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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브로커 만났었는데"…현직 판검사 노하우



법조

    "정운호 브로커 만났었는데"…현직 판검사 노하우

    아예 골프 안하거나 마주치면 무시 작전

    (사진=자료사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로비 의혹이 불거지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법조계를 중심으로 전현직 판검사들의 처신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건의 해당 브로커들이 의뢰인, 변호사, 판검사들과 두루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브로커 대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법조인들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와 특수통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활약한 것으로 알려진 정운호 사건만 해도 '전관'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전관'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전관을 소개하고 사건을 알선하는 브로커는 앞으로도 활발히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CBS노컷뉴스는 현직 판검사들에게 만나고 싶지 않은 브로커를 마주쳤을 때 혹은 마주치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경험담이 모였을 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 유형 1. 철통보안형…만남 자체 거부

    한 현직 부장검사는 주변의 여러 유혹에도 불구하고 골프 약속을 절대 잡지 않는다고 한다. 통상 4인 1조로 미리 정하는 골프 약속은 중간에 멤버가 교체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과정에서 꼭 '뒷탈'이 나기 때문이다.

    이 부장검사는 "원래 멤버가 아니라 전혀 안면이 없는 사람과 골프를 치다보면 같이 뒷풀이 겸 식사를 하게 되고 엉겁결에 술까지 마시면 골프접대를 받게 되는 셈"이라며 "공직자들은 골프를 하지 않는 것이 예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원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아니면 아예 모임을 갖지 않는다는 판사도 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이번 정운호 게이트 사건을 보면서 함께 일하는 동종업계 동료가 아니면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교 동문 등 지인들로부터 '판사 되고 출세하더니 사람 변했다'를 질타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최대한 외부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만이 오해를 받지 않는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유형 2 무시형…"말 걸지 마"

    하지만 브로커와의 만남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현실성'이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친한 사람이 만든 식사 자리에서 'XX대표' 등 직함을 내세우는 브로커를 한 눈에 알아채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검사는 "우연히 마주치게 되더라도 브로커라는 느낌이 오면 무시하는 방법을 쓴다"며 "식사 자리에 초대돼 갔는데 모르는 사람이 합석해 있으면 '명함이 떨어졌다'는 등 이유를 둘러대며 일단 명함을 주지 않는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이어 "브로커들이 접근하는 이유는 나와 친하든 안 친하든 '나 OO검사 안다'고 내 이름을 팔려는 것이기 때문에 아예 명함부터 주지 않는다"며 "원래 검사 주위에는 브로커가 우글거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운호 대표의 핵심 로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이모씨와 직접 만난 적이 있다는 한 검사는 이씨를 접했을 때 무시로 일관했던 경험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평검사 시절 우연히 불려나간 식사자리에서 이씨를 본 적이 있다"며 "딱 보니 브로커였기 때문에 그가 묻는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는 등 무시했다. 일부러 자리를 썰렁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당신과는 엮이고 싶지 않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식사 자리를 마친 뒤에는 그 자리를 만든 사람에게 '다시는 이런 자리에 부르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 뒤에 이씨로부터 전화가 몇 번 왔지만 아예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고교 선배나 후배' 등의 수법으로 접근하는 브로커들로 잠시 헷갈렸다는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간간이 전화가 와서 선배라고 나중에 찾아오겠다고 하는데 점점 낌새가 이상해서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나중에는 (유선으로) 연락해왔지만 바꿔주지 말라고 했다. 실제로 선배라던 사람은 구속됐었다가 나오더니 또 연락을 해오더라. 아예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현직 판검사들은 사법기관에 종사하는 공직자들로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법조브로커들에 대한 나름의 대응책을 만들고 있었다.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법조브로커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법조인의 양심'으로 법조브로커를 차단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아직 배석판사의 신분이고 기수도 낮아 브로커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는 한 판사는 현 시점에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추락이 가장 우려된다면서 "수사당국의 정당한 법집행과 사법기관의 법리적 해석 자체를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법조브로커는 반드시 근절돼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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