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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바둑계·과학계에 남긴 '어려운 숙제'



IT/과학

    '알파고'가 바둑계·과학계에 남긴 '어려운 숙제'

    • 2016-03-16 05:00

     

    인간 대 인공지능(AI)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다섯 차례에 걸친 대국이 막을 내렸다. 결과는 4대 1로 알파고의 승리. 그런데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대국이 바둑계와 과학계에 남긴 만만치 않은 과제다.

    이세돌 9단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제5국에서 알파고에 280수 만에 흑 불계패를 당했다.

    이날 대국을 지켜본 서봉수 9단은 "초반에 알파고 수읽기에 문제점이 있어서 이세돌 9단이 득을 봤다. 그런데도 바둑이 만만치가 않더라"며 "중반이 어려웠는데 이세돌 9단이 수비적으로 형세를 낙관했다. 그 때 유리해 보이지 않더니 나중에 결국 안 되더라"고 말했다.

    바둑TV에서 캐스터로 활약한 김효정 프로 기사는 "이세돌 9단이 본인 페이스를 잃지 않고 잘 뒀고, 판도 잘 짰다. 알파고에 흔들리거나 무너지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알파고가 흔들릴 만한 수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인간이라면 두지 않을 엉뚱한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계산하는 것은 알파고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SBS에서 제5국 해설자로 나선 홍민표 9단은 "초반에는 이세돌 9단이 승리를 거뒀다. 그 이후에 알파고도 운영을 상당히 잘해서 잘 따라온 형세였다"며 "그런데 이세돌 9단의 느슨한 수법들이 역전을 허용하게 했다. 이 9단이 흔들어 가면서 변화들이 상당히 많이 나왔는데 알파고가 이미 빼앗은 우위를 잘 지켜내 완벽한 마무리를 했다"고 분석했다.

    알파고의 등장이 바둑계에 충격을 안긴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서봉수 9단은 "세계 최정상급인 이세돌 9단이 기계한테 졌다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다"면서도 "지금 알파고는 인간 못지 않은 상상력을 갖췄지만 문제점이 드러났다. 아직 그 문제점 공략이 되지 않았는데 그걸 잘한다면 인간이 이길 수 있다"고 전했다.

    김효정 기사는 "정보불균형이 있었지만 대국 중간에 문제를 삼는 것은 시기가 좀 아니었다. 그 전에 준비를 잘 했어야 했다. 1대 4 스코어는 인정한다. 지저분한 승부로 만들고 싶지 않다"며 "다만 더 준비된 상태에서 재도전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한중일 바둑 기사들과 다양한 대결이 성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번 기회를 바둑계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도 있다.

    홍민표 9단은 "알파고의 등장이 큰 획을 그어서 바둑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는 아니고 정상급 프로 기사들에게는 한 가지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 같다. 알파고가 제시한 수들이 정말 놀랍고 좋은 수였다"며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패러다임이나 기술을 쓸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물론 이세돌 9단이 4국을 승리하면서 인공지능이 아직 '난공불락'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체기였던 바둑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 'AI 시대' 성큼…"실업 등 사회문제 발생에 미리 대처해야"

    (사진=한국기원 제공)

     

    알파고는 인공지능의 발전상을 오롯이 증명해내면서 AI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줬다.

    맹성렬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을 지닌 알파고는 미래 사회에서 전문가 영역에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그 진화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멋진 일"이라며 "법률가, 의사, 심리 상담가 등 충분히 대체 할 수 있는 사회가 왔다. 사실 그동안 전문가 영역라고 해서 특별한 게 아니라 여러 팩트를 놓고 전문가가 상식 안에서 판단하고 적용한 것이다. 인공지능의 진화를 살펴보면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는 "알파고의 가치판단 네트워크는 '현재 내가 이 대결에서 얼마나 승리할 수 있는가'다. 반면 인간의 가치판단 기준은 다양하다. 절대적이지 않은 것이 많은데, 이러한 인간의 가치판단을 인공지능이 하기는 아직까지 어렵다"며 "그런 게 가능해지려면 '사회적 인공지능' '강한 인공지능'이 나와야 한다. 확실한 것은 명확한 답이 있는 분야나, 탐색이 가능한 공간에서는 인간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과학계에서는 인공지능 시대가 몰고 올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를 활발하게 벌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맹성렬 교수는 "과거 산업혁명 당시 일자리 상실 후유증을 대량생산 서비스 체제로 해결했지만 지금은 아무런 대비책이 없다"며 "안 그래도 로봇의 발달로 향후 일자리가 500만개 이상 감소 될 예정인 가운데 인공지능의 진화가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다. 정부나 기업 등 사회적으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뭐가 좋다 나쁘다를 논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인공지능 기술이 판타스틱하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걸 사회적으로 아무런 대책 없이 받아 들이면 범죄 등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인공지능 개발 후 벌어지는 우려를 생각해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런 면을 우려해 인공지능의 윤리규범이나 법령 제정 운동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지훈 교수도 "인공지능 시대는 예전 산업혁명 때와 비슷해 보이는데, 그 시절 방적기가 나왔을 때 그걸 때려부수는 '리다이트운동'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만큼 새로 생기기도 할 텐데, 산업혁명에 비해 지금의 변화가 빠를 수 있다. 이 경우 자연스레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니 사회에서 충격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이를 위해 약간의 규제, 사회 간접자본을 확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북유럽의 경우 사회보장제도를 확장하다가 기본소득제 시행에 들어가고 있는 점도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비로 읽을 수 있다"며 "이렇게 충격 흡수를 잘하면서 육체적·정신적 노동을 하지 않고도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의 발전은 굳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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