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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마블링 등급제, 국가가 맛까지 통제하나"



사회 일반

    황교익 "마블링 등급제, 국가가 맛까지 통제하나"

    -마블링, 곡물먹인 비만소에서 나타나
    -소고기 등급 안 매긴 나라가 더 많아
    -소고기 등급제, 이젠 민간에 넘겨야
    -설탕 논란, 무비판적인 언론이 문제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우리가 쇠고기를 먹을 때 맛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마블링, 그러니까 살 사이에 하얗게 끼어 있는 그 마블링이죠. 이 마블링은 쇠고기 등급 매길 때도 중요한 기준이었는데요. 그런데 이 마블링의 실체를 두고 최근 갑론을박이 뜨겁게 벌어지더니 급기야는 축산물품질 평가원이 마블링의 양 위주로 매기던 등급제를 마블링의 질 기준으로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농가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데요. 이 마블링 논란에 불을 지핀 사람,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직접 만나보죠. 황 선생님 안녕하세요.

    ◆ 황교익>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선 '마블링 많은 소고기가 좋은 고기다'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왜 문제 제기를 처음에 하셨던 거죠?

    ◆ 황교익> 소는 풀을 먹는 짐승인데요. 풀을 먹이면 등심에 그렇게 마블링, 지방이 차지 않습니다. 곡물을 먹여야만 그렇게 마블링이 만들어지는데 소가 곡물을 먹으면 소화를 제대로 못 시켜요. 그래서 비만해지는 거죠. 지방간도 생기고요. 그래서 건강한 소의 고기가 아니다라고 판단을 하고, 마블링 중심의 고기는 좋은 고기가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쭉 드리고 있죠.

    ◇ 김현정> 곡물이나 풀을 먹이는 거나 그게 그거일 것 같은데, 원래 소는 곡물을 먹게 된 동물이 아니다? 곡물을 먹으면 비만해진다는 말씀인가요?

    ◆ 황교익> 그렇죠, 소의 위가 4개가 있는 이유는 풀을 먹고 그것을 소화시키기 위해서 있는 거죠. 곡물이 들어가면 소화를 못 시킵니다.

    ◇ 김현정> 이렇게 부정적인 주장이 나오니까 정부 측도 받아들였습니다. '등급을 매기는 기준을 새로 내놓겠다 6월까지 내놓겠다.'라고요. 어떤 식이냐면 '지금 마블링이 많을수록 좋은 등급을 줬는데 이제는 마블링의 양을 보는 게 아니라 마블링의 질을 보겠다. 즉 마블링의 결이 얼마나 촘촘한가 이걸로 등급을 매기겠다'라고 했습니다. 이정도면 괜찮을까요?

    ◆ 황교익> 고기는 고기의 질을 봐야지 왜 지방의 질을 보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마블링이 어떻게 촘촘하게 박혀 있든지 간에 그건 지방 기준이죠. 고기의 등급이면 고기로 판단을 해야 되는 거죠. 그리고 마블링이 많이 촘촘히 껴 있는 것이 물론 어떤 맛에 영향은 주겠죠. 그런데 그런 고기가 맛있는지 아니면 마블링이 전혀 없는 고기가 맛있는지는 개인의 기호에 따라서 다 다른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축산물품질 평가원에서는 '떡지방이라고 해서 마블링이 뭉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섬세하게 펼쳐져 있는 것에 높은 등급을 주겠다'라고 했는데 '섬세하게 펼쳐져 있든, 떡져 있든 마블링은 마블링이다' 이 말씀이세요?

    ◆ 황교익> 그렇죠, 지방은 지방이죠.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 황교익> 보통 굽게 되면 지방은 살짝 녹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섬세한 것과 떡진 것 사이에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것이 없을 겁니다. 보통 지방의 효과가 구웠을 때 나오는 고소한 냄새거든요. 그리고 입안에 들어갔을 때 약간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데요. 그게 그렇게 질을 따지고 할 정도로 맛의 차이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러면 마블링이 아니면 도대체 어떤 게 좋은 소고기 기준이 돼야 된다고 보세요? 등급을 어떻게 매기긴 매겨야 될 것이 아닙니까?

    ◆ 황교익> 왜 꼭 등급을 매겨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 김현정> 왜 꼭 왜 소고기에 꼭 등급을 매겨야 된다고 생각하느냐? 그 발상부터 틀리다?

    ◆ 황교익> 그렇죠. 등급을 안 매기는 나라가 더 많죠.

    ◇ 김현정> 그런데 등급을 안 매기면요. 소비자들이 소고기 선택할 때 정육점에서 다 구워보고 선택할 수 없는 거니까 저질 고기 갖다 놓고 비싼 가격 받아버려도 소비자들이 알 길이 없으니까 등급을 매기는 것이 아닐까요?

    ◆ 황교익> 마블링이 껴져 있는 것이 있으면 고급이고, 아니면 저급이라는 그 기준을 왜 만드는 걸까요?

    ◇ 김현정> 꼭 마블링 기준이 아니더라도 어떤 등급이 있기는 있어야 되지 않느냐, 이런 생각 할 수 있는데요?

    ◆ 황교익> 지금 쇠고기 이력제가 시행되고 있으니까 그 고기가 어떤 고기라는 정도의 정보만 주면 되죠. 암소인지 거세우인지 황소인지 젖소인지 그리고 몇 개월 정도 키운 소인지, 풀을 먹였는지 곡물을 어떤 것을 먹였는지. 그런 판단 기준들이요. 소비자가 보고 '아, 이런 맛이 나겠구나?'라는 정도의 정보만 주면 되었지, 그 고기 맛이 어떤 맛이 난다? 축평원에서도 등급을 낼 때 구워먹고 내지는 않잖아요?

    ◇ 김현정> 그렇네요. 육안으로만 하네요.

    ◆ 황교익> 그렇죠. 거기서도 높은 등급의 고기라고 해서 내놨는데, 맛이 없을 수도 있겠죠.

    ◇ 김현정> 그렇죠.

    ◆ 황교익> 그거는 그냥 정보만 이렇게 내놓고 소비자가 판단하게끔 해야 되는 것이지. '이게 더 맛있다, 저게 더 맛있다'라고 등급을 국가 규정 안에서 내리는 것은 바르지 않습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그러니까 정보를 전보다 자세하게 주고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주라. 그러면 우리가 어느 샌가 적응을 해서 그 정보만 보고도 육안으로도 보고도 쇠고기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말씀이군요.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 기관이 등급 매기는 곳 없어요?

    ◆ 황교익> 미국의 경우에는 여러 등급을 내놓는데요, 민간 자율입니다. 민간에서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굳이 등급 판정을 안 받고 시장에 내 놓는 것이 많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사단법인 형태로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미국, 일본의 제도를 우리가 많이 가지고 온 편인데. 고기를 많이 먹는 나라는 유럽이죠. 그런 데서도 이런 등급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지를 못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 황교익> 그냥 정육점에 가면 고기가 몇 개월짜리, 무엇을 먹였고, 숙성도는 어떻고 하는 그 정도 정보만 있고요.

    ◇ 김현정> 획일화 시키지 말라는 이런 말씀인 것 같아요. 맛의 획일화, 맛도 전체주의적으로 갈 필요 없다 이런 말씀이군요.

    ◆ 황교익> 뭐 다른 것도 그렇습니다. 음식은 맛있고 맛없고 하는 것은 소비자가 판단할 일이지. 그것을 국가기관이 나서서 판단한다는 것은 내 미각 기준을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것이거든요. 그거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넘어서는 것이죠.

    ◇ 김현정> 지금 황교익 씨가 나왔다고 하니까 청취자 질문이 많이 들어오는데 이런 게 하나 들어왔어요. 마블링뿐 아니라 설탕 논란도 불을 댕기셨는데. 이번 주 월요일에 저희 프로그램 백종원 씨가 출연한 걸 이 청취자가 들으셨나 봐요. '그런데 식당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여러 사람 입맛에 맞추어야 하니까 대다수가 좋아하는 단 맛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백종원 씨가 그러시더라고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 답변 주시겠습니까?

    ◆ 황교익> 식당에서 설탕을 듬뿍 넣고 팔든 말든 그것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자유입니다. 먹는 것도 자유고요. 그런데 방송에 나와서 그렇게 설탕이 듬뿍 든 음식 레시피를 보여주면서 괜찮다라고 이야기는 하면 안 됩니다. 방송이 가지고 있는 공공성, 그렇게 설탕이 듬뿍 든 음식이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있고 우리의 미각들을 흔들 수가 있으니까요. 방송에서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죠. 제가 지적하는 것은 그렇게 설탕 듬뿍 든 음식을 내놓으면서 하는 방송에 대한 지적이지, 백종원 씨의 식당에서의 음식이 달든 어떻든 그것을 지적하는 것은 아닙니다.

    ◇ 김현정> '방송이 그런 식으로 나가면 안 된다, 마치 설탕이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그냥 넣어서 맛있으면 무조건 오케이!'인 것처럼 음식을 대하면 안 된다는 말씀이군요.

    ◆ 황교익> 방송내용에 보면, 자막들 떠도는 것을 보면 '당뇨병하고 관계 없대요. 괜찮아요' 하는 이런 내용들도 있죠. 방송에서 그러면 안 되죠.

    ◇ 김현정> 어떻게 보면 방송에 대한 지적일 수도 있네요.

    ◆ 황교익> 방송에 대한 지적이에요.

    ◇ 김현정> 백종원 씨 하고 친하세요? 개인적으로.

    ◆ 황교익> 한 번도 만난 적도 없습니다. (웃음)

    ◇ 김현정> 두 분이 뭔가 좀 푸셔야 될 것 같아요, 만나서.

    ◆ 황교익> 풀 것 없습니다. 백종원 씨는 백종원 씨 나름대로 열심히 외식사업 하는 사람이고요. 저는 저 나름대로 음식에 대한 평가는 하는 사람이고요. 각자의 일을 하는 건데요. 방송에서는 해야 될 일과 하지 말아야 될 일이 서로 금도가 있죠, 그 금도를 지키자는 말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황교익>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였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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