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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평] 달갑지 않은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칼럼

    [오늘의 논평] 달갑지 않은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엄연한 가해국이자 패전국이다. 때문에 인류 최초의 핵무기인 '리틀 보이(Little Boy)'는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그래도 일본이 패배를 선언하지 않자 사흘 뒤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결국 8월 15일 일본 천황은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기나긴 전쟁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원폭투하는 미국과 일본의 민감한 과거사로 남았다.

    종전 70년이 지난 지금 원폭 투하에 대한 정당성 여부 평가는 분분하다. 조기에 전쟁을 끝내기 위한 수단으로 원폭투하가 당연했다는 지지 입장과 무고한 원폭 희생자들이 너무 많았다는 비판 입장이 혼재한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1945년 당시만 해도 미국인의 85%가 원폭 투하를 지지했지만 2005년에는 찬성 비율이 57%로 떨어졌다. 원폭투하의 전략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차원에서 점차 인적 피해문제로 인식이 변화된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본이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라고 해서 전쟁의 피해국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중국은 일본군에 난징대학살을 당했다.

    그런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일 히로시마를 방문하기로 하면서 '사과 외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히로시마는 최초로 핵무기가 투하된 곳인데, 원폭 투하를 결정한 미국의 대통령이 최초로 그곳을 찾아 헌화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대전의 가해국인 일본이 오바마의 방문을 계기로 마치 피해국인 것처럼 '코스프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미국 내에서조차 참전용사와 전쟁포로 단체들을 중심으로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반대하고 나섰다.

    11일 일본 신문들은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결정 발표를 대서특필했다. 오바마가 지혜롭고 용기있는 결단을 내렸다며 '오바마의 영단(英斷)'이라고까지 치켜세웠다.

    특히 오바마와 아베 일본 총리가 함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찾기로 한 것은 미국과 일본의 신밀월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역사적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 국민 70%가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지난 2009년, 2010년, 2014년 일본을 방문했던 오바마로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는데, 오바마가 퇴임을 8개월여 앞두고 아베 총리에게 '큰 선물'을 안겨준 셈이 됐다.

    실제로 오바마는 지난 2009년 일본을 처음 방문했을 때 "대통령 재임 기간중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할 수 있다면 영광이겠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 '예고편'으로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가 지난해 8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식에 참석했고, 존 케리 국무장관도 지난달 11일 히로시마를 찾았다.

    다만 백악관은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이 1945년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핵무기 없는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대통령 취임 이래 줄곧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창해온 오바마 입장에서는 퇴임을 앞두고 핵과 관련한 '화룡점정의 이벤트'로 히로시마를 선택한 것이다.

    오바마는 취임 첫해인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없는 세상을 주제로 연설한 이후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하는 등의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를 당한 한국과 중국인들에게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달갑지 않다. 무엇보다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아직도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베 총리는 침략의 역사마저 부인하며 평화헌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히로시마 원폭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당시 징용으로 끌려간 4만명의 한국인들이 희생됐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바마가 히로시마를 방문하기로 한 배경 가운데 하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과 맞닿아 있다.

    오바마는 중요한 안보파트너인 일본을 '코너스톤(cornerstone. 주춧돌)'이라고 지칭했다. 가깝게는 올해 초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도발하자 오바마는 제일 먼저 아베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었다.

    지난해 4월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에서는 미국 의회가 사상 처음으로 아베에게 상하원 합동연설을 허용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오는 11월 미국 하와이에 있는 진주만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단지 미국과 일본의 외교적 이벤트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일본의 군국주의 과거사를 두고 한국과 중국에는 여전히 씻기지 않은 상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한다면 일본군에 피해를 당한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진솔한 사죄를 해야 하고, 대학살의 흔적이 선연한 중국 난징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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