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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1년…여전히 '국민은 뒷전'인 정부



보건/의료

    메르스 1년…여전히 '국민은 뒷전'인 정부

    '공공의료 확충'은 외면…'의료 영리화' '규제 완화' 매달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 사태가 20일로 발생 1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허술한 국가 방역체계에 국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료 영리화에 몰두할 뿐, 정작 시급한 공공의료 확충은 외면하고 있어 '국민 안전은 뒷전'이란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아라비아 반도의 일'로만 여겼던 메르스가 한반도에 상륙한 일년전, 당시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방역 시스템을 최대한 동원해서 다른 나라처럼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호언장담과 달리, 메르스는 이후 6개월 이상 한반도를 휩쓸면서 186명을 감염시켰고, 1만 6천명 넘는 국민을 일상 생활에서 격리시켰다. 경제·사회적 손실만도 줄잡아 30조원이 넘는다.

    마지막 환자마저 숨을 거둔 지난 연말에야 정부는 '상황 종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정말로 '상황'은 끝난 것일까. 올들어 지카바이러스 방역에서 드러난 잇따른 초기대응 실패는 이러한 질문에 고개를 가로젓게 만든다.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음압 격리 병상 등 시설과 인력 보강에 주력했다는 게 정부의 '메르스 반성문'이다.

    보건복지부는 19일 별도 자료를 내어 "정부는 메르스 이후 질병관리본부장을 실장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해 인사와 예산권을 일임했다"며 "전염병 발생시 질병관리본부가 방역대책본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앙 컨트롤타워로 개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달만 해도 국내 입국한 외국인 지카 바이러스 의심 환자가 당국의 감시체계에서 무단 이탈하는가 하면, 국내 첫 감염 환자도 신고 누락 속에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방역에 구멍이 숭숭 뚫리긴 메르스 때와 마찬가지다.

    사단법인 민생경제정책연구소는 논평을 통해 "정부가 지난해 9월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내놨지만 똑같은 부실이 반복되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를 한 차례 겪고 지나가는 '홍역' 쯤으로 생각하고 벌써 긴장이 풀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보건의료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정책기조 변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려면 선진국 수준의 공공의료 확충이 필수적이지만, 현 정부의 '의료 영리화' 드라이브에선 뒷전에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19대 국회 통과 직전에 가까스로 저지되긴 했지만, 병원 인수합병 허용 방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 게 대표적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병원의 매각과 합병이 합법화되면 개인 질병정보가 동의없이 거래되고 의료비도 폭등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의료 민영화도 이런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지난 18일 열린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의약품 자판기 판매를 허용하거나, 임상시험 없이도 신약을 허가해주기로 한 것 역시 '국민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발상으로 지적된다. 규제 완화가 불러온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판박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정재수 정책국장은 "의료 영리화 정책은 메르스 사태를 낳은 토양"이라며 "정부가 돈을 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시그널을 계속 던지는 한, 의료기관이나 제약사들은 감염관리나 안전보다는 이윤 추구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이른바 '떼문병'과 '응급실 과밀화'를 주요 원인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정작 의료기관들이 '돈이 되는' 시설장비만 잔뜩 구매한 채 과잉진료를 일삼게 되거나, 응급실에 한 명이라도 더 붙잡아둘 수밖에 없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정부의 '영리화 정책'이란 얘기다.

    정 국장은 "메르스 사태를 교훈삼아 의료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환자의 안전과 의료 서비스의 질을 담보해야 한다"며 "일선 의료기관들이 감염 예방과 관리에 보다 신경쓰도록 하려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러다보니 정부의 '거꾸로' 정책기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에도 믿음이 옅을 수밖에 없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가 지난 1~2월 수도권에 사는 900명을 상대로 '정부가 다른 감염병 발생에 대응할 준비를 잘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73.8%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콘트롤타워의 '부재' 또는 '무능'을 드러낸 정부가 제대로 된 반성이나 책임감 없이 영리화 작업에만 몰두한다면, '제2, 제3의 참사'도 피하기 힘들 거란 우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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