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대작 논란' 조영남, 미술계 관행 떠나 비판 받는 이유



공연/전시

    '대작 논란' 조영남, 미술계 관행 떠나 비판 받는 이유

    가수 겸 화가 조영남(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이 대작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그림을 다른 사람이 대신 그렸다는 것인데, 검찰이 조 씨의 소속사와 갤러리 등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미학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조영남 대작 사건. 재미있는 사건이 터졌네. 검찰에서 '사기죄'로 수색에 들어갔다는데, 오버액션입니다.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컨셉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조영남 역시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논란이 된 '미술계 관행'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여러 유명 미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걸 말한다. 남이 그린 작품을 판다는 게 관행이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미술평론가 반이정 씨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조영남 대작 사건과 관련한 KBS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반 씨는 "나는 연전에 조영남의 미학 혹은 그가 펴낸 책을 혹평하는 글을 몇 차례나 쓴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번 조영남 소동과 관련해서라면 조영남이 남달리 비판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생존하는 동시대 유명 작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조수를 고용하며, 그들의 작품 대부분도 조수들의 손에 의해 완성된다. 이번 일이 뉴스를 타게 된 건, 미술계에 굳은 관행에 대해 외부에서 너무 몰라서 생긴 일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미술계의) 그런 관행도 비판할 수만은 없다. 조수들이 한 작가의 창작을 대신하는 미술계 관행이 이렇듯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건, 미술계 공동체가 그 관행의 문제점에 대해 함구해서라기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결국 작가 개인이 아닌 전문 인력들의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미술계 공동체가 인정해서다"라고 덧붙였다.

    "비유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프리젠테이션을 보고, 아이폰을 스티브 잡스 개인과 동격으로 이해하곤 한다. 그렇지만 디자인이며 기능 등 아이폰이 담보하는 모든 속성은 스티브 잡스의 머리나 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애플에 소속된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전문 인력들이 협력해서 만든 거다. 동시대 미술을 구성하는 하나의 부인할 수 없는 풍경은, 작품 창작의 물리적인 노동은 전문 인력이 대체하고 작품의 브랜드를 작가의 이름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끝으로 "나는 평소 조영남이 주장하는 미학에는 조금도 동조하지 않지만, 조수를 고용했다고 폭로된 이번 대작 논란에 대해서라면 그가 비판 받을 이유가 적거나 없다고 생각한다"며 "조영남 대작 논란이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내리고 언론이 앞다퉈 다루는 현실은, 동시대 미술의 생리에 관해 정상적인 일반인과 언론이 얼마나 무지한 상태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술계의 관행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이해와는 별개로 조영남의 행위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진중권 교수 역시 트위터에서 "욕을 하더라도 좀 알고 합시다.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좀 다른 부분인데… 작품 하나에 공임이 10만원. 너무 짜다"라고 비판했다.

    미술작가 기진호 씨는 SNS를 통해 "작품 제작 과정에서 작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대형 조각 작품을 제작하려면 조수도 필요하고 철공소나 주물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며 "돈 많고 유명한 화가들 중에는 캔버스를 조립하는 것에서부터 바탕칠과 드로잉 등의 작업을 조수에게 대신 시키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앤디 워홀은 공장 시스템을 갖추고 작품을 생산한 것으로 유명하지요"라고 전했다.

    "대량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현대적 시스템을 예술 창작에 적용한 것입니다. (중략) 콜렉터들은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도 그들의 작품을 천문학적인 가격에 사들입니다"라는 것이 기 씨의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영남의 작품 대다수를 남이 그렸다는 사실이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부와 권력으로 아주 값싸게 사람을 부린 것에 대해서는 일단 논외로 하겠습니다. 조 씨는 '미술계의 관행'이라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라며 "선례들이 있으니 그 말에 일리가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대중과 콜렉터들 몰래 90% 이상의 공정을 남에게 맡겼다는 건 온당한 행위로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의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 대다수는 사전에 이런 사실을 몰랐을 것입니다. 미술계의 관행 운운하지만, 제가 아는 한 조 씨의 그림 같은 작품들은 대개 화가 본인이 90% 이상을 제작하는 게 관행입니다"라며 "그래서 그에게 속았다는 느낌은 정당한 것입니다"라고 분석했다.

    칼럼니스트 김규향 씨도 "조영남이 앤디 워홀의 '팩토리'까지 언급하며 제 작품 생산방식을 현대미술의 관행이라 항변했다"며 "그런데 그의 경우는 고용된 조수에게 작업을 시킨 게 아니라 외부하청 노동이 아닌가. 그렇든 저렇든 대작비 10만원은 추했다"고 지적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