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서울 서초갑 공천 경선에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승리해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이혜훈 전 최고위원
막바지에 이른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공천에서 이변이 속출하면서 3.15 공천 학살의 ‘역풍’이 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천 학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지면서 공천 경선에서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후보들이 친유승민계 후보들에게 잇따라 패하는 등 친박계와 청와대에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전멸 위기서 ‘친유’ 이혜훈·김상훈 생환20일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7·8차 경선 결과 발표의 최대 이슈는 서울 서초갑에서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혜훈 전 의원이 박근혜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윤선 전 의원을 꺾은 것이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서초 지역에서 대표적인 진박 후보인 조 전 의원의 패배를 예상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이 전 의원의 승리에는 서초갑에서 17·18대 의원을 지내면서 지역구 현안과 사정을 깊이있게 파악하고 있는 강점이 첫 요인이겠지만 ‘공천학살’에 대한 반감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여의도의 대체적인 견해다.
친유승민계인 대구 서구의 김상훈 의원은 또 한 명의 '진박' 후보인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눌렀다. 대구 지역의 여론 역시 공천학살에 고개를 돌렸다는 반증으로 읽혀진다.
이로써 친유승민계는 이번 공천에서 강력한 지역 경쟁력을 바탕으로 단수추천을 받은 김세연(부산 금정) 의원과 함께 3명이 생존했다. 이제 남은 것은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 본인 뿐이다.
◇ ‘역풍’ 맞은 진박 후보들…줄줄이 경선 패배박근혜 대통령의 두 차례의 직접 방문과 최경환 의원의 진박 후보 순회 지원에도 TK(대구‧경북) 지역의 진박 후보들은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김상훈 의원에게 패배한 윤두현 전 홍보수석 외에도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재선 김재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 전광삼(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전 청와대 춘추관장 등이 경선에서 패배했다. 하춘수(대구 북갑) 전 대구은행장은 경선 결선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친유승민계인 류성걸, 이종진 의원의 컷오프와 불출마로 각각 단수추천된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구갑),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대구 달성)과 컷오프된 친유승민계 김희국 의원을 빼고 경선을 치러 승리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대구 중구남구)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TK 지역에서 자력으로 경선에서 승리한 친박 후보는 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이 사실상 유일하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왼쪽)과 공관위원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 윤창원기자
◇ 싸늘한 여론에 맥 못춘 진박들…본선은?
TK 진박 후보들이 경선에서 맥을 못추고 마지막 친유승민계인 이혜훈 전 의원과 김상훈 의원이 강력한 진박 후보를 누르자 공천학살 역풍이 본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TK지역 공천 경선에서 벌어진 친유 대 진박의 승부가 수도권에서 재현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수도권은 수백표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접전 지역”이라며 “친박과 이한구 위원장 등 공관위와 친박의 공천학살에 대한 분노가 여당 심판론으로 구현된다면 선거는 하나마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비박계 의원도 “이혜훈 전 의원과 김상훈 의원의 경선 승리가 내포한 의미가 본선에서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 예측할 수 없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공천 논란과 같은 과오를 저질러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진박 마케팅부터 시작된 국민들의 염증이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동과 공설 학살로 이어지며 여당에 대한 강한 반감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의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최 교수는 “야권연대가 물건너갔지만 여권 역시 낙천 후보들의 대규모 무소속 출마로 사실상 ‘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3.15 공천학살은 본선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