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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미래 먹거리 산업? 성과주의 접근 우려돼"



IT/과학

    "AI가 미래 먹거리 산업? 성과주의 접근 우려돼"

    알파고쇼크 ‘AI와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

    - AI가 바꿔놓을 세상, 각 분야에서 대비해야
    - 우리나라는 ‘제2의 디지털 쇄국’ 상황
    - IT 혁명, 인프라구축이 먼저
    - 긴 호흡으로 인공지능 개발 정책 수립해야
    - 정부주도 마스터플랜, 규제로 이어져선 안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3월 15일 (화)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종필 교수 (건국대)

     

    ◇ 정관용> 이세돌 9단, 오늘도 아깝게 또 패배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알파고가 처음으로 초읽기까지 몰리는 그런 접전을 펼치기도 했었는데요. 1승 4패, 오늘 총 정리해보고요. 이번 이 충격이 인공지능 연구, 대한민국 지금 어느 수준에 와 있나. 이런 것도 우리에게 좀 관심을 환기시키는 그런 계기가 돼서요. 전문가 한번 모시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정리하겠습니다. 건국대학교의 이종필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종필> 안녕하세요. 이종필입니다.

    ◇ 정관용> 물리학자이시죠?

    ◆ 이종필> 네.

    ◇ 정관용> 인공지능이 이렇게 바둑에서 우리를 이길 것이라고 예측하셨어요?

    ◆ 이종필> 저는 전혀 예측 못 했고요.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 정관용> 첫날 패배할 때 느낌이 어떠셨어요?

    ◆ 이종필> 그냥 멍 했습니다.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전혀 예상을 못 했습니다. 저도 이세돌 9단이 5:0 내지는 4:1 정도 예상을 했었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지금 거꾸로예요.

    ◆ 이종필> 네, 완전히 반대가 됐죠.

    ◇ 정관용> 1승 4패.

    ◆ 이종필> 저도 한 2, 3일 정도는 정신을 못 차리고 거의 멘붕 상태였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인간이 기계를 이긴 적이 있나? 이렇게 생각해보면 시간문제이지 어쨌든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이기게 돼 있던 것 아닌가요?

    ◆ 이종필> 네, 이세돌 9단도 얘기했지만 ‘이번에는 이길 것이고 3년이나 5년 뒤에는 모르겠다’ 그런 얘기를 했었죠. 그리고 사실은 기계의 수준이 올라가면 당연히 이길 텐데 그런데 사실 우리 신체의 역량을 극복한 기계들은 많잖아요. 그런데 그것하고 두뇌를 이긴 기계가 나타났다는 것은 굉장히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느낌이.

    ◇ 정관용> 느낌이 다르죠.

    ◆ 이종필> 그래서 사람들이 갖는 어떤 충격, 이게 좀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게 벌써 이제 2016년에 언젠가는 오겠지만 이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아마 다들 예상 못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오늘 알파고가 초읽기에 몰렸는데. 저는 ‘초읽기에 몰리면 알파고가 아마 잘 못할 거야’ 이런 생각을 했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그것도.

    ◆ 이종필> 네. 원래 보통 때도 어려운 순간에서도 착수를 1분 안에 다 했고 4국 때 보면 좀 끌어도 2분 안에는 대충 뒀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초읽기를 했지만 별로 큰 의미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하긴 별로 긴장도 안 하죠? 별로가 아니라 아예 긴장이라는 걸 모르죠.

    ◆ 이종필> 알파고는 사람과 같은 자의식이 있거나 감정을 가지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 이런 건 모를 겁니다.

    ◇ 정관용> 한국일보에 고정칼럼 지금 쓰고 계신데 얼마 전에 ‘이세돌 9단이 기계를 이긴 마지막 인간이길 바란다’ 이렇게 쓰시지 않았습니까? 그건 무슨 뜻입니까?

    ◆ 이종필> 사실 인공지능의 발전속도가 워낙 빠르니까 이번 기회를 놓치면 혹시나 영영 인간이 기계를 이기지 못 하는 그런 순간이 되지 않을까. 이세돌 9단 본인도 사실은 4, 5년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얘기를 했듯이 저는 사실 이세돌 9단이 이긴다고,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예상을 했습니다만 만에 하나라는 게 또 있는 것이고 구글의 능력이 또 굉장히 무섭지 않습니까? 그리고 인공지능 분야, 지금까지 발전한 속도가 너무나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혹시나 인간이 못 이기는 순간이 지금 벌써 도래한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어쨌든 무난하게 이세돌 9단이 무난하게 이기고 그러면 아마 이게 마지막으로 인간이 기계를 이기는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그런 단어 속에 내포하는 바는 이제 기계가 그만큼 진보해서 우리 인간을 위해 봉사할 것이다, 그런 낙관론이 깔려 있는 겁니까?

    ◆ 이종필> 네, 그 시대를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된다는 거죠. 지금 사실은 이번 대국을 두고 인간 대 기계의 대결 구도를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어차피 게임이니까 대결이 맞고요, 제가 보기에는. 그리고 이 사실 자체를 회피하거나 인간승리다, 이런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거나 물론 전 인류의 성취이긴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고민해야 되는 문제는 이제 인공지능하고 어떻게 더불어 살아갈 것이냐. 그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될 것 같아요. 회피해선 절대로 안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 더불어 살면 잘 사는 겁니까?

    ◆ 이종필> 여러 가지 준비를 해야겠죠. 전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예전에 과학자들이 핵무기를 만들었을 때요. 이것이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는 그런 가공할 위력을 가진 무기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실제로 히로시마에 투하되고 난 다음에 이것을 어떻게 국제적으로 잘 관리를 할 것인가. 그리고 과학자들이 어떻게 거기에 대한 통제권 이런 것을 행사할 것인가. 이런 논의들이 있었거든요. 물론 그렇게 매끄럽게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서 인공지능이 지금 현실의 문제가 됐기 때문에 어떻게 우리가 더불어서 인공지능과 인간이 좀 조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좀 심도 있는 논의, 이게 사람들이 우려하는 정말로 당장의 일은 아니지만 큰 자의식을 가진 강한 인공지능이라고 그러죠. 그런 인공지능이 출현하게 되는 순간에 우리가 이렇게 미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좀 그런 국제적인 그런 논의 이런 것도 저는 필요하지 않느냐.

    ◇ 정관용> 그런데 과학기술의 발전이라고 하는 것은 막으려고 해도 못 막는 것 아닙니까? 아까 핵무기 말씀하신 것도.

    ◆ 이종필> 네, 그건 어렵다고 봅니다.

    ◇ 정관용> 그렇게 가공할 위협을 가진 무기가 될 줄 알았더라면 이런 건 개발 못 하게 막으려고 했을 텐데 못 막는 거거든요.

    ◆ 이종필> 네,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겠죠. 그래서 오히려 그 기술을 다 공개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그것을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통제를 할 수 있는 그런 수단과 방법을 좀 찾아나가는 게 올바른 길이지 않을까. 인공지능 같은 경우도 벌써 약한 인공지능 같은 경우, 자의식이 없는 알파고 같은 케이스인데 이런 경우에도 사실은 여러 가지 혼란이 있을 수 있거든요. 앞으로는 그러면 알파고 같은 굉장히 놀라운 인공지능을 가진 사람들 내지는 가진 국가, 그것을 가진 초일류기업 이런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에 어떤 갈등관계.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 정관용> 부의 집중이 더 가속화될 수 있죠.

    ◆ 이종필> 네. 그럴 수도 있고 지난 4국이 끝나고 나서 외신 기자들이 이런 질문을 했었잖아요. 알파고의 놀라운 수들을 보면 인간이 이해를 못 하는데 만약에 의료분야 같은 경우에서 지금 슈퍼컴퓨터나 인공지능이 수련된 의사와 다른 판단을 내렸을 때 그 혼란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사실 대비를 해야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윤리적인 문제도 포함을 해서 좀 적극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지 좀 그 문제를 전반적으로 고민을 했으면 좋겠어요.

    ◇ 정관용> 몇 번 사용하신 ‘강한 인공지능’, ‘자의식을 갖는 인공지능’ 이건 뭐예요?

    ◆ 이종필> 영화 속에서 보는 터미네이터 같은, 스카이넷(Skynet) 같은.

    ◇ 정관용> 그걸 누가 만들어요? 인공지능 스스로가 그걸 만드나요?

    ◆ 이종필> 그건 어떻게 될지 사실 모릅니다. 거기에 좀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요. 우리가 사실 자의식이 뭔지 그리고 지능이 뭔지 정확하게 몰라요, 아직. 그 이유 때문에 그런 자의식을 가진 어떤 기계가 등장하지 못 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세요. 등장하더라도 10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

    ◇ 정관용> 자의식이 뭔지조차도 모르기 때문에.

    ◆ 이종필> 네.

    ◇ 정관용> 만들 수가 없을 것이다?

    ◆ 이종필> 네,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고 또 어떤 분들은 적극적인 분들은 한 30년 이내에 기술의 발전 속도가 엄청나기 때문에 30년, 40년 정도면 그런 인간에 버금가거나 인간을 초월하는 그런 인공지능이 출현할 수도 있다고 얘기합니다.

    ◇ 정관용> 그렇게 되면 그 인공지능. 그건 인간의 명령을 받아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닌 거죠?

    ◆ 이종필> 그러겠죠. 인간보다도 더 뛰어난 사고를 한다면 그러면 어떻게 될지, 우리가 상상하지 못 하는...

    ◇ 정관용> 그래서 몇 몇 학자들은 ‘호모사피엔스는 100년 후에 없어진다’ 그런 말도 하지 않습니까?

    ◆ 이종필> 엘런 머스크나 스티븐 호킹 같은 경우에는 그래서 굉장히 우려를 표명을 했죠. 그런 인공지능이 출현하면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고 얘기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사실은 어떤 국제적인, 현실적인 논의. 이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핵무기를 만들 때처럼 당장의 아주 시급한 문제는 아닐 수가 있는데 지금 어쨌든 약한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보면 이건 현실의 문제이니까 지금부터 조금 그 인공지능 발전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하나씩 차근차근 대비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우선 약한 인공지능의 단계에서는 일자리가 상실되고 이런 부분에 대한 대비책 같은 것을 해야 되고요. 더 나아가서 강한 인공지능의 시대까지 온다면 그때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이런 건 과학기술 분야가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이나 이런 쪽에서.

    ◆ 이종필> 네, 다 같이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우리나라도 며칠 전에 자율주행자동차 관련된 법을 개정했었잖아요.

    ◇ 정관용> 네. 시험운행 할 수 있게 됐죠.

    ◆ 이종필> 시험운행 할 수 있게 했는데 거기에서도 문제가 됐던 것이 그러면 만약에 자율주행시스템에 인공지능이 탑재가 됐을 때 사고의 순간에 운전자를 보호할 것이냐 아니면 도로에 있는 다른 차량이나 다른 보행자를 보호할 것이냐. 이런 윤리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잖아요.

    ◇ 정관용> 그러니까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자동차인데 갑자기 사람이 도로 앞에 나왔다. 그때 그 사람을 피하려고 하다 보면 차에 탄 사람이 다칠 수 있다. 이때 어떻게 할 것이냐.

    ◆ 이종필> 네. 탑승자를 보호할 것이냐 아니면 도로에 있는 다른 다수의 보행자를 보호할 것이냐. 아니면 어린 애를 보호할 것이냐. 이런 문제에 대해서 거기에 탑재된 인공지능에 어떤 프로그램을 입력을 할 건지. 그리고 어떻게 판단하게 할 것인지. 약한 인공지능이 분명히 상황을 자기가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을 내릴 텐데 거기에는 기계는 그런 거 모르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 정관용> 명령한 대로 움직이는.

    ◆ 이종필> 네. 어떻게든 거기에 대해서 좀 뭔가 줘야 될 텐데 그런 논의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의료분야나 이런 데서.

    ◇ 정관용> 모든 분야에서 다 나오죠.

    ◆ 이종필> 네, 그리고 알파고에서 봤듯이 전문 분야에서는 인간이 이해하지 못 하는 판단을 내린단 말이에요. 그런 상황들에 대해서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발생하는 혼란, 나중에 알고 봤더니 합리적이었다. 내지는 그건 시스템의 버그였다. 이렇게 달리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을 텐데 그 각각의 순간들이 야기하는 혼란과 충격을 우리가 어떻게 흡수할 것이냐. 그런 케이스들에 대해서도 사실 좀 연구를 해야 되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분야별로 다 해야 되겠군요.

    ◆ 이종필> 다 해야 되겠죠.

    ◇ 정관용> (웃음) 바둑계는 이미 거기에 다 왔어요.

    ◆ 이종필> 온 거죠. 그래서 사실은 알파고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수들을 몇 번 뒀기 때문에 정석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있고요. 바둑의 패러다임이 이제 크게 바뀔 것이다라는 얘기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바둑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거든요.

    ◇ 정관용> 모든 영역에 그런 게 생길 수 있다.

    ◆ 이종필> 네, 지금 딥마인드 같은 경우에 이 알파고를 만든 것이 바둑만 두려고 만든 게 아니라고 얘기를 했잖아요. 그래서 내년, 내후년에는 정말로 이게 의료분야에 쓰일지도 모르고 좀 더 늦어질지는 몰라도 어쨌든 이제는 현실의 문제가 됐다는 겁니다.

    ◇ 정관용> 그건 그렇고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분야 연구. 매우 뒤쳐져 있다고 하는데 이 교수님 보시기에도 그렇습니까?

    ◆ 이종필> 네, 저는 사실 이 분야 전공자는 아닙니다마는 주위에 연구하시는 분들의 얘기가 좀 많이 열악하다고 그래요. 그래서 격차가 있고 바둑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사실은 알파고가 나오기 이전에 한국, 중국, 일본에서 이렇게 바둑 두는 프로그램을 좀 만들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도 내고.

    ◇ 정관용> 돌개바람인가?

    ◆ 이종필> 돌바람. 이런 게 있었죠.

    ◇ 정관용> 돌바람.

    ◆ 이종필> 사실 바둑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좋은 테스트베드 역할을 했다고 해요. 그런데 그런 기존의 프로그램들에 비해서 알파고는 너무나 월등한 기량을 선보였기 때문에 일단 그 사례만 보더라도 지금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거든요. 그래서 다른 쪽에서도 인공지능 하시는 분들이 있긴 하겠습니다만 아주 극적인 사례, 세계적인 수준과 우리의 수준. 지금 극적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아까도 언급했던 한국일보 칼럼에서 또 다른 칼럼인데 교수님이 ‘우리나라는 제2의 디지털 쇄국을 하고 있었다’ 이런 표현을 쓰셨어요. 이건 무슨 뜻입니까?

    ◆ 이종필> 대표적으로 꼽자면 스마트폰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2년 넘게 걸렸거든요.

    ◇ 정관용> 맞아요.

    ◆ 이종필>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갖고 싶어 했는데 그리고 편리한 생활을 하고 싶어 했는데 2년 넘게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이게 막혀 있었고. 그것 때문에 사실 관련된 업계 종사자들이 굉장히 안타까워했습니다, 사실은. 그쪽 생태계를 빨리 만들어서 대비를 해야 하는데 막혀 있는 동안에 그냥 아무런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고요. 2년이라는 기간이 그 업계에 계신 분들 얘기가 천지가 두세 번 개벽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기간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스마트폰 사례도 있고 그리고 지금 게임산업 같은 경우에 지금 일각에서는 이게 중독이다. 그리고 거의 마약소굴 내지는 범죄자 취급을 하잖아요.

    ◇ 정관용> 중독 중의 하나로 게임을 뒀었죠.

    ◆ 이종필> 네. 그런 시도도 있고 법도 만들려고 있는데 이런 게 세계적인 추세와 맞는 거냐. 사실 중독이라고 하면 제 생각에는 게임중독보다도 일중독이 더 심하거든요.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OECD 국가들 중에 최상위권이잖아요. 그러면 제 생각에는 게임중독을 치료할 법을 만들 것이 아니라 일중독을 좀 막는 것이 먼저일 것 같은데 이런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는 거죠. 그리고 정부에서는 테러방지법 같은 경우에도 정부나 정보기관이 개인의 사생활을 너무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생기고 있고 그런 것이라든지 국내에 대표적인 SNS업체에 대해서 민감한 시기에 세무조사도 자제하고 이런 게 의혹을 가지게 되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IT산업, 디지털산업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라는 그런 의구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지금 같은 시기에 너무 쇄국 정책 비슷한 것 아니냐.

    ◇ 정관용> 그런 의미에서.

    ◆ 이종필> 네. 이건 좀 더 개방적이고 사람들의 창의력을 북돋아주는 식으로 가야 되는데 자꾸 억압하려고만 하고 묶어두려고만 하고.

    ◇ 정관용> 이번에 알파고 사태, 이른바 이게 벌어지니까 정부가 대뜸 인공지능 육성하기 위한 무슨 팀을 만든다, 뭐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 이런 등등 내놓고 있습니다. 그거 어떻게 보세요?

    ◆ 이종필> 일단 반가운 일이긴 합니다마는 정부가 이렇게 나서서 뭔가 잘 된 경우가 솔직히 생각이 안 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이걸 빌미로 잡고 더 간섭하고 규제만 만드는 것이 아니냐. 사실 정부에서 단기간에 너무 성과를 독촉하는 경우도 있어서 저도 뉴스를 보니까 일선에서 연구하시는 분들, 인공지능이나 뇌과학이나 이런 걸 연구하시는 분들 좀 그렇게 하기보다도 기존에 벌려놨던 연구를 꾸준히 기다려주는. 그리고 좀 성과가 안 날 것 같은 것도 계속 참고 지원해 주는 자세. 이런 것을 많이 요구하더라고요. 사실 우리나라가 정부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예를 들면 드론이 뜨면 드론으로 쫙 쏠렸다가 지금 또 인공지능 뜨면 인공지능 쪽으로 쭉 쏠리고. 철 따라 유행 따라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성질, 이게 사실 문제거든요. 주무부처도 계속 바뀌지 않습니까? 그래서 좀 더 긴 호흡으로 지금의 이 어마어마한 디지털혁명 이게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냐. 또 인류 전체에게 어떤 의미인지 한번 좀 돌아보고 성찰해야 합니다.

    ◇ 정관용> 인공지능도 드론도 결국은 과학기술, IT 개발의 어떤 결과물이잖아요.

    ◆ 이종필> 네.

    ◇ 정관용>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과학기술 선진국, 미국이나 이런 나라들의 경우는 정부가 나서서 공공에 투자를 집중하는 건 이런 결과물을 내는 부분이 아니라 기초과학분야에 투자하지 않습니까?

    ◆ 이종필> 네, 많은 산업의 백그라운드를 잘 깔아주는.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이종필> 그리고 누차 얘기하는 생태계의 문제, 그런 분위기와 환경 조성,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 구축 이런 데에 사실 역량을 집중해 줬으면 정부가. 그런데 한국 정부는 어떤 면에서는 좀 너무 정부주도형으로 모든 걸 다 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 그러니까 말하자면 게임의 공정한 심판자 그다음에 환경조성자로서의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본인이 좀 너무 과도하게 플레이어 역할도 하려고 하는. 그러다 보니까 시선이 왜곡되는 경우도 있고. 또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힘이 센 사람들의 편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게 되면 당연히 스타트업들은 숨쉬기 힘들거든요. 그런데 이런 프론티어에 있는 분야는 특성상 신생업체들, 이런 벤처들이 사실은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그중에 한 1천가지 시도해서 한두 개 걸리는 거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이종필> 그런데 그걸 정부가 집중해서 좀 보호해 주고 여러 가지 시도를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당장에 성과는 안 나더라도 꾹 참고 기다리면서 좀 지원을 해 주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지 않느냐.

    ◇ 정관용> 좀 정리해 보죠. 그러니까 조만간 아마 정부에서 무슨 마스터플랜 이런 걸 내놓을 겁니다. 그런데 가장 불길한 예감은 ‘1년에 몇 백억씩 투자해서 우리는 7년 안에 뭐를 만들어내겠습니다’ 이렇게 나오면 안 된다 이거죠?

    ◆ 이종필> 아우, 그러면 다 망하겠죠.

    ◇ 정관용> 그게 아니라 정부는 이걸 해라라고 정리해 주세요. 해야 할 것.

    ◆ 이종필> 일단은.

    ◇ 정관용> 조금 아까 지적하신 건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이 공정하게 공존할 수 있는 또 스타트업을 특히 더 보호할 수 있는 그런 기업 생태계, 그런 제도. 그리고요?

    ◆ 이종필> 그런 제도를 만들어야 되고 또 저는 대학에 있으니까 지금 사실 정부에서 대학 구조조정 이런 걸 유도하면서 업체나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력양성이 이론적으로 좀 드라이브를 걸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는 사실은 산업계가 원하는 어떤 기능인, 그런 사람을 양성해서 지금 알파고시대에 대비가 되겠느냐. 저는 굉장히 우려스럽습니다, 사실은. 이런 시대는 어떤 게 필요하느냐 하면 플랫폼의 인원이 필요하거든요. 그러니까 무엇을 할지 확정되지 않은, 그래서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는 그런 기본적인 소양을 가진 인력이 정말로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대학이나 정부에서 등한시하고 있는 기초학문이 정말로 중요한 포인트거든요.

    ◇ 정관용> 과학도 기초과학.

    ◆ 이종필> 네, 기초과학.

    ◇ 정관용> 인문학 이런 거.

    ◆ 이종필> 네, 그게 사실 절실합니다. 그게 펀더멘털이고 그것이 강하지 않으면 제 생각에는 알파고시대를 이겨나갈 수 없다. 지금 이 디지털혁명이 우리에게 과연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성찰을 하고 그런 방향으로 좀 갔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정부가 내놓겠다는 계획이 아마 그런 좋은 방향이기를 기대하면서.

    ◆ 이종필>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이종필> 고맙습니다.

    ◇ 정관용> 건국대학교 이종필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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