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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릴레이⑨] 잘 자란 떡잎, '믿고 듣는' 크루셜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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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합릴레이⑨] 잘 자란 떡잎, '믿고 듣는' 크루셜스타

    힙합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래퍼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악마의 편집'이 판을 치는 프로그램에서만 이들을 보기에는 뭔가 아쉽다. 그래서 준비했다. 래퍼들과 직접 만나 근황과 생각을 들어보는 '힙합 릴레이' 인터뷰. 아홉 번째 주인공은 키비가 지목한 크루셜스타다. [편집자 주]

    크루셜스타(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될성부를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 래퍼 크루셜스타(Crucial Star·본명 박세윤)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다. 크루셜스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힙합씬에 발을 들인 래퍼로 유명하다. 지난 2008년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대 최고의 힙합 레이블로 꼽히던 소울컴퍼니 새 멤버로 발탁, 2010년 매드클라운과 함께한 앨범으로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꾸준하게 작업물을 내놨다. 2011년 소울컴퍼니 해체 이후에는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로 둥지를 옮겼고, 감성적이면서도 세련된 음악으로 사랑받으며 '믿고 듣는 크루셜스타'란 수식어도 얻었다.

    '루키'로 주목 받았던 크루셜스타는 어느덧 못 하는 게 없는 전천후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랩은 물론이고 노래도 수준급, 프로듀싱 능력까지 갖췄다. 훈훈한 외모와 훤칠한 키는 덤이다. '쇼미더머니4'에 출전했다가 '광속 탈락'한 흑역사도 있었지만, 슬럼프를 잘 극복해내며 한층 더 성숙해졌다.

    크루셜스타는 최근 세 번째이자 마지막 믹스테입인 '드로잉 #3:언타이틀드'를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JYJ, 거미 소속사로 잘 알려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래저래 새로운 전환점에 선 크루셜스타와 서울 삼성동 골목길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만났다.

     

    Q. 반갑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크루셜스타입니다. 힙합 음악을 하고 있고, 다른 장르에도 도전하려고 노력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었고요."

    Q. 키비가 당신을 지목했다.
    "소울컴퍼니 시절 함께 했던 형이죠. 사실 레이블 해체 이후에는 같이 음악 작업을 한 적은 거의 없어요. 음, 키비 형은 이루펀트라는 팀으로도 활동 하시고, 뭔가 스타일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절 피처링으로 쓰기 애매한 부분이 있지 않으셨을까요. (웃음)."

    Q. 랩은 어떻게 시작했나.
    "놀다가 시작했어요. 농담이 아니라 힙합은 제게 게임 같은 거였죠. 비트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게임처럼 즐겼어요. 작업물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고, 그러면서 사람들과 친분을 쌓다보니 어느새 제가 랩을 하고 있더라고요."

    Q. 닮고 싶었던 래퍼가 있나.
    "더콰이엇 형이 롤모델이었어요. 1집을 듣고 반해서 힙합 음악을 시작했죠. 형 음악엔 열정이 담겨 있었어요. 학생들을 위로해주는 곡도 있었고.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받는 동시에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Q. 크루셜스타는 무슨 뜻인가.
    "'중요한 별'이란 뜻인데요. 고등학교 때 만들었어요. 한창 멋지게 보이고 싶었을 때죠. 사실 활동하면서 뭔가 부끄러워서 바꿀가도 생각했는데, 계속 쓰게 됐네요."

    Q.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소울컴퍼니 오디션에 합격했었지.
    "원래 지원할 생각이 없었어요. 친구가 같이 해보자고 해서 팀을 결성해서 나갔는데 저 혼자만 붙었죠. 친구에게 조금 미안했어요."

    Q. 수많은 래퍼 중 왜 크루셜스타가 뽑혔을까.
    "아직도 의문이 들어요. 하하. 그때 랩을 정말 못했어요. 2차가 공연 오디션이었는데, 긴장해서인지 실수를 많이 했거든요. 형들에게 왜 절 뽑았냐고 직접 물어본 적은 없는데, 아마 1차 때 제출한 녹음물을 인상 깊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감성적인 분위기의 곡이었는데,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신 게 아닐까 싶네요."

    Q. 초반에는 실력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들었던 거로 기억한다.
    "많이 힘들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걸 일찍 겪은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랩 연습을 했었고, 이젠 악플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거든요."

    Q. 경력에 비해 작업물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느낌이 왔을 때 바로바로 곡을 발표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에요. 그런데 요즘엔 생각이 조금 달라졌죠. 너무 즉흥적으로 곡을 발표하니까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후회가 들기도 해서요. 앞으론 더 신중해지려고 해요."

    Q. '엄친아 래퍼'라는 수식어가 있더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웃음). '쇼미더머니' 인터뷰 때문에 생긴 것 같은데, 사실 전 엄친아가 아닙니다!"

    Q. '믿고 듣는 크루셜스타'라는 말도 있던데.
    "팬들이 만들어준 거에요. '믿고 듣는다'는 댓글을 보고 제가 가사에도 사용했죠. (웃음). 진짜 믿고 듣는 래퍼가 되고 싶다는 의미로요."

    Q. 여성 팬이 많은 래퍼도 유명한데.
    "여성팬이 많다기보단 여성팬의 비중이 크죠. 남자 분들도 공연에 많이 왔으면 좋겠는데, 억지로 오게 만들 수도 없고. (웃음.)"

    Q. 크루셜스타의 음악적 특징은.
    "모토(motto)라고 해야 하나. 전 항상 듣기 편안한 걸 추구해요. 담백한 느낌.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Q. 다양한 이야기를 가사로 표현하더라. 상상력이 뛰어난 편인가.
    "제 입으로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하긴 좀 그렇고. (웃음). 제가 좀 소심한 편이에요. 겪은 일들을 마음속에 담아두는 성격이고, 생각이 좀 많아요. 가사에는 대부분 제 이야기가 담겼어요. 솔직한 이야기를 쓰면 저와 닮은 사람들이 공감할 거라는 생각이 있고요."

    Q. 최근에 발표한 믹스테입 '드로잉 #3:언타이틀드'를 들어봤다. 음악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더라.
    "활동 초기에는 트렌디한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최대한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었죠. 그런데, 시간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유행을 따르지 않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다짐했죠. 랩 스타일도 바꾸려고 한 건 아니고, 제가 원래 추구하던 지향점이 있었는데, 예전엔 그걸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 했던 거죠. 지금은 (지향점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Q. 믹스테입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무겁고 우울하더라.
    "뭐랄까. '날것'을 담아 보고 싶었어요. 사랑, 꿈, 자기성찰, 자기혐오 등 여러 감정을 담으려고 노력했고, 조금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처럼 랩을 했고요."

    Q. 원래 우울한 성격인 줄 알았다.
    "원래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인데, 최근에 감정기복을 좀 겪었죠. 우울함을 겪은 김에 이걸 곡에 담아보자는 생각도 했고요."

     

    Q. "세 번째이자 마지막 믹스테입이 될 앨범"이라고 하던데.
    "이젠 믹스테입을 그만 만들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앞으론 좀 더 곡을 신중하게 발표하고 싶었고, '이번에 다 털어내자'는 느낌으로 작업했죠. 지난해부터 곡을 모아뒀고, 녹음은 한 달 만에 끝냈어요. 개인적으로 가사를 미리 다 써놓고 녹음은 몰아서 하는 걸 선호해요. 그래야 기복 없는 앨범이 만들어질 수 있으니까요."

    Q. 1번 트랙 '이자성'부터 느낌이 강렬하더라.
    "영화 '신세계'를 굉장히 좋아해요. 극중 이자성이 두 조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인물이잖아요. 거기에 영감을 얻어 돈, 명예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음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제 모습을 표현해봤죠."

    Q. 가장 반응이 후끈한 건 3번 트랙 '캔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다. 당신의 전 여자친구가 떠오른다는 반응도 많고.
    "제 이야기를 담은 솔직한 곡이에요. 걱정도 됐죠. 상대방(전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솔직하게 음악하고 싶었어요.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용기를 좀 냈죠. 사실 곡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놀랐어요. 제가 속물이었으면 아마 그 곡을 타이틀로 했을거에요. 가장 대중적인 곡인 걸 알면서도 일부터 애매한 위치에 숨겨 놓은건데. (웃음)."

    Q. 타이틀곡 '원'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자.
    "듣기 편한 곡을 타이틀로 하고 싶었는데, 그 곡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바, 카페, 라운지 같은 곳에서 나오기에 딱 좋은 곡이라고 생각했죠."

    Q. '쇼미더머니' 탈락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후회하죠. 사실 준비되지 않은 채 나갔어요. '그랜드라인'에서 한솥밥을 먹던 릴보이, 자메즈가 나간다고 하길래 따라 나갔죠. 솔직히 제 음악도 더 널리 알리고 유명해지고 싶었어요. 그런데 잘 못된 생각이었죠. 목표 자체가 순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그래서 더 긴장했던 것 같아요.

    Q. 슬럼프를 겪었을 것 같은데.
    "겪었죠. 대인기피증도 생겼어요. 가끔 친구들 만나러 홍대에 가면 사람들이 알아보더라고요. 그런데 방송에서 멋있게 비친 게 아니니까 불편하더라고요. 그런 감정을 처음 느껴봐서 한동안 밖에도 잘 안 나갔죠. 지금은 해탈해서 괜찮아요. (웃음)."

    Q.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합류했다. 의외라는 반응이 많은데.
    "저도 몰랐어요. 제가 씨제스에 들어오게 될 줄이야. 큰 회사잖아요. 제 음악을 좀 더 많은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확신도 생겼고, 아티스트를 존중해주는 회사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또 오히려 힙합 레이블이 아니어서 좋았어요. 뭔가 미개척지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들어가서 뭔가 할 수 있겠구나. 부담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나만의 걸 하고 싶었죠. 지금은 일단 쉬면서 활동 계획을 정하고 있어요."

    Q. 거미 혹은 JYJ와의 콜라보를 기대해도 되는 건가.
    "그분들이 절 원하신다면. (웃음).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요."

    Q. 소울컴퍼니, 그랜드라인을 추억하자면.
    "소울컴퍼니는 제게 학원 같은 곳이었죠. 그땐 완전 아마추어였으니까 형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요. 그랜드라인은 제가 어느 정도 경험치를 쌓은 후 들어간 곳이었어요. 뭔가 책임감을 느꼈고, 이끌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고요."

    Q. 랩뿐만 아니라 노래에도 재능을 보인다.
    "랩도 좋고 노래도 좋아요. '랩 하지 말고 차라리 노래해'라는 댓글도 있는데, 둘 다 같이하고 싶어요. 곡도 제가 다 만들고 싶고. 계속 배워나가야죠."

    Q. 화가 집안의 막내 아들(크루셜 스타의 부친은 박항률 화백이다.)이라고 들었다. 아티스트의 피가 흐르는게 느껴지나.
    "사실 부담이 커요. 인생의 롤모델이 아버지거든요. 실수할 때마다. 아버지 이름에 누가 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크죠. 전 아직 부족한 사람이에요. 귀도 얇고, 후회하는 일들이 참 많죠."

    Q. 떠오르는 래퍼들이 많다. 위기의식을 느끼진 않나.
    "위기의식은 없는데, 자극은 많이 받아요. 요즘 너무 잘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얼마 전 나플라 씨의 '우'라는 곡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좋아서 자극을 좀 받았죠.

    Q. 크루셜스타 대표곡을 꼽아달라.
    "'리얼 러브'라는 곡에 애착이 많아요. 처음으로 작곡한 곡이고, 가사에는 제 경험담을 담았죠. '파리'란 곡에도 애착이 많아요. 곡도 좋고, 파리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기억도 나고요. 마지막으로는 '꿈을 파는 가게'를 꼽겠습니다. 재즈계 거장 밥 제임스와의 협업이 이뤄진 곡이라 뜻깊어요."

    Q.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나만의 영역을 만들고 싶단 꿈이 있어요. 지금까진 하고 싶은 걸 위주로 해와서인지 뭔가 어중간한 측면이 있었죠. 이제부턴 잘 할 수 있으면서도 저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려고요. 또 제가 활동이 소극적이었는데, 그걸 고쳐보고자 해요. 좀 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뮤지션이 되어야죠."

    Q. 다음 래퍼를 추천해달라.
    "브라더수가 어떨까요? 가장 친한 뮤지션 중 한 명인데, 아주 재밌는 인터뷰가 나올 것 같아요. 지금은 보컬리스트 겸 작곡가로 주로 활동하는데, 원래는 랩도 잘하는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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