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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기억과 만남의 이야기 '봄의 정원' 등 소설 3권



책/학술

    [새책] 기억과 만남의 이야기 '봄의 정원' 등 소설 3권

     

    시바사키 도모카의 신작 장편소설 '봄의 정원'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권위 있는 순수문학상인 제151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봄의 정원'은 도쿄 도 세타가야 구의 오래된 연립주택에 살고 있는 주인공 다로와 이웃들의 은은한 관계를 그려낸다.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직 미용사 다로는 철거 예정의 낡은 연립에 이사 왔다. 그는 우연히 같은 연립에 사는 여자 니시가 담을 넘어 이웃한 물빛 집 부지에 침입하려는 것을 목격한다. 주의를 주려고 니시를 불러 세운 다로는 그녀에게서 의외의 동기를 듣게 되고, 물빛 집을 향한 니시의 기묘한 열정에 관심이 생겨 일련의 행동을 같이하게 된다. 이렇게 기억과 만남이 반복되는 이야기가 흐르는 동안에 독자들은 자연스레 낯익은 듯한 공간에서 그리운 사람 혹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을 생각하거나 먼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된다.

    다로가 사는 연립에서 대각선으로 뒤쪽에는 밝은 물빛의 벽널, 납작한 피라미드 같은 각뿔형의 적갈색 기와지붕, 창끝 모양의 꼭대기 장식이 돋보이는 물빛 집이 자리하고 있다. 집요하리만치 니시가 이 집에 매달리는 이유는 소설의 제목인 '봄의 정원'과 관련이 있다. 20년 전 이 물빛 집에 사는 젊은 광고 감독과 여배우 부부의 일상생활을 촬영한 사진집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바로 이 사진집의 제목이 '봄의 정원'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이 사진집을 접하고 대학에서 사진부에 들어간 니시의 마음속에는 이 사진집이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에 이르렀고, 니시는 인터넷에서 이사할 집을 찾던 중 우연히 물빛 집을 발견하고 물빛 집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싶어 이웃한 집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그렇게 끊임없이 사진집 속 물빛 집과 지금의 물빛 집을 비교하며 관찰하고,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는 젊은 부부의 삶의 단면과 지금 그 곳에 살고 있는 단란한 일가족의 삶을 상상해본다.

    적어도 거실 소파에서 툇마루 너머 정원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니시는 충족감을 느꼈다. 기울어가는 석양이 자신이 앉은 곳까지 비쳐 들고, 새소리를 제외하면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툇마루 널은 군데군데 허옇게 닳아서 그곳에 흐른 수십 년의 세월과 지금 지나가고 있는 오후 시간이 겹쳐져 보였다. _93~94쪽

    물빛 집뿐만 아니라, 이 소설에는 하늘, 공장, 담장, 나무, 벌레 등 매일같이 스쳐 지나가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 풍경들이 가득하다. 마치 카메라 렌즈의 움직임을 좇아 과거와 현재의 공간을 담아낸 연속 사진을 보는 듯하다. 이는 단순히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타인을 느끼는 행위로 볼 수 있다. 군데군데 흠이 파인 거리를 걷는 것은, 계절을 품은 작은 정원을 거니는 것은 그 정경에 스며든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을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고, 그의 존재를 생생하게 실감하는 매혹적인 순간이다. 이 책을 읽으면 어쩐지 거리를 더욱 구석구석까지 걷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고 싶어질 것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누군가의 관심을 끌려 하거나 이야기로서 설득력을 높이려는 의도 따위 전혀 들어갈 여지가 없다. 저자는 이런 '무뚝뚝한' 현실 앞에서 겸허함을 선택한다. 이것은 좀처럼 흉내 낼 수 없는 일이다." _시마다 마사히코(소설가, 아쿠타가와상 심사평에서)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한 채 흘러간다. 눈을 반짝일 만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완결성을 갖추고 드러나지 않는다. 물빛 집에 큰 비밀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결혼이라든지 사랑도 괜찮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품게 한 사진집의 주인공인 젊은 부부는 현재 이혼한 상태이며, 다로와 니시가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도 않는다. 10년 전 돌아가신 다로의 아버지의 유골을 빻은 절구와 공이는 그냥 그렇게 존재하고, 3년 만에 만나는 다로와 누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다. 그저 충실하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일상을 일상적으로 묘사해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소설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아무렇지 않은 소소한 일상이야말로 쉽사리 얻어낼 수 없는 소중한 순간임을 진정으로 자각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때 비로소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뭉근한 감동이 피어오른다. 곧 '봄의 정원'은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풍경을 안고 담담한 흔적을 남기는, 완성되지 않은 우리들의 스냅사진이 실린 사진집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본문 속에서

    조용한 길을 홀로 걸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거리의 풍경과 기억 속에 있는 나고 자란 거리의 풍경이, 건물의 규모나 틈새와의 관계도 사람들의 밀도도 너무나도 달라서 기억 속 거리가 더 멀고 생소하게 느껴졌다. _62쪽

    이 부근은 예전에 잡목림이나 논밭이었다고 하니, 매년 쌓인 낙엽이며 나무 열매, 그곳에 있던 동물들도 시간과 더불어 겹쳐져 지표로부터 조금씩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을 것이다. _105쪽

    문이 닫힌 집은 언뜻 보면 전날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어두운 창문은 사람이 사는 집이 어두운 것과 달랐다. 그 너머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어둠이었다. _127쪽

    시바사키 도모카 지음/ 권영주 옮김/ 은행나무/ 156쪽 / 1만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장편소설 '원더풀 라이프'가 출간되었다.

    "소설 '원더풀 라이프'는 같은 이름의 영화가 기본이지만, 단지 영상을 문자로 옮겨놓은 것은 아닙니다. 각본에 살을 붙여 부풀린 것도 아닙니다. 이번에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은 영상을 활자로 정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영화라는 형태로 일단 부풀어 오른 '원더풀 라이프'의 모티브를 활자라는 영역으로 다시 해방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 소설을 그 자체로 독립된 작품으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작가의 말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그 독특한 생사관과 내세관으로 서양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죽은 뒤 7일 동안 펼쳐지는 삶의 정리. 당신의 인생을 일주일 동안 정리해 그중 가장 소중한 추억을 안고 천국으로 간다면 당신의 선택은? '원더풀 라이프'는 이 한 가지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원더풀 라이프'를 영화로 보든, 소설로 읽은 관객과 독자들은 결코 이 질문에서 헤어날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질문에대 대한 대답을 쉽게 내놓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유효한 질문이라는 것을 누구나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괜찮은 삶이었다고 자부하던 와타나베가 그 질문을 앞두고 자신에 대한 환멸에 빠지다가 결국은 자신과 화해하면서 시설을 떠나는 것처럼.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망자들의 가장 소중한 추억은 너무도 소박하고 개인적인 것들이다. 정체된 고속도로 차 안에서 가족들과 도시락을 먹던 기억, 자신을 예뻐하던 오빠와의 외식, 몸이 아플 대 간병해주던 여인이 끓여준 죽 한 그릇, 아내와의 데이트 중 공원 벤치에 앉아 바라보던 풍경, 차창을 통해 들어오던 산들바람의 살랑임. 이런 평범함이 사람들의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인간은 서로가 추억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송태욱 옮김/ 서커스/ 276쪽/ 1만3000원

     

    판타지 로맨스 소설 '레드 퀸: 적혈의 여왕' 1,2권이 출간되었다.

    "그들의 피는 위협이며, 경고이자, 약속이다. 우리는 같을 수 없으며 영원히 그럴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붉은색 피로 태어나며 평범한 '적혈'과 은색 피로 태어나 초능력을 쓰며 적혈들의 위에 신처럼 군림하는 '은혈'로 이루어진 세계. 적혈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낮은 신분으로 태어난 메어 배로우는 가진 거라고는 소매치기 재능밖에 없으며, 17살이 되면 군대로 끌려가 총알받이 신세가 될 처지다.

    소꿉친구 킬런이 사고로 직업을 잃고 함께 징병될 처지에 처하자, 그런 그를 구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던 메어를 뒤틀린 운명은 왕궁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왕과 모든 귀족들 앞에서, 메어는 자신이 가졌는지도 알지 못했던 놀라운 초능력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붉은 피로 태어난 적혈이기에, 그녀의 그런 불가능한 초능력을 감추기 위해서 메어가 사실은 예전에 부모를 잃고 적혈의 손에서 자란 은혈 귀족이라고 거짓 발표를 한 후, 둘째 왕자 메이븐과 약혼시킨다.

    한 발만 잘못 디디면 죽음으로 이어질 줄다리기와 같은 왕궁 생활 속에서 메어는 상냥하고 친절하지만 뼛속부터 은혈인 왕세자 칼에게 끌리게 되고, 동시에 형의 그늘에 가려 있지만 이상에 불타는 약혼자 메이븐에게 죄책감을 갖게 된다. 한편 메어는 왕궁에 있는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이용해서 적혈 반란 군단인 '진홍의 군대'의 일원으로 활동할 계획을 세우고 그들과 접촉하는데…… 과연 메어는 적혈들을 위한 평등한 세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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