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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이 직접 답한 '곡성' 12가지 미스터리



영화

    나홍진 감독이 직접 답한 '곡성' 12가지 미스터리

    [노컷 인터뷰] 칸 초청·등급 논란·캐릭터 정체…감독의 합법적 스포일러

    13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마지막 인터뷰 시간. 며칠간 이어진 인터뷰 강행군에 지쳤을 법한데도 나홍진 감독은 밝게 웃는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곡성'을 보고 난 이후, 관객들이 벌이는 각양각색 추리가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곡성'은 참 '의외'로 가득한 영화다. 나홍진 감독표 스릴러가 가진 리얼리티가 어떻게 '초현실'적인 존재들과 만날 수 있는지, 끝내 해결되지 못하고 끝나버린 영화 속 문제가 어떻게 잔상처럼 뇌리에 남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

    '누군가 죽고 범인이 잡히면 해결되는' 일반 스릴러와 다르게,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는 어느 것도 명확하지 않다. 경찰이자 피해자인 종구 외에는 심지어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캐릭터들조차도 그렇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종구를 나락으로 밀어 넣는 느낌이 들 정도다.

    '곡성'은 개봉 첫 주에 200만 관객을 돌파할 정도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나홍진 감독이 던진 '미끼'에 관객들은 충분히 현혹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영화 속에서 무당인 일광이 이야기한 미끼처럼 결코 '그냥 던져서 물린' 것은 아니다. 무려 6년 동안의 치밀한 구상 끝에 탄생했으니 말이다.

    나홍진 감독과 함께 직접 '곡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다음은 나 감독과의 1문 1답.

    ▶ 결말까지 반전이 이어진다. 문제 해결을 할 줄 알았던 무당 일광(황정민 분)이 섬뜩한 정체를 드러내는데.

    -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애초에 일반적으로 매듭지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보편적이고 관습적인 결론을 거쳐서 끝날 수가 없었다. 결말에 대한 어려움이 정말 컸고, 최선을 다했다. 이것이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낼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결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길게 고민했고, 신중했다. 굉장히 독창적이고 임팩트있는 클라이맥스가 필요했다. 그것이 지금 결말 버전이다. 결말에 대한 관객들의 이야기는 의도한 바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 영화를 보면서 관객이자 인간인 나는 무력감이 느껴지더라. 경찰인 종구(곽도원 분)는 끝까지 귀신들린 딸(김환희 분)을 살리려 백방으로 노력하고 분노하지만 결국 무엇도 해결하지 못한다.

    - 영화의 시작은 피해자에 대한 고민부터였다. '어떻게'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답은 있는데 '왜'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답은 없더라. 왜 이 사람이어야만 했는지, 왜 이 피해를 입어야만 했는지. 현실에서는 '어떻게'라는 답에서 충족하는데 '왜'에 대한 질문은 현실 범주에서 생각할 부분이 아닌 것 같았다. 그 순간 공포가 찾아왔다. 이 영화에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 무서운 생각이 든 거다. 인간 존재를 생각하니 가장 밀접한 신이 생각이 났다. 일단 들었던 생각은 이거다. 이 모든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신이 있기는 한 것인가. 실재는 하느냐. 선하긴 한거냐. 바라만 보는 거냐. 도대체 (이 곳은) 왜 이런가. '곡성'은 그런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곡성'에서 무당 일광 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각 캐릭터의 상징이나 정체를 두고 많은 추측들이 오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무당 역의 일광이 가장 미스터리하다.

    - 종구에게는 초자연적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무속인 일광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그리고 그가 와서 해결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사실 그는 종구 장모, 즉 종구 딸의 외할머니의 음성으로 아주 일찍부터 종구 집에 다가오고 있었다. 보이지 않았으나 계속 다가오고 있던 자는 어느 순간 대문을 넘어 들어온다. 선이고, 아군이라 믿고 대문 안으로 들였는데 누구도 그 정체를 몰랐다. 속은 거지.

    ▶ 그럼 의문의 여성 무명(천우희 분)은 대체 어떤 인물인가? 집으로 가려는 종구를 막아서는 결말 부분에서 확실히 인간이 아니라는 점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 무명이 종구에게 죄를 지었다고 이야기한다. 그 말이 맞다. 종구가 아닌 다른 시선에서 보면 종구는 멀쩡한 사람을 의심하고 깽판 치고, 죽이려고 하고, 시체 유기까지 하면서 딸 아이를 살리려 죄를 짓는다. 신(무명)은 그 모습을 전부 봤다. 종구는 결국 신을 만났지만 혼란에 빠져 의심을 하고,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혼돈을 겪다 신의 손을 뿌리친다. 엔딩에 보면 무명이 골목길에 오그리고 앉아 있는 그림자가 보인다. 난 그게 현재 신의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관객이 무명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영화가 신에게 질문하고 싶은 내용이겠다. 선과 존재를 증명하고, 바라보지만 말아달라. 인간이 인간다워지게 다시 다가와 달라는.

    ▶ 중요한 인물 한 명이 남았다. 종구와 부딪치며 평행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이다. 어떻게 보면 수상한 '악인' 같은데 또 어떻게 보면 뭔가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같다가 마지막에는 악마의 형상으로 변한다.

    - 종구의 플롯과 일본인의 플롯은 다르다. 이 일본인은 죽임 당한 상태로 유기되는 순간 종구의 플롯에서 사라진다. '곡성'의 공간 자체도 그렇고 영화가 매우 한국적인 플롯 안에서 이뤄져 가는데 일본인은 그렇지 않다. 저는 예수를 모티브로 외지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유대인들에게 예수가 그랬듯이, '곡성' 사람들에게 외지인은 세상을 뒤엎을만한 위험한 존재로 성장한다. 신을 믿는다면 다가오는 외지인이 선이라고 믿겠지만,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악이라고 여기는 거다. 외지인이 뭘하려고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구원하려는 것 같다. 종구 플롯에서 벗어나서 보면 외지인은 홀로 묵묵히 뭔가를 하면서 수행하고 기도한다. 외지인이 한 대사를 보면 성경에 나온 예수의 말 뉘앙스와 비슷한 것이 있다. 마지막에 부활한 그가 악마의 형상이 된 이유는 부활한 예수를 제자들이 알아보지 못한 것에서 착안했다. 그렇다면 이런 형상이어도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관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드리고 싶었다. 과연 이런 상황이 온다면 믿을지, 혹은 믿지 않을지.

    13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영화의 중요한 클라이맥스는 모두 교차 편집으로 처리됐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바로 일광의 굿 장면이었는데 이 때도 외지인의 기도 장면과 교차 편집된다. 거기에서 관객들은 일광이 종구의 딸을 낫게 하려 하고, 외지인은 음모를 꾸민다고 믿지만 캐릭터를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은 셈이다.

    - 일광은 엄한 곳에 살을 날린 것이다. 결말을 보면 외지인에게 살을 날린 것이 아니지 않나. 그 순간 외지인을 보고 '억울하게 누명 쓰고 죽겠네'라고 짐작하는 관객이 나는 꽤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어떤 관객은 일광의 말을 믿고 있을 수도 있다. 일광은 종구의 딸에게 살을 날리고 있고, 외지인은 박춘배라는 사람을 구원하는지, 해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주문을 걸고 있는 순간이다. 후에 무명은 외지인을 쫓아가며 괴롭히고.

    ▶ 나홍진 감독이 던진 미끼에 현혹됐다고 하는 관객들이 많다. 이것 저것 너무 담은 것이 많아 넘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없었나?

    - 아마 클라이맥스에서 교차될 때는 극도의 혼돈을 느낄 것 같다. 그것이 이 영화의 올바른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체감한 시간에 걸맞는 클라이막스가 심리적 체감의 극대화가 아니었을까. 사실 종구의 플롯을 제외한 나머지 플롯은 알 필요가 없다. 일단 명확한 메인 플롯은 있으니까. 그것만 보고 결말을 맺어도 무관한 영화다. 이런 장르를 즐기는 관객들은 또 제가 담아낸 부분을 찾아내면서 쾌감을 얻는다. 그건 이 장르를 즐기는 관객들에게 드리는 일종의 선물이다.

    ▶ 중간에 박춘배가 좀비처럼 등장하는데 왜 하필 좀비였는지 궁금하다. 좀비 출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의도였나?

    - 일단 박춘배에게 외지인이 어떤 짓을 했고, 박춘배가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런데 트럭에서 사라져서 쫓아갔다. 선한 일을 했는지, 악한 일을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쨌든 이런 영화에는 대개 증상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개나 뱀에게 빙의한 환자들은 그런 식의 움직임을 보이고, 악화가 되면 피부에 문제가 생긴다는 느낌으로 접근했다. 최종 악화까지 가서 결합을 시켰더니 좀비 같이 느껴졌다. 애초에 좀비로 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 다 조합해봤더니 좀비가 나와서 '이 때다'하고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기로 했다. 관객들이 그걸 보고 무서워하면 될 것 같다. 웃는다면 그건 이런 장르를 즐기는 관객들이다.

    영화 '곡성'에서 외지인으로 등장하는 배우 쿠니무라 준.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영화가 15세 관람가 심의 판정을 받은 것으로도 이야기가 많다. 보면 직접적인 표현에 있어서 문제될 것은 없는데 정서적 체감상 '곡성'이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 심의 위원들도 굉장히 힘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묘사된 것은 없는데 영화를 볼 때 느낌이 불편했을 수 있으니까. 그런 뉘앙스와 체감 때문에 얼마나 갈등하고 고민했을지 짐작이 간다. 어쨌든 더 많은 관객층을 찾아올 수 있는 것은 좋았다. 그런데 의미적인 부분에 있어서 성인물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린 학생들이 이 영화를 제가 디자인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생각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해석을 한 건지, 유치한 이야기였는지 살짝 우울하기도 했었다.

    ▶ 전작에서 모두 그랬겠지만, 현장에서 매우 엄격하고 힘들게 촬영하는 것을 자처한다고 들었다. 사전이나 후반 작업도 다른 감독들에 비해 배의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는데 원래 작업 방식이 그런가 보다.

    - 부족하니까 오래 걸리는 거고, 그래서 느린 것 아닐까. 저뿐만 아니라 저희 팀 모두가 다 힘들었다. '곡성'을 시작하면서 모인 초심을 생각해보면 저희는 스태프고 배우고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들어서 선보이겠다는 어마어마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까지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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