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대기업 '황당' 입사시험…"소금물 농도를 왜 계산해야 하나?"



사회 일반

    대기업 '황당' 입사시험…"소금물 농도를 왜 계산해야 하나?"

     

    Q. 5%의 소금물 100g에 4%의 소금물 150g을 합친 뒤 소금물 50g을 증발시켰다. 남은 소금물의 농도는 몇 %인가?

    ① 4% ② 4.5% ③ 5% ④ 5.5% ⑤ 5.7%

    지난 17일 실시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의 일부 문항을 취업준비 서적 전문회사 '한국고시회'가 복원한 것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GSAT문제집에 따르면, 각 문제를 1분 안에 풀어야만 나머지 문제를 제시간에 해결하는 데 지장이 없다.

    GSAT의 경우, 160문항(언어, 수리, 추리, 시각적 사고, 상식 영역)을 2시간 20분 안에 모두 풀어야만 한다.

    지난 2일 이랜드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모두 6개 대기업이 직무적성검사나 인성·적성(인적성) 시험을 진행하는 등 입사 시험철이 본격화됐다.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각기 다른 회사의 출제경향을 파악해 시험을 치르느라 진땀을 흘린다.

    최근 대기업 인적성 검사를 봤던 서강대 재학 김모(27)씨는 "가끔 치사하게 '소수점 세 자리에서 반올림하시오'라는 문제가 나오면, '이걸 내가 왜 하고 있나'라는 자괴감이 든다"며 "적성 검사에서 왜 소금물 농도를 구해야 하는지도 이해가 안 간다"고 불평했다.

    이과생인 송모(26) 씨도 "수리 영역은 자신 있는데, 몇 문제 풀지 못했다"며 "직무와 관련됐다기보다 IQ테스트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다.

    ◇ 소금물은 예사, '근초고왕'부터 'ODD'까지…왜 나오나?

    (사진=자료사진)

     

    소금물 농도를 구하는 문제는 사실 취준생들 사이에서 '예사 문제'.

    역사나 철학 등 인문학 관련 문제는 이과생에게, 과학, 전자 등 이공계 학문 관련 문제는 문과생들에게 '지옥'과도 같은 수준이다.

    또다른 취업준비 서적 출판회사 ㈜시대고시기획이 복원한 2015년 GSAT 기출문제는 역사부터 IT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Q. 밑줄 친 '이것'을 가리키는 용어로 알맞은 것은?
    이것은 초고속 반도체 메모리를 저장 매체로 사용하는 대용량 저장 장치를 뜻한다. 임의접근을 하여 탐색시간 없이 고속으로 데이터를 입출력할 수 있으면서도 기계적 지연이나 실패율이 현저히 낮다. 또한 외부의 충격에도 데이터가 손상되지 않으며, 발열·소음 및 전력소모가 적다.

    ① ODD ② ROM ③ HDD ④ SSD ⑤ DRAM

    (출처=㈜시대고시기획)


    Q. 왕위에 오른 시기가 빠른 순서대로 알맞게 배열한 것은?
    ① 광개토대왕-근초고왕-법흥왕-장수왕-진흥왕
    ② 광개토대왕-근초고왕-장수왕-진흥왕-법흥왕
    ③ 근초고왕-광개토대왕-법흥왕-장수왕-진흥왕
    ④ 근초고왕-광개토대왕-장수왕-진흥왕-법흥왕
    ⑤ 근초고왕-광개토대왕-장수왕-법흥왕-진흥왕

    (출처=㈜시대고시기획)


    취업준비 1년 차인 김모(24·여) 학생은 "문과생이다 보니, 시각적 사고나 공간지각 관련 문제 등은 생전 처음 겪어본 유형"이라며 "정말 회사는 이 모든 걸 다 아는 사람을 원하는 건가? 천재를 뽑아가려는 것도 아니고…"라며 입을 삐죽였다.

    패션 분야를 지원하는 김유나(25·여)씨도 "언어나 수리 영역에서 시간이 상당히 부족한 편"이라며 "패션이라는 분야는 미적 감각이 필요한데, 그런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종합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된 시험"이라며 "일단 시험을 통과하기만 하면, 성적 자체는 추후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LG 측도 "지원자들의 기본적인 소양과 통합적 사고를 알아보는 시험"이라면서 "일부 직군에서는 직무집필 검사를 통해 직무에 특화된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 "80~90년대 채용방식…이제는 직무 중심으로 세분화해야"

    전문가들은 수천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상황에서 소수의 합격자를 가려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직무와 동떨어진 입사시험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박희준 교수는 "청년들이 굉장히 준비를 열심히 하다 보니, 쉽게 출제해서는 차별화를 할 수가 없다"면서 "결국 그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려운 문제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방식이 8~90년대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시대가 달라진 만큼 채용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학과 김성수 교수도 "인재 채용에서 '지능'이란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시험이 설계됐다"면서도 "직무와 연관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의 경우, 시간과 돈 낭비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다방면에 걸쳐 많이 아는 사람)를 채용하는 것만큼이나 모집을 세분화해 직무나 직군에 특화된 채용전형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