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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공포·중노동·박봉···병원 청소노동자의 하루



노동

    감염공포·중노동·박봉···병원 청소노동자의 하루

    • 2016-04-04 06:00

    감염 위험 무릅쓰고 중노동…그래도 시급은 6950원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크고 작은 안전사고와 열악한 작업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CBS 노컷뉴스는 '위기의 청소노동자…안전사고에 무방비'라는 주제로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연속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안전모만 썼어도"…어느 청소노동자의 죽음"
    ② "난 꽃을 심다 다쳤어"…공항 청소노동자의 슬픔
    ③ 감염공포·중노동·박봉···병원 청소노동자의 하루


    감염 위험이 높은 병원 청소노동자가 얇은 비닐장갑과 비닐가운을 착용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송영훈 수습기자)

     

    ◇ 에이즈 주사바늘에 찔린 청소노동자

    지난 31일 새벽 4시 30분 서울의 한 대학병원, 동이 채 트기도 전이었지만, 병원은 청소노동자들로 북적였다.

    병원 8층 내과병동에서 일하는 A(65·여)씨는 새벽 4시40분부터 청소를 시작했다.

    "정식출근은 오전 6시지만 수간호사나 의사선생님들이 출근하는 7시 반 전에 청소를 끝내려면 지금 나와야 해요."

    A씨는 병동 화장실 청소로 하루를 시작한다. 화장실 청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병실 안 쓰레기통을 한데 모아 폐기물통에 담는다.

    쓰레기들을 한데 모은 폐기물통 안에는 각종 의약품부터 피 묻은 거즈, 환자들이 링거를 맞을 때 쓰인 주사바늘 등이 가득하다.

    환자 분비물이 묻거나 주사바늘에 손이 찔릴 수도 있지만, A씨가 착용한 것이라곤 얇은 비닐장갑과 비닐가운이 전부다.

    실제로 지난해 또 다른 대학병원 격리병동에서 일하던 B(51·여)씨는 에이즈환자에게 쓰인 주사바늘에 손가락을 찔리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B씨는 이후 약 4개월에 걸쳐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감염되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그날의 악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는 CBS 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면서 "아직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한 번 더 검사를 받으려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나온 각종 의료폐기물 (사진=송영훈 수습기자)

     

    ◇ "우린 화장실에서 사과 깎아먹어요"

    병원 4층 중환자실에서 만난 C(62·여)씨도 이른 새벽부터 청소 중이었다.

    중환자실은 통제구역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그의 옷차림은 일반 병동 청소노동자와 다를 바 없었다.

    밤사이 중환자실에서 나온 빨간색 경고마크가 붙어있는 의료폐기물 통을 마스크와 장갑만 낀 채 옮기고 있었다.

    "새벽에 출근하니 그 전날 어떤 환자가 들어왔는지, 또 이게 무슨 균이 담겨있는 통인지도 알 수가 없어 늘 불안하죠."

    이 병원에는 현재 84명의 청소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근무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은 출근시간보다 최소 1시간 이상 일찍 출근해 일을 시작한다. 개인에게 할당된 청소구역이 워낙 넓어 서두르지 않으면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병원 안에 마땅히 쉴 곳이 없다'는 점도 청소노동자들을 더욱 지치게 만드는 요인이다.

    건물 2층에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있다. 하지만 잠시 숨을 돌리려고 다른 층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이곳까지 오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청소장갑과 마스크를 낀 상태로 환자나 보호자와 나란히 복도 의자에 앉는 것도 눈치 보인다.

    청소노동자들의 쉼터인 화장실 내 청소비품 적재실 (사진=송영훈 수습기자)

     

    ◇ 감염 위험 무릅쓰고 중노동…그래도 시급은 6950원

    A씨는 그래서 여자화장실 안에 청소비품을 모아둔 작은 공간을 쉼터로 삼고 있다. 이곳에는 그가 출근할 때 입고 온 옷과 사과 등 간식이 놓여있었다.

    그는 "이곳이 내 방이에요. 옷도 갈아 입고 사과를 하나 깎아 먹더라도 여기가 맘 편해요"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 이들에겐 단 5분이라도 맘 편히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절실해 보였다.

    청소노동자들은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중노동에 시달리지만, 임금은 터무니없이 적다.

    이들이 받는 시급은 6950원. 이것도 그나마 올해 400원 오른 금액이다. 한 달에 150만원 남짓한 돈을 받고 일을 한다.

    이 병원 노조 미화지부장인 D씨는 "우리는 감염 위험도 높고 병원 특성상 주말 근무도 하는데 일반 대학교 청소노동자들과 같은 시급을 적용 받는다"며 "이 정도도 매년 투쟁하고 임금 협상해서 올린 금액"이라고 말했다.

    '감염 공포'와 '중노동', 그리고 '박봉'…. 병원 청소노동자들의 하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단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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