통한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도록 하겠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연극은 앞으로 서울 지역 곳곳은 순회하며 인식변화, 정책변화, 법안개정까지 시도하려 한다. 지금은 그 변화의 출발점이다.

    미혼모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가치관이 확산될 수 있도록 끈질기게 외치겠다는 것이 제작진들의 계획이다.

    또한 미혼모 지원 단체들과 연대하여 정책과 법안 개정으로 진행하는 입법 연극으로 사회 변화를 꿈꾼다.

    명랑캠페인이 주관하고 (사)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함께일하는재단, 기억발전소 등이 주최하는 연극 '미모되니깐' 시즌2 다음 공연은 다음 달 24일 저녁 8시, 서울 양천구 해누리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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