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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평] '만만한 한국' 제2의 살균제 참사 막으려면…



칼럼

    [오늘의 논평] '만만한 한국' 제2의 살균제 참사 막으려면…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고 있다.

    옥시 한국법인 대표가 2일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게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지만 1, 2등급을 받은 피해자로 보상 범위를 좁히는 등 알맹이 빠진 면피용 사과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외국 기업이더라도 기자회견에서 고개 몇 번 숙이는 것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고 사실은 청문회에서 크게 추궁을 당해야 할 사안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통해 기업이 사람의 목숨을 갖고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5년 동안 뒷짐지던 옥시가 사과한 것은 철저히 상황에 등떠밀린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와 집단손해배상청구소송,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자 사태 수습을 위해 급조했다는 것이다.

    옥시측 사과에 진정성이 부족한 것은 피해자 보상 대책이 크게 미흡한데 있다. 정부가 공식 인정한 1, 2등급 피해자는 2백여명이다. 이 가운데 옥시 제품에 의한 피해자는 70%가 넘는 177명이며 여기에는 사망자 70명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 4월 기준으로 집계한 살균제 피해자는 무려 1528명이고 사망자는 239명, 이 중 옥시 제품에 의한 사망자만도 103명에 이른다. 옥시가 이처럼 막대한 피해자를 내고서도 "아이 엠 쏘 쏘리(I'm so sorry)"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지만 정작 보상의 범위에서 3,4등급은 제외했다.

    독성 물질에 의해 수 백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세월호 참사에 비견될 정도로 업체의 부도덕성과 당국의 무관심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1997년 환경부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에 대해 유독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고시했다. 2000년에는 옥시가 PHMG의 흡입 유해성 검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했고, 2003년에는 호주 수출과정에서 PHMG 제조사인 SK케미칼과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이 PHMG의 독성 여부를 이미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옥시 등 제조사들은 이를 무시했다.

    정부의 사후 대처도 문제다. 정부가 원인 모를 폐 손상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고 공식 인정한 것이 2011년 8월이다. 피해자를 조사해서 뒤늦게 판정을 내린 것은 2년 전인 2014년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피해자 보상문제에 미적거렸고 검찰도 폐손상의 원인이 5년 전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본격적인 수사에 나섬으로써 사실상 사태 해결을 지연시키는데 일조했다.

    우리의 아이들과 산모들의 목숨을 소리없이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책은 하나에서 열까지 재발방지에 모아져야 한다.

    살생물제에 대해서는 사전에 안전 승인을 받도록 돼 있는 유럽이라면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런 측면에서 독성물질과 관련해서 한국은 너무나 만만했다. PHMG에 대해 한때 유독물이 아니라던 정부가 3일 살생물 제품 허가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한 것도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제조와 판매 경위, 옥시의 전현직 최고경영자나 연구원의 은폐의혹 등을 철저히 입증함으로써 생명을 경시한 부도덕하고 탐욕스런 기업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

    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범위를 기존의 폐질환에 국한하지 말고, 천식이나 비염, 암 등 폐 이외의 손상까지 확대하는 등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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