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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KBO 투·타 1위들' 그러나 뭉클하고 반갑다



야구

    '낯선 KBO 투·타 1위들' 그러나 뭉클하고 반갑다

    '세현아, 겨울이 길었지?' 올 시즌 깜짝 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롯데 좌타 외야수 김문호(왼쪽)와 세이브 1위를 질주하는 넥센 우완 김세현. 둘은 2006년 입단해 11년 만에 전성기를 구가할 조짐이다.(자료사진=롯데, 넥센)

     

    올 시즌 일정의 10% 정도를 소화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올해 특징 중 하나는 각종 투타 1위를 달리는 뉴 페이스들이다.

    익숙했던 터줏대감들 대신 온통 낯선 선수들이 투타 각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간판들을 대신해 KBO의 새로운 스타들로 자리매김한다는 점에서 반갑다.

    특히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뒤늦게 빛을 보는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여기에 주춤했던 스타들의 기량 회복이라는 점도 의미를 더하고 있다.

    ▲벤치 신세 떨치고 10년 만의 맹타

    19일 현재 타율과 타점, 출루율 1위는 그동안 순위표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이름들이다. 유망주로 오랜 동안 기대를 받고 마침내 10여년 만에 기나긴 '희망 고문'을 끝내려 하는 선수들이다.

    타격에서는 롯데 김문호(29)와 두산 오재일(30)이 각각 5할과 4할7푼1리의 고타율로 선두를 다투고 있다. 데뷔 10년을 넘긴 좌타자들이다.

    김문호는 2006년 2차 3라운드 1억2000만 원 계약금에 입단 당시 호타준족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주전 경쟁에 밀려 백업 외야수로 주로 뛰었다. 데뷔 9년차까지 2014년 71경기 타율 2할1푼4리 2홈런 27타점이 가장 많은 출전이었다.

    그러다 10년차였던 지난해부터 주전급으로 도약했다. 93경기 타율 3할6리 4홈런 88안타 31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더니 올 시즌 초반 엄청난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11경기 40타수 20안타 6타점 8득점으로 테이블 세터로 맹활약이다. 출루율 2위(5할7푼1리) 장타율 7위(6할2푼5리)에 둘을 합한 OPS 2위(1.196)다.

    올 시즌 출루율과 OPS 1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좌타 내야수 오재일.(자료사진=두산)

     

    오재일 역시 마찬가지다. 2005년 현대 2차 3라운드 계약금 8000만 원에 입단한 오재일은 187cm 95kg 당당한 체구로 좌타 거포의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한 시즌도 100경기 출장이 없는 백업 내야수에 그쳤다. 가장 많이 출전했던 게 두산으로 이적해온 2012년 87경기(타율 2할3리 3홈런 25타점)이었다.

    그런 오재일은 지난해 외인 부진 속에 66경기 타율 2할8푼9리 14홈런 36타점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치렀다. 올해도 닉 에반스의 타율 1할대(.176) 부진으로 기회를 잡아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3경기 34타수 16안타 2홈런 8타점에 출루율(5할8푼1리)과 OPS(1.287) 1위에 장타율 2위(7할6리)다.

    ▲만년 유망주? 변화와 변신으로 '대기만성'

    타점 1위는 SK 정의윤(30)이다. 15경기에서 무려 19타점을 올렸다. 타율은 2할5푼4리지만 득점권 타율 4할3푼8리로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홈런도 2위(4개)를 달리며 비룡군단의 4번 고민을 지우고 있다.

    알려진 대로 정의윤은 메이저리그(MLB)에서 연일 홈런을 날리는 박병호(30 · 미네소타)와 LG 입단 동기다. 2005년 2차 1라운드 3순위, 계약금 2억3000만 원에 데뷔한 정의윤은 박병호가 LG를 떠나 넥센에서 4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오르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러던 정의윤도 공교롭게도 LG를 떠나면서 거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 시즌 중 SK로 이적하면서 91경기 타율 3할2푼 14홈런 51타점으로 조짐을 보이더니 올해 대기만성의 정점을 노리고 있다.

    순위표 맨 위는 아니지만 KIA 김주형(31)의 선전도 눈에 띈다. 2004년 KIA 1차 지명으로 계약금 3억 원에 입단한 김주형 역시 만년 유망주의 대명사였다. 단 한번도 한 시즌 100경기와 100안타,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올해 유격수로 변신하는 일생일대의 모험을 걸었다. 수비에서 실수가 많지만 홈런 2위(4개)에 타율 3할6푼2리 5타점 8득점으로 호랑이 타선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올해 SK와 KIA의 중심타선에서 든든하게 활약하고 있는 정의윤(왼쪽)-김주형.(자료사진=SK, KIA)

     

    투수 쪽에서도 반가운 얼굴들이 있다. 세이브 1위(5개)를 달리는 넥센 김세현(29)도 2006년 입단 당시 대형 우완 투수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후 제대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 시즌 5승이 최다승이었고, 지난해 6홀드가 최다였다.

    여기에 지난해 9월5일 SK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뒤 만성 골수 백혈병 진단까지 받았다. 천만다행으로 약물 치료로 완치에 성공했고, 올해 벌써 1승 5세이브 평균자책점(ERA) 2.89로 마무리 손승락(롯데) 이적 공백을 거뜬히 메워주고 있다.

    홀드 1위(6개) 역시 넥센 이보근(30)이다. 2005년 입단해 2009년 7승 7세이브 4홀드로 커리어 하이를 찍으면서 영웅군단의 믿을맨으로 활약했던 이보근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조상우, 한현희 등 시즌 아웃된 필승조의 빈자리를 채웠다.

    ▲신성 출현과 구관의 권토중래

    정말 낯선 새 얼굴들은 주로 외국 선수들이다. 특히 두산 새 외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29)은 데뷔 시즌 KBO 리그를 강타하고 있다.

    보우덴은 올 시즌 ERA 0.45, 극강의 투구를 펼치고 있다. 규정 이닝을 채운 29명 투수 중 유일한 0점대 ERA다. 이닝당출루허용(WHIP)도 0.75로 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0.98)에 앞선 1위다.

    피안타율 역시 1할5푼9리, 선두를 달린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직구는 묵직하고 변화구, 특히 포크볼이 특히 예리하게 떨어진다. 3경기 전승으로 다승도 공동 1위다. 두산은 니퍼트(3승)까지 최강 원투 펀치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홈런 1위(5개) LG 루이스 히메네스(28)도 새 얼굴에 가깝다. 지난 시즌 중반 합류해 절반만 뛰었던 히메네스다. 70경기 타율 3할1푼2리 11홈런 46타점을 올린 히메네스는 올해 완전히 한국 무대에 적응한 모양새다. 13경기 타율 3할7푼5리 5홈런 11타점이다.

    '서울의 복덩이들' 올해 평균자책점, 다승, 피안타율 1위를 달리는 두산 마이클 보우덴(왼쪽)과 홈런 1위의 LG 루이스 히메네스.(자료사진=두산, LG)

     

    나머지 부문 1위들은 구관도 눈에 띈다. 도루 1위(6개) 케이티 이대형(33)은 2010년 이후 6년 만의 타이틀 탈환을 노린다. LG와 KIA, 케이티 등 최근 팀을 여러번 옮기는 어수선함 속에서도 현역 최다인 450도루를 올린 이대형은 2007년부터 최초의 4년 연속 50도루로 4연패를 이룬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안타 1위(22개) 롯데 손아섭(28)은 2012, 13년 최다안타왕 2연패 이후 3년 만의 탈환을 노린다. MLB 진출 무산의 아픔을 딛고 타율 3할6푼7리에 득점 1위(13개)의 호조를 보인다.

    두산 니퍼트(34)는 다승과 탈삼진(26개) 1위를 달린다. 부상과 부진으로 6승5패 ERA 5.10에 그친 지난해의 아쉬움을 씻고 KBO 리그 첫 타이틀에 도전한다. 한국인 부인을 얻어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올 시즌 초반 투타 각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선수들. KBO 리그에 감동과 재미를 더하고 있는 활력소다. 과연 이들의 순위가 시즌 끝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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