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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꽃을 심다 다쳤어"…공항 청소노동자의 슬픔



사건/사고

    "난 꽃을 심다 다쳤어"…공항 청소노동자의 슬픔

    추락사고로 반신불수…회사는 "개인 과실일 뿐"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크고 작은 안전사고와 열악한 작업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CBS 노컷뉴스는 '위기의 청소노동자…안전사고에 무방비'라는 주제로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연속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안전모만 썼어도"…어느 청소노동자의 죽음"
    ② "난 꽃을 심다 다쳤어"…공항 청소노동자의 슬픔
    (계속)

    추락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인천공항 청소노동자 A(65,여)씨와 맏딸

     

    인천공항 '왕고참 청소노동자' A(64·여)씨의 운명이 한순간에 바뀐 시각은 지난해 7월 19일 오전 7시 17분이었다.

    인천국제공항 탑승동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옆 좁은 난간에서 대걸레로 유리 벽면을 청소하다 15m아래인 지하 1층 바닥으로 추락한 것.

    A 씨는 이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오른쪽 허벅지 뼈와 팔목, 발가락이 부러져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 약 2주 동안이나 이어졌다.

    ◇ 인천공항서 청소하다 추락…이젠 '반신불수'의 삶

    다행히 생명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A씨가 떨어지면서 에스컬레이터 고무 손잡이에 한 차례 부딪히며 그나마 충격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매장관리를 맡았던 맏딸 B(43)씨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곧바로 직장을 그만뒀다.

    그리고 만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A씨와 가족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 23일 오후, A씨가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는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을 찾았다.

    A씨는 혼자서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앉을 수조차 없었다. 당연히 스스로 서 있거나 걷지 못하고 대소변도 가족들 도움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양쪽 팔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정도다.

    결국, 누군가 24시간 곁에서 돌봐주지 않으면 생활이 아예 불가능한 '반신불수' 상태였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기억 장애'가 심각하다는 점.

    "어머니는 '인천공항에서 청소하다 다쳤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꽃을 심다가 다쳤다'고 말씀을 하세요."

    맏딸 B씨는 "어머니가 오래된 일과 가족 외에는 지인들의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A씨는 에스컬레이터와 유리벽면 사이에 들어가 청소를 하다 15미터 아래로 떨어졌다. (자료사진)

     

    ◇ 어이 없는 추락사고…가족들도 큰 '고통'

    B씨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삶은 억척스러웠다.

    인천공항 탑승동이 개장한 2008년부터 사고를 당할 때까지 8년 동안 줄곧 탑승동에서만 청소했다.

    병으로 2009년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해서는 10년 동안이나 묵묵히 병시중을 했다. 그 전에도 가구공장 등을 전전하며 억척같이 일했다.

    B씨는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어머니가 손에서 일을 놓았을 때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인천공항 청소노동자 동료들 사이에서는 '왕고(최고참)'로 통했다. 사고가 일어난 때는 정년(만 63세) 퇴직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한 동료는 "A씨는 일을 열심히 하고 최고 연장자답게 주변을 잘 챙겨서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A씨가 추락사고로 반신불수가 되면서 가족들도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평일에는 맏딸인 B씨가 24시간 병간호를 하고 주말에는 나머지 자녀 3명이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둔 B씨는 "한참 예민한 시기에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면서도 "아이들도 다 이해해요. 할머니니까…"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 "개인 과실" VS "개인 과실 아냐"

    이처럼 인천국제공항에서 한 가정에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안전사고가 발생했지만 사고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탑승동 청소를 맡았던 인천공항공사 협력업체인 청우TS 측은 의욕이 앞선 A씨의 '개인과실'이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사고가 난 곳은 일반 미화직원에게는 청소를 맡기지 않는 위험지역"이라며
    "언제나 '유리조'라 불리는 전문미화직원이 밧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청소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지역은 높이 1m의 봉을 세워 출입을 막아 놓은 곳"이라며 "A씨가 왜 그곳에 대걸레를 들고 들어가 청소를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 조치)에 따라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가 있는 인천공항공사도 유감조차 표명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또 사고 원인과 관련한 자체 조사 결과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A씨에 대해 산재보험 처리를 해주었으며, 현장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내놓았을 뿐이다.

    스마트뉴스팀

     

    ◇ 사고조사 지지부진…피해보상 진척 없어

    이에 대해 A씨 가족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탑승동에서만 8년을 청소한 베테랑 미화직원인 A씨가 상부의 지시가 없는데도 위험지역에 혼자 들어가 청소했을 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A씨는 오전 7시부터 10분간 '직원 조회'를 마치자마자 작업을 시작해 7분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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