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열풍의 핵 ‘중하층 보수 백인그룹’
- 낙태 조건부 허용, 자유무역 반대 주장
- 이민정책, 분담금 관련 공약 등은 실효성 없어
- 美 공화당 트럼프로 최악 분열사태 맞아
- 나쁜 정치 보다 예측불가능 정치 더 위험해
- 12개 스윙스테이트의 선택이 승패 가를 듯
- 클린턴 승리 가능성 높지만 안심 못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5월 9일 (월)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서정건 교수 (경희대)
◇ 정관용> 미국 대통령 선거, 다시 한 번 집중 분석해 봐야 되겠습니다. 왜냐하면요, 다 아시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될 거라고는 대부분, 특히 전문가일수록 대부분 예상하지 못 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확정됐어요. 정말 앞으로의 대통령 선거 어떻게 돼 갈 것인지, 경희대학교 서정건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서정건>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서 교수님도 예상하지 못 했죠?
◆ 서정건> 네, 예상 못 했습니다. (웃음)
◇ 정관용> 그런데 확정된 것 맞아요?
◆ 서정건> 사실상 확정된 거라고 볼 수 있는데요. 왜냐하면 다른 후보들이 테드크루즈나 존케이식 두 후보들이 경합을 하다가 후보 사퇴를 했기 때문에. 그런데 공식 지명되는 건 7월에 있는 전당대회에서 하게 되고요.
◇ 정관용> 아직 그런데 과반 대의원을 확보한 건 아니죠?
◆ 서정건> 그건 아직 아닙니다. 왜냐하면 프라이머리는 6월 7일날 캘리포니아 등 몇 개 주까지 더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직 선거 후보경합이 남아 있고요.
◇ 정관용> 캘리포니아 같은 데가 선거인단 수가 많잖아요.
◆ 서정건> 선거인단 수가 많지만 일단은 말씀드린 대로 테드크루즈하고 존케이식 후보가 사퇴를 했기 때문에.
◇ 정관용> 적수가 없으니까.
◆ 서정건> 그리고 두 후보가 둘 다 사실 벌써 후보 사퇴 시점 바로 직전에 산술적으로는 트럼프에 근접하는 과반수를 얻을 수 없게 돼 있었죠.
◇ 정관용> 이미 패배를 인정하고 그만 둔 거고.
◆ 서정건> 그렇죠.
◇ 정관용> 나머지는 표 계산 할 것도 없이 과반 넘는 것은 분명하다, 그거 아닙니까?
◆ 서정건>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과반을 넘어도 혹시 지명 전당대회에서 뒤집을 수도 있어요?
◆ 서정건> 그런 건 아닙니다. 과반수가 안 되는 경우에는 그 오픈 컨벤션, 컨테스트 컨벤션 이렇게 표현하는데요. 그렇게 되면 1차 투표, 2차 투표, 3차 투표까지 가서 과반이 넘는 후보를 만들어내는 건데 과반이 넘는 후보가 나오면 거기서 더 이상 다른 방법은 없죠.
◇ 정관용> 더 손댈 수가 없는 거죠.
◆ 서정건> 네.
◇ 정관용> 그럼 사실상이라는 단어 안 써도 되네요.
◆ 서정건> 거의 그렇죠.
◇ 정관용> 확정이네요.
◆ 서정건> 미국 언론이나 여러 가지 분위기는 트럼프를 후보로 보고 그 이후에 대한 논쟁이 한창 진행 중이죠.
◇ 정관용>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 특히 올드 맨들, 옛날 대통령 지낸 분, 장관 지낸 분 이런 분들도 하나씩, 하나씩 발언을 하더라고요.
◆ 서정건>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나는 트럼프 그래도 지지할래’, ‘난 지지 못 해’ 이런 식으로. 게다가 지금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트럼프 지지하지 못 하겠다’ 이렇게 말하니까 트럼프가 또 ‘그럼 내가 라이언 하원의장을 끌어내리겠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같은 당 내에서?
◆ 서정건> 일단은 분열된 정당이 대선에서는 반드시 진다, 이런 게 철칙인데요. 그걸 여실히 드러내주는 것이 요새 방금 말씀해 주신 그런 공화당 내 주요 인사들의 여러 가지 발언들인데. 지금 상원 원내 총무하는 미치 매코널 같은 사람은 지지한다. 하원의장 하는 폴 라이언은 아직까지는 지지 못 하겠다. 그다음에 96년 대선후보였던 밥돌 같은 사람은 지지한다. 그다음에 2004년 대선 승리했던 조지 W 부시는 심지어 전당대회도 안 가겠다. 굉장히 다양한 목소리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죠.
◇ 정관용> 트럼프는 거기에 대해서 그러더라고요. 공화당이 꼭 일치단결해야 되는 것 아니다.
◆ 서정건> 그런데 일단 현재 입장에서는 본인이야 단합된 지지를 끌어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그렇지 않다는 것. 그리고 사실 어떻게 보면 프라이머리 때 주류에 대한 공격을 가지고 자기가 후보를 획득했기 때문에 본선에 가서도 사실 그 논리를 갑자기 바꾼다거나 하는 건 전략적으로 봤을 때 불리하죠.
◇ 정관용> 아까 처음 시작하면서 서 교수님께서도 예상 못했다고 인정하셨고.
◆ 서정건> 네, 인정합니다.
◇ 정관용> 제가 시작하면서 대부분 특히 전문가일수록 대부분 예상치 못 했다라고 했는데 전문가들의 예상이 이렇게 빗나간 이유를 좀 분석해 주세요.
◆ 서정건> 글쎄요. 그러니까 이게 트럼프 현상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이 굉장히 맞아떨어지는, 한꺼번에. 그런 걸 볼 수 있는데 일단 트럼프를 후보로 만들어낸 것은 사실 공화당 지지 공화당 유권자들이죠.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볼 때 2003년에 이라크 전쟁에 부시가 실패했죠. 2008년에 금융위기 터져서 고생했죠. 그 여파로 8년 동안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집권했죠. 그러니까 공화당 주류에 대한 분노, 배신감 이런 것들이 폭발 지경에 이르렀을 때, 재미있는 것은 정치라는 게 수요 측면만 봐서 되는 게 아니고 공급 측면에서 트럼프라는 그 후보가 딱 나타나서 막말을 하면서 사실대로 얘기하고. 대신 또 지역도 출신이 뉴욕입니다. 만일 남부 출신 같았으면 뉴욕이나 중서부 지역에서 그렇게 호응을 얻지는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뉴욕이기 때문에 뉴욕 근처는 다 자기가 지지를 획득하고 남부는 워낙 공화당 텃밭이니까 또 많은 유권자들 지지를 획득하고 이렇게 됐던 거고요. 또 하나 결정적인 것은 주류 쪽 후보들이 너무 약했어요. 그러니까 마코 루비오는 45살짜리 플로리다 상원 의원인데 후보 토론회에서 한 번 망신당한 적이 있고요. 테드크루즈는 워낙 좀 뭐랄까. 너무 극단적이고 사람이 좀 신뢰성 같은 데서도 문제가 있는 그런 측면도 있고요. 그러니까 좀 여타 후보들이 약했고 그다음에 화난 유권자들이 있었는데. 제가 볼 때 제일 중요했던 것은 트럼프라는 후보 본인, 그 사람의 어떤 자질, 특징 이런 것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정관용> 그 어떤 자질과 어떤 특징이요? 지금까지 공개되고 그 사람들이 문제 삼는 것은 그 자질과 특징을 이게 걱정이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 서정건>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그걸 선택했다는 것 아닙니까?
◆ 서정건> 그렇죠. 그러니까 저희가 미국에 대해서 좀 생각해봐야 하는 게 우리나라 분들만큼 미국 사람들이 정치에 관해서 굉장히 잘 알거나 관심이 높거나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까 트럼프 같은 후보가 굉장히 짧고 강렬한 단어선택, 위닝(winning)이라든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라든지 내가 지지율1등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굉장히 잘 먹히는 거죠. 그러니까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계속해서 반복해서 던질 줄 알고 또 트위터라는 요새 새로 나오는 커뮤니케이션 수단 같은 것들을 굉장히 잘 활용을 하고. 또 미국 전통을 보시면요, 잭슨 전통이라고 해서 한 대 맞으면 두 대, 세 대로 갚아준다. 이런 전통이 있어요.
◇ 정관용> 잭슨이 누군가요?
◆ 서정건> 앤드류 잭슨이라고 1828년에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좀 아이러니컬한 것은 미국 민주당을 만든 대통령이에요. 앤드류 잭슨이라는 사람이 사실 영국과의 전쟁에서도 1815년 전쟁에서 크게 이겨서 미국 자존심을 살렸고요. 그러니까 잭슨이라는 사람의 전통을 따라서 굉장히 일방적인 노선 그다음에 기본적으로는 다른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든지 별로 간섭 안 하는데 우리 자존심을 건드린다든지 우리한테 피해를 준다든지 그러면 두 배, 세 배 응징하는 이런 전통이 굉장히 강해요, 남부 쪽이 특히.
◇ 정관용> 한 대 맞으면 두 대 때린다?
◆ 서정건> 네. 그런 것을 보수 백인층, 특히 중하층 이 사람들이 굉장히 그런 정서를 가지고 있는데. 이 트럼프가 굉장히 그런 정서를 잘 어떻게 보면 이끌어낸 거죠. 잘 자극을 한 거고.
◇ 정관용> 정치 경험은 전무하죠?
◆ 서정건> 정치 경험은 전무하죠, 사실. 그래서 전무하다는 것 보면 이제 아이젠하워 같은 경우 선출직 정치경험이 없는 마지막 대통령이라고 그러는데 그 사람도 선출직 정치경험은 없고요, 사실은. 보통 미국 대통령은 누가 되냐면 주지사가 되거나 상원 의원이 되거나 하원 의원도 사실 역사상 1880년도에 한 번 있었어요. 그다음에 전쟁 영웅들, 조지워싱턴, 재커리 테일러, 아이젠하워 이런 사람들이 됐었죠.
◇ 정관용> 전쟁 영웅이죠.
◆ 서정건> 그런데 비즈니스 섹터에서 나온 후보로는 웬델 윌키라고요, 1947년 공화당 후보인데 그 사람이 유일합니다. 유일한데 그 사람도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삼선 도전, 역사상 유래가 없었던 삼선 도전을 못 막아내고 결국 패배했죠.
◇ 정관용> 패배했죠.
◆ 서정건> 그러니까 결국 비즈니스 섹터에서 사실은 물론 2012년에 미트 롬니가 나왔지만 그 사람이 투자은행 경력 이런 것 때문에 굉장히 곤욕을 치렀었죠. 해고경험이라든지 서민층을 돌보지 않는다는 이미지 이런 것들 때문에. 그러니까 트럼프가 굉장히 사실상 어떻게 보면 독특한 이력인 것은 맞습니다.
◇ 정관용> 게다가 비즈니스 섹터라고 하지만 트럼프가 경험한 비즈니스 섹터가 미국 산업계의 주류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 아닙니까?
◆ 서정건> 어렵죠. 사실 방금 말씀드린 1940년 웬델 윌키라는 사람은 전기회사 사장 출신이에요. 그러니까 그 사람만 해도 주류 비즈니스지만.
◇ 정관용> 주력 산업의.
◆ 서정건> 네, 부동산 가지고 자꾸 자기 부를 불리고.
◇ 정관용> 엔터테인먼트하고.
◆ 서정건> 그렇죠. 리얼리티 TV쇼 이런 데 나가고. 트럼프 대학도 만들고요. 이런 식의 것들인데 그런 경험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유권자들의, 특히 미국 보수층들의 선택을 맞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 정관용> 그런데 어쨌든 지금까지 그런 출신이 후보가 된 적도 한 번도 없었다.
◆ 서정건> 한 번도 없었다.
◇ 정관용> 이건 꼭 지적을 해야 할 문제인 것이고.
◆ 서정건> 네. 그런데 지난번에 자기 호텔에 LG TV를 4000대를 주문했다고 하는 걸 예로 들면서 무역으로 인한 미국민들의 폐해, 이런 것들을 굉장히 잘 연결시키는 거예요.
◇ 정관용> 그렇죠.
◆ 서정건> 그러니까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게이트도 보통 다른 사람들은 그게 뭐 불법이다, 이렇게만 얘기하지만 트럼프는 어떻게 얘기하느냐 하면 다른 리틀맨들, 그러니까 일반 사람들에 비해서 왜 힐러리는 특별대우를 받느냐. 이런 식으로 이제 그 주장을 이끌어나갑니다.
◇ 정관용> 상식적 눈높이.
◆ 서정건> 눈높이 또 일반 중하층 이런 타깃을 잘 정해서 표현들을 해 나가는 거죠.
◇ 정관용>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렇게 찬반이 엇갈리는 것들이 트럼프가 내세우는 공약이 공화당의 기존 정책과 차이 나는 게 많기 때문 아닙니까?
◆ 서정건> 네, 그렇습니다.
* 서정건 교수
◇ 정관용> 몇 가지, 제일 특징적으로 차이나는 것만 정리해 주세요. 어떤 것이 있는지.
◆ 서정건> 일단 공화당 주류의 정책기조 같은 것들은 우선 낙태, 세금, 무역, 이민 이런 것들이 있는데요. 일단 낙태 문제에 있어서 사실 여러 가지 예외조항들을 잘 두지 않으려고 하는 게 강경 보수 공화당 주류 쪽 입장인데.
◇ 정관용> 낙태는 안 된다, 이런 쪽.
◆ 서정건> 네. 그런데 이 사람이 뉴욕 출신이고 워낙 입장도 많이 바꿔왔고. 그러니까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다거나 혹은 강간의 경우라든지 이런 특별한 상황에서는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
◇ 정관용> 조건부.
◆ 서정건> 네. 조건부 낙태 허용, 이런 쪽이 사실 7월 말에 있을 클리브랜드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정강정책을 정하거든요. 그럴 때 굉장히 사실 어떻게 보면 논란거리가 될 수 있고요.
◇ 정관용> 미국에서의 낙태 문제 논란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가보안법 찬반 논란만큼이나 많은 국민들이 관심 갖는 그런 보수, 진보 사이의 쟁점이라면서요.
◆ 서정건> 네, 사회문화 이슈가 사실 미국 양극화를 가지고 왔는데 굉장히 이해하기 쉽고 찬반 입장이 뚜렷할 수밖에 없는 낙태 문제.
◇ 정관용> 거기서 공화당은 어쨌든 반대가 기본이었는데 조건부 허용이라는 새로운 말을 했다.
◆ 서정건> 네, 그런 거죠.
◇ 정관용> 그 다음은요? 세금, 무역, 이민 등등.
◆ 서정건> 무역도 사실은 공화당의 기본입장은 자유무역이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FTA도 찬성하고.
◆ 서정건> 네, FTA 찬성도 오바마 행정부 때 한.미FTA 미국 의회가 찬성시킨 것도 공화당의 전폭적인 지지 그다음에 민주당의 약간의 지지 이걸 통해서 사실 한.미FTA가 2011년에 통과된 건데요. 그것도 사실은 지금 트럼프가 후보가 된 것은 특히 중서부 지역에 자유무역으로 인해서 소위 제조업들이 다 해외로 빠져나가고 일자리가 다 없어지고 하는 그런 정서를 굉장히 트럼프가 사실 잘 건드려서 후보가 됐기 때문에.
◇ 정관용> 그래서 FTA 반대예요?
◆ 서정건> FTA도 반대하고요. 그다음에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하는데 1993년에 남편 빌 클린턴이 사인했던 네프타, 멕시코, 캐나다. 그것도 굉장히 힐러리의 잘못인 것처럼 포장해서 굉장히 반대하고 있죠.
◇ 정관용> 그럼 그런 것도 다 탈퇴하겠다?
◆ 서정건> 탈퇴하겠다, 반대하겠다인데 사실은.
◇ 정관용> 아무튼 내세우는 바는 탈퇴까지?
◆ 서정건> 내세우는 바는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미국 의회가 결정해야 되기 때문에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FTA는 아예 그냥 탈퇴 주장까지 하고 있다.
◆ 서정건> 그런 셈이죠.
◇ 정관용> 그리고 이민 정책, 이것도 정말 차이가 크지 않습니까?
◆ 서정건> 무슬림을...
◇ 정관용> 입국 금지시킨다.
◆ 서정건> 입국을 금지시키겠다. 이것은 사실은 어떻게 보면 프라이머리 때, 후보 경선 때는 사실 먹혔던 얘기인데 본선 가면 이건 굉장히 어려워요. 왜냐하면 이것은 누가 무슬림이냐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건 religious test라고 해서 당신 종교가 뭐냐.
◇ 정관용> 물어봐야 되잖아요.
◆ 서정건> 물어봐야 되고요. ‘나는 무슬림 아니다’ 그러면 돼요. 굉장히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정책인데도 불구하고 미국 백인들, 중하층 정서에 딱 들어맞는 얘기를 한 거죠, 사실.
◇ 정관용> 그리고 우리랑 직접 연결되는 게 외교적으로 일종의 신고립주의, 이런 걸 내세우는 것 아닙니까?
◆ 서정건> 신고립주의인데요. 사실 신고립주의라는 고립주의 전통이라는 것은 미국 역사를 길게 보시면 굉장히 오래된 전통이고요, 사실은. 지금 공화당 내부에서 세 갈래 경쟁이 있는데 신고립주의라고 하지만 지금 사실 트럼프의 신고립주의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어떻게 보면 외교적 안목에서 나오는 그런 정책 발상이라기보다는.
◇ 정관용> 아니에요, 그게?
◆ 서정건> 굉장히 즉흥적이고 굉장히 반응적인 거죠. 그러니까 예를 들면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혹은 방위비 분담을 100%까지 해야 된다. 이런 게 국내 언론에 많이 보도가 되고 있는데 그 과정도 잘 추적을 해 보시면 CNN의 울프 블리처라고 하는 인터뷰 프로그램이 있어요. 거기에서 울프라는 인터뷰어가, 진행자가 ‘한국이 50% 부담하고 있다’ 그랬더니 트럼프가 ‘몇 %라고요?’ 그러니까 울프가 ‘50%입니다’ 그랬더니 ‘그러면 왜 100%는 안 되나요?’ 이런 식으로 나온 거예요. 그러니까 이걸 트럼프가 잘 정리해서 왜 100%여야 하는지 왜 이래야 하는지 굉장히 어떤 분명한 목적과 방향과 비전을 가지고 국민들한테 제시했다기보다는 굉장히 즉흥적인 , 비즈니스맨적인 발상에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 정관용> 그냥 대충 이런 거잖아요. 우리 동네 TV는 전부 삼성, 엘지인데 왜 그 사람들은 돈 안 내? 이런 거잖아요.
◆ 서정건> 네. 사실 그런데 미국 가서 물어보면 그 TV가 엘지, 삼성 것이라는 걸 아는 미국민들 많지 않아요.
◇ 정관용> 어쨌든 그런데 먹히는 거잖아요, 그런 말이.
◆ 서정건> 네, 먹히는 거죠.
◇ 정관용> 북한 핵에 대해서는 언급한 게 있나요?
◆ 서정건> 북한 핵 얘기 나올 때마다 딱 한마디만 얘기합니다.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 무엇을 가지고 하느냐면 트레이드를 가지고, 무역을 가지고. 그러니까 굉장히 사실은 어떻게 보면 미중 관계에도 굉장히 영향이 갈 수 있는 그런 입장이고요. 사실 그런 방향이 잘 먹혀들 거라고 보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일단 미국, 그러니까 지금 트럼프의 모든 외교정책이라든지 여러 가지 입장 같은 것들은 국내정치 선거용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요. 그러니까 중국을 이런 식으로 우리가 압박할 수 있다는 어떤 자신감.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미국도 중국경제가 없으면 사실 막상 제일 크게 손해가 나는 사람들은 백인 중하층들이에요.
◇ 정관용> 그렇죠.
◆ 서정건> 관세 45% 때리면 월마트에서 예를 들면 5불 주고 샀던 운동화. 미국 사람들 집에서 신발 신으니까요. 이게 8불이 되는 거예요.
◇ 정관용> 맞아요.
◆ 서정건> 그럼 누가 제일 손해냐? 미국 중하층민. 이런 거 힐러리가 공격할 수 있죠.
◇ 정관용> 지금 서 교수님 말씀은 트럼프가 이렇게 경선과정에서 뭐 아주 충동적인 말을 하지만 실제 그것이 FTA 탈퇴하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확 줄이고 중국하고 무역관계 압력 넣고. 이게 불가능하다는 얘기 아닙니까? 설령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 서정건> 설령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민주당은 단합해서 반대할 거고요. 공화당은 지금 분열돼 있고요. 저희가 의회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미국 정치에 있어서 의회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서정건> 우리나라 국회에 비해서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걱정하는 것은 뭐냐 하면 막상 미국 본선에 막이 오르는 것은 9월, 10월 한 두 달 정도예요. 본선 캠페인은. 이 두 달의 기간 동안 트럼프의 어떤 민낯, 트럼프의 오류, 트럼프의 해결책 없음. 이런 것들이 미국 국민들한테 잘 전달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기간이냐. 이건 좀 걱정이에요. 그러니까 그 두 달 동안 트럼프가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잘 빠져나가면 지금 화난 유권자들을 묶어서 또 힐러리도 굉장히 비호감도가 높지 않습니까?
◇ 정관용> 맞아요.
◆ 서정건> 그러니까 9월, 10월 동안 트럼프가 잘 빠져나가고 요리조리 잘 포장하면.
◇ 정관용> 그러면 될 수도 있다?
◆ 서정건> 글쎄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말하기 어려운데.
◇ 정관용> 그런데 왜 이렇게 걱정을 하세요? 미국은 의회가 우리 국회보다도 훨씬 기능이 크다. 따라서 트럼프가 말한 대로 마음대로 못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입니까?
◆ 서정건> 네. 걱정인 것은 뭐냐 하면 잘 아시는 것처럼 정치에 있어서 제일 안 좋은 건요, 나쁜 정치보다 예측 불가능한 정치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트럼프가 예측 불가능한 대통령이 되면 굉장히 국제질서라든지 우리나라 무역관계라든지 미중관계 또 한중관계, 굉장히 여파가 크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걱정이 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 정관용>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 서정건> 네. 차라리 나쁜 정치이면 낫겠는데 심판하면 되기 때문에. 그런데 예측 불가능한 정치는 정말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마는 예측 불가능한 경우는 굉장히 여러 가지로 어려운 문제들을.
◇ 정관용> 그러니까 뜻대로 다 이루어낼 수 있다라는 건 전혀 아니지만.
◆ 서정건> 전혀 아니죠.
◇ 정관용> 그러나 언제 뭘 던질지 모른다?
◆ 서정건> 그렇죠. 그러니까, 저희 정부가 이런 실수를 하는 거예요. 워싱턴포스트에서 한국 무슨 정부 혹은 외교부인지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트럼프 캠프를 접촉하려고 시도했다’ 이런 보도 나왔지 않습니까? 이런 실수를 저희가 하게 되는 거죠.
◇ 정관용> 왜 실수죠?
◆ 서정건> 그런 것 절대 하면 안 되죠.
◇ 정관용> 왜요?
◆ 서정건> 그러니까 저희 입장은 뭐여야 되냐면 미국 국내 정치에는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는 상관하지 않는다. 한.미동맹은 굳건하다. 이렇게 가야 정상인데 만일에 그런 워싱턴포스트에 그런 기사가 나오잖아요? 그러면 미국 국민들 혹은 여러 전문가들 차치하고라도 오해가 생길 수 있는 거예요. ‘아, 정말 한국이 분담금 많이 안 내나보다. 트럼프한테 빌붙어서 분담금 좀 줄여보려고 하나 보다’ 이런 오해가 생기는 거예요. 굉장히 잘못한. 굉장히 문제 있는 접근이에요.
◇ 정관용> 그래도 정부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의 경우에라도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 서정건> 만에 하나 대비를 저희 내부적으로 하는 건 좋은데.
◇ 정관용> 인맥은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드러나면 안 된다?
◆ 서정건> 물론이죠.
◇ 정관용> 혹시 하더라도 드러나면 안 된다?
◆ 서정건> 그건 물론입니다. 그건 물론이죠. 다른 나라 대선, 다른 나라 선거에 개입하는 건 굉장히.
◇ 정관용> 좋은 지적이십니다.
◆ 서정건> 문제가 많은 접근법이죠.
◇ 정관용> 그럼 그건 우리 정부가 실수한 걸까요, 아니면 우리도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일부러 과시한 걸까요?
◆ 서정건> 글쎄요.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예측 불가능한 정치가 가지고 올 수 있는 굉장히 또 잘못된 정책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트럼프 현상이 가져오는...
◇ 정관용> 그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 정부 관료들이 우리도 트럼프 캠프와 접촉하고 있다는 걸 우리 정부 관료들이 미국 언론에 알렸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트럼프 캠프가 알렸다고 생각하세요?
◆ 서정건> 그건 제가 사실관계를 모르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지만 둘 다일 수도 있는 거겠죠, 사실은. 워싱턴포스트 같은 경우는 트럼프를 반대하기 때문에 뭔가 좀 경고성 메시지로 보도했을 수도 있고요. 트럼프 캠프 같은 경우에는 ‘봐라. 한국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고 과시했을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둘 다 나쁘다는 거죠, 우리한테는.
◇ 정관용> 그렇죠.
◆ 서정건> 도움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사실 저희가 굉장히 잘 준비하고 잘 분석하고 이런 것들은 저 같은 사람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해서 해야 되겠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좀 곤란할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래도 본선 가면 클린턴이 이기겠죠?라는 질문. 안 하겠습니다.
◆ 서정건> (웃음) 클린턴이 이길 것 같고요. 사실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미국 대선은 50개 주가 다 하는 게 아니고요. 12개 주 정도의 스윙스테이트라고 해서 왔다 갔다 하는 주들. 그 주들이 문제인데 그 주들을 가만히 분석해보면 트럼프가 이기기는 좀 어려운 구조예요. 현재로서는. 콜로라도하고 네바다 주에 라티노 인구가 굉장히 많고요. 그다음에 트럼프가 희망을 거는 곳은 펜실베니아라든지 오하이오라든지 미시간이라든지 이런 중서부 지역의 무역 폐해를 가장 많이 본 곳들인데 그쪽이 사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를 오랫동안 해 왔기 때문에 쉽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다음에 남부 플로리다가 중요한데 거기는 라티노 인구가 굉장히 많습니다. 많은데 이게 조금 거창한 얘기입니다마는 아이덴티티 정치로 가느냐, 아이디어 정치로 가느냐. 늘 그런 기로에는 있는 것 같아요.
◇ 정관용> 정체성 정치냐, 새로운 아이디어.
◆ 서정건> 아이디어 정치냐 정책 정치냐 이런 건데. 내가 라티노니까 무조건 힐러리. 아니면 경제가 안 좋으니까 이번에는 공화당.
◇ 정관용>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 서정건> 둘 중에 어떤 걸로 갈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될 겁니다.
◇ 정관용> 안 여쭤봤는데 예측을 하시네. 맞기를 바랍니다.
◆ 서정건> 제가 가서 선거운동이라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서정건>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경희대학교 서정건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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