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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마을 만들기' 나서는 동네 작은교회



종교

    '행복한 마을 만들기' 나서는 동네 작은교회

    "교회 반경 5백 미터만 책임진다면 마을 전체가 바뀔 거예요"

    홀로 생활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해 무료급식을 하고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저소득계층 아이들을 돌보는 교회가 있다. 탁구장을 만들어 지역사회에 개방했더니 3-40대 가장들이 찾아와 이용한다. 이쯤 되면 이 지역사회의 모든 세대를 다 아우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같은 사역을 하는 교회는 대형교회가 아니라 작은 상가교회다.

    인천 동구 화평동에 위치한 인천 연탄은행 밥상공동체. 점심시간을 앞두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들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무료급식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인천 연탄은행-밥상공동체. 3년 전부터 무료급식을 시작해 화~금요일까지 50여명의 홀로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용하고 있다.

     

    3년째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83세인 조분녀 할머니는 여기서 먹는 밥이 그렇게 맛있단다.

    "반찬도 맛있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깨끗하고. 집에서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어."

    밥상공동체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모리아지역아동센터에서는 19명의 초등학생들이 방과후 돌봄을 받고 있다. 저소득계층이 많은 지역 특성상 지역아동센터는 없어선 안될 공간이다.

    모리아지역아동센터 서유진 시설장은 "동구가 인천 다른 지역보다 경제적으로 열악하기도 하고,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들이 많아서 학교 끝나고 아이들을 돌보는 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이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는 한천감리교회. 변두리 상가 3층에 있는 흔한 말로 '상가교회'다.

    인천 동구에서 개척한지 15년. 교인들 사이에서는 건축 이야기도 나왔지만, 정성훈 담임목사가 교인들을 설득했다. 빚내서 교회짓는 거 하지 말고, 우리 예산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1년 예산이 1억 3-4천 정도 나와요. 그러면 매년 결산하고 남는 재원으로 지역사회의 필요한 것들, 전체적인 마을 만들기라는 그림 가운데 해야 될 것들을 하나씩 우리 수준에 맞게 해 나가자고 했더니 교인들이 따라와주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게 탁구장이다. 교회 옆 건물 지하에 중고등부실을 꾸미고 , 남은 곳에 탁구대를 놓았는데, 건물을 오가던 사람들이 평일에 탁구 좀 치게 해달라고 하면서 2006년 탁구장이 시작됐다.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바닥을 나무마루로 바꾸고 탁구대를 설치했다. 한천교회는 시설을 제공하고 운영은 주민들에게 맡기고 관여하지 않는다.

     

    주민들의 요구로 바닥을 나무마루로 바꾸고 탁구대도 늘렸다. 지금은 30-40명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교회는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많은 동네다 보니 2007년부터 연탄은행을 시작했다. 연탄 떼는 집들을 찾아 다니다 한겨울 동네 골목에서 연탄재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2008년 지역아동센터도 개원했다.

    "연탄을 배달하면서 보니까 자녀는 있지만 홀로 사는 독거노인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밥이라도 여럿이 이야기 나누며 먹자 싶어서 3년 전부터 밥상공동체도 시작했어요." 정 목사의 설명이다.

    얼마 전에는 교인, 주민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치아바타쿱. 파스타-이탈리안 피자 전문점이다.

    한천교회는 교인, 주민들과 함께 '치아바타쿱'이라는 이탈리안 푸드 전문점을 냈다. 질좋은 음식은 물론, 마을 활성화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조합원이자 치아바타쿱의 피자를 담당하는 김민혁 셰프는 "깨끗하고 정직한 음식을 지역 주민들에게 대접하는 건 내 몫"이라면서 "이 지역이 활성화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협동조합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낙후한 마을. 인천 동구는 그랬다.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면 주민들은 이웃 동네로 떠났다. 아이들도 주민도 갈수록 감소했다.

    앞서 말한 탁구장도 이 지역에 유일한 탁구시설이고, 치아바타쿱도 이 지역에는 처음 들어선 파스타 전문점이다.

    정성훈 목사는 예수 정신을 실천하며 다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었다. 이야기가 있고 소망이 있는 마을, 그래서 행복하고 살고 싶은 마을.

    교회 안에서 우리끼리만 행복한 교회가 아니라, 예수 정신이 흘러나와 교회 밖에서도 교회를 실현하는 것, 그것이 진짜 복음이라고 정 목사는 말했다.

    "그래서 협동조합을 선택했어요. 배려,이해, 협동, 연대, 사랑, 희생 이라는 협동조합의 가치가 사실 기독교 정신과 일치하거든요. 우리가 경험한 예수가 우리를 통해 지역 사회로 스며나와서 교회 밖에서도 예수를 경험하게 하는 것. 협동조합을 통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활동을 '마을 만들기'에 초점을 두고 있는 한천교회는 그래서 교회 주변 5백미터를 우선 살핀다.

    변두리 상가교회인 한천교회. 교인 수는 5-60여명에 불과한 작은 교회지만 마을만들기의 꿈을 실천해가고 있다.

     

    한 교회가 반경 5백미터 안의 지역사회만 책임진다면, 그렇게 모든 교회가 교회 주변의 필요를 살피고 도울 수 있다면 마을 전체가 교회 문화로 뒤덮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 교회를 중심으로 반경 5백미터 안은 하나의 큰 가정, 가족이예요. 교회는 그 안에 서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면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거죠. 그렇게 여러 교회가 모이면 마을이 달라질 거예요. 남들에게 하라고 하기 전에 우리교회부터 실험을 하는 거지요."

    작은 상가교회라는 인식을 넘어 마을 만들기에 나서면서, 나누고 돌보는데 헌신하는 한천교회 정성훈 목사.

    "영유아 엄마들이 책이나 장난감을 공유하면서 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고요.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일도 하고 쉴 수도 있는 그런 장소도 있어야 해요. 밥상공동체 오시는 분들에게는 마지막 하늘에 소망을 둘 수 있도록 조만간 연탄교회도 시작하려고요. 또 청년들이 협동조합을 배우고 실습할 수 있는 센터도..."

    '소망있는 마을 만들기'라는 꿈의 실현을 위해 정성훈 목사는 오늘도 지역사회 가족들의 구석진 곳, 도움이 필요한 곳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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