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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맞은 후쿠시마, 우리는 너무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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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맞은 후쿠시마, 우리는 너무 무관심"

    후쿠시마 원전 사고 5주년 맞아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펴낸 정주하 교수

    - 후쿠시마라는 단어는 일본의 한 지명이 아니라 인류의 재앙 드러내는 특수명사 돼
    - 5년 지났지만 후쿠시마 주민들 아직도 고향 못 찾아
    - 후쿠시마 자연은 아름다워 보이지만 지금도 낙엽과 고인 물은 디뎌서도 안 돼
    - 보상금 받은 젊은이들은 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 ‘노인들만 사는 땅’
    - 후쿠시마 사고 이후 새로운 원전 건설 확정지은 나라는 우리나라뿐
    - 우리는 후쿠시마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3월 10일 (목)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주하 (사진작가, 백제예술대학교 교수)


    ◇ 정관용> 후쿠시마 원전사고 여러분 기억하시죠? 벌써 5년이 흘렀습니다. 내일이 바로 사고 발생 꼭 5년째 되는 날이에요. 최근에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이런 제목의 책이 한 권 나왔네요.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 또 시민들이 나눈 대화내용, 이런 것들도 포함된 책입니다. 사진들도 많이 실려 있고요.

    저자 한 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사고 이후에 후쿠시마 지역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서 일본 현지에서 사진전을 열기도 하신 분입니다. 백제예술대학교 사진과 교수 사진작가 정주하 교수, 전북 완주에 계신 분이라서 오늘은 전북 CBS 스튜디오에 지금 나와 계십니다. 정 교수님?

    ◆ 정주하>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어떤 취지로 어떤 분들이 모여서 만든 책입니까?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 정주하> 방금 정관용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후쿠시마에 대한 테마를 가지고 만든 책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5년 전에 있었던 쓰나미를 중심으로 한 도쿄전력의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것으로부터 시작된 후쿠시마 지역의 피해와 그 피해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각계 여러 선생님들이 모여서 대담도 하고 저는 사진 찍고 전시를 하면서 만들어낸 책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어떤 분들이 모이신 거예요?

    ◆ 정주하> 우선 제가 사진을 찍었고요. 그다음에 도쿄의 게이자이 대학이라는 곳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계시는 서경식 선생님이 우선 주축이 돼서 작업을 해 주셨고요. 그다음에 도쿄대학의 철학과에 계시던 다카시 선생님. 그다음에 시민들로서는 몇몇 분들께서 자발적으로 실행위원회를 구성하셔서 저희들이 하고 있는 일을 도와주셨고요. 그다음에 역사학자인 한홍구 선생님이 아주 깊숙이 관심 갖고 도와주셨습니다.

    ◇ 정관용> 이 책이 원래 일본어판으로 먼저 나왔다면서요?

    ◆ 정주하> 네. 고문연이라는 출판사인데요. 그 출판사에서 저희들이 여섯 군데에서 전시를 하고 여섯 번의 갤러리 토크를 했습니다. 그때 그 지역에 계신 분들도 참여하고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실행위원 분들 그다음에 주축으로 일해 주셨던 분들이 모여서 그때그때 조금씩 멤버가 다릅니다만 그런 분들이 토론했던 것들을 묶어서 고문연 출판사에서 만들어낸 책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사진을 직접 찍으시고 그 사진을 가지고 여섯 군데에서 전시회를 여셨고. 전시회에 일부러 몇몇 분들을 모시고 또 자발적으로 참여한 분들 모여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그게 책이 되고 이거군요.

    ◆ 정주하>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후쿠시마는 언제부터 가서 사진을 찍으셨어요?

    ◆ 정주하> 저는 2011년 11월에 처음 갔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그게 원전사고 나고 나서 몇 달 후.

    ◆ 정주하> 한 8개월 지난 후죠.

    ◇ 정관용> 8개월. 가까이는 못 가셨겠고. 그렇죠?

    ◆ 정주하> 그러니까 당시에는 20km 지점, 그러니까 후쿠시마는 우리로 말하면 도에 해당하는 현 아닙니까? 그리고 후쿠시마라는 시가 따로 있고요. 지금 문제의 폭발사고가 일어난 곳은 일본에서의 동해, 바닷가 근처입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정주하> 그 사고가 난 원자력발전소 주변 20km 안쪽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고요. 20km 바깥에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가 미나미 소마라고 하는 도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센다이라고 하는 공항이 많이 알려져 있어서 아는 분들이 많으신데 거기보다 훨씬 남쪽으로 내려와 있는 그런 작은 마을입니다. 거기에 주로 있으면서 작업을 했던 것이죠.

    ◇ 정관용> 왜 가셨어요, 거기를?

    ◆ 정주하> 사실은 제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에 있는 4군데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그런 마을 풍경 그리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을 주제로 작업을 한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2008년에 전시도 하고 책도 낸 적이 있었죠. 그런 제 개인적인 관심 때문에 가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정관용> 그럼 2003년 이전에 원전에 관심 가지신 것은 왜입니까?

    ◆ 정주하> 사실은 그 전에 제가 어떤 운동적 차원이라든지 어떤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 깊은 관심과 이해가 있어서 발전소 주변을 사진을 찍은 건 아니고요. 제가 개인적으로 사진작업을 하면서 그 전에, 그러니까 ‘불안’이라고 하는 제목으로 그때 전시도 하고 책을 냈었는데요. 그 전에는 물을 중심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제가 서쪽 바다라고 하는 주제를 가지고 서쪽 해안 부분을 쭉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 정관용> 우리나라 서쪽?

    ◆ 정주하> 네. 그때 제가 영광에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만나게 되고 그다음에 물을 찍었던 그다음 테마가, 저로서는 불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을 만들어내는 발전소. 그중에서도 원자력으로 에너지, 불을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관심을 갖고 있었죠.

    ◇ 정관용> 그렇군요. 2011년 11월에 사고난지 8개월 만에 처음 후쿠시마 사고현장에서 20km 떨어진 데까지 가서 사진을 찍으셨어요. 그다음 몇 번쯤 가셨어요?

    ◆ 정주하> 5번 정도 가서 그 이듬해 2012년 3월에 평화박물관이 있습니다. 한홍구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곳인데요. 그 평화박물관 스페이스 99라고 하는 곳에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했습니다. 책도 냈죠.

    ◇ 정관용> 가장 최근에 가신 게 그러면 언제예요?

    ◆ 정주하> 작년 10월에 다녀왔습니다.

    ◇ 정관용> 후쿠시마 현장에?

    ◆ 정주하> 네.

    ◇ 정관용> 그때는 몇 km까지 가실 수 있었습니까?

    ◆ 정주하> 지금은 거의 근처인데요. 그러니까 그 사고 난 발전소 옆을 수직으로 내려오고 있는 지방도로 6호선이 있습니다. 그 옆에 좀 떨어져서는 고속도로가 있는데요. 그 6호선이 말씀 드렸던 것처럼 20km 안에 포함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 전까지, 2013년, 2014년까지는 그것이 폐쇄돼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오픈됐습니다. 그러니까 이론적으로는 그 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직선거리로 한 2km 안쪽에 그 사고 난 발전소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거기까지 가셨어요?

    ◆ 정주하> 그렇죠.

    ◇ 정관용> 바로 그 2km 가까이까지?

    ◆ 정주하> 그렇죠. 보통 사람들은 가까운 지역에서 차에서 내리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방사능이라는 것이 제가 과학적으로 잘 알지는 못 합니다만 바람에 실려서 그 방사능 물질이 많이 이동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차의 문을 닫고 그 옆을 그냥 달리기만 한다면 위험도가 적은데 창문을 연다든지 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니까 그 도로는 사실은 보편적인 차들은 잘 다니지도 않지만 다닌다고 하더라도 내려서 구경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데. 저는 작업을 해야 하니까 몇 차례 내려서 작업을 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그 인근 지역주민들 다 멀리 소개됐었지 않습니까?

    ◆ 정주하> 그랬었죠.

    ◇ 정관용> 지금은 그분들 다시 돌아와 계신가요? 어디까지는 돌아와 계신가요?

    ◆ 정주하> 그러니까 제가 오다카라고 하는 지역이 있습니다. 거기는 10km 지점, 그러니까 20km 폐쇄됐던 곳에서 10km 벨트 안에 있는 오다카라고 하는 지역인데 그 지역은 드물게, 아직 100%는 아닙니다마는 여러 피난 갔던 주민들이 다시 돌아와서 새롭게 제염, 그러니까 오염된 걸 제거하고 새롭게 집을 꾸미고 사는 것을 보았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사진작가이시고 하니까 우리 청취자 분들께 지금 5년이 흐른 후쿠시마 원전 부근, 거기로부터 한 4km, 5km, 10km. 풍경을 그려봐 주시겠어요? 어떻다, 현재가.

    ◆ 정주하> 일단은 10km 안쪽에 있는 마을들 중에 상당수는 아직도 그 쓰나미에 의해서 망가진 상황 그대로입니다.

    ◇ 정관용> 아, 개보수도 전혀 없고?

    ◆ 정주하> 그러니까 아직은 손이 다 미치지 못한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정주하> 저 먼 쪽부터 계속해서 제염도 하고 그다음에 밀려들어온 배나 아니면 부서진 자동차 혹은 쇳조각이나 콘크리트, 무너진 집들을 상당히 잘 정리하고 있지만 5km 지점이나 7km 지점, 이 지점들은 아직도 그대로이고요. 그리고 일부 지역은 여전히 폐쇄되어 있어서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이 피난 나온 면사무소에 가서 그 면사무소는 좀 덜 위험한 20km 바깥쪽에 있는 미나미소마 근처에 있는데요. 거기 가서 통행증, 허가서를 얻어서 사전에 그걸 가지고 가야 자기가 살던 마을 근처에 갈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통행증을 받아서 마을에 가요, 사람들이?

    ◆ 정주하> 가끔 자기가 살던 곳에 놓고 온 물건이라든지.

    ◇ 정관용> 아, 그런 것 때문에.

    ◆ 정주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가끔 보고 싶다든지 아니면 뭔가 좀 변화가 있는가를 보러 가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저도 몇 차례 다녀왔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그야말로 그냥 폐허상태 그대로군요? 5내지 7km 이런 데까지는.

    ◆ 정주하> 그럼요.

    ◇ 정관용> 동물, 식물들은 어때요? 자연환경은.

    ◆ 정주하> 식물일 경우에는 하나도 변함이 없는 듯 보입니다. 그러니까 식물도 두 가지 일 수 있는데요. 하나는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풀이라든지 나무로서의 식물이 있고 작물로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작물로서의 식물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자연적으로 피어나는 풀들이나 꽃들은 여전히 아름답게 피고 있고요. 물론 폐허가 된 곳에서는 아직 소식이 없지만요. 그런데 주목해야 될 것은 그 20km 지점 내에서도 지금 다시 일본인들은 제염을 한 땅에서 먹을거리들을 생산해내고 있다는 것이, 그러니까 이방인인 제 눈에는 의아스럽기도 하고 위험해보이기도 했습니다.

    ◇ 정관용> 농사를 지어요, 직접?

    ◆ 정주하> 네.

    ◇ 정관용> 그럼 작물을 누가 먹어요?

    ◆ 정주하> 스스로들 드시죠. 그러니까 제가 2011년에 갔을 때에도 피난 주택 옆에는 조그마한 화분이라든지 아니면 조그마한 나무로 만든 상자에 흙을 넣어서 그런 작물들을 키웠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주 많이. 그러니까 오이나 고추라든지 이런 것들을 키워서 드시는 분들이 계셨거든요. 그런데 70 이상 연로하신 분들은 이 방사선에 대한 위험도라든지 아니면 방사선에 대한 반응이 아무래도 좀 더디시겠죠. 그러니까 그런 분들이 조금 덜 신중하게 생각하시면서 드시는 것을 제가 본 적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경작 허가 이런 건 일본 정부가 ‘경작해도 좋습니다’ 하니까 하는 거겠죠? 아니면 그런 걸 무시하고 하는 겁니까?

    ◆ 정주하> 저는 섞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아주 우연한 기회에 도쿄에서 어느 식당 주인으로부터 후쿠시마산 쌀이 안전하다는 도장이 찍혀 있었는데요, 겉봉투에. 그걸 홍보용 쌀, 그러니까 한 봉투에 500그램 정도 들어 있는 2개 선물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걸 주면서 저한테 제가 일본 방송에 잠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고생한다고 이렇게 치하하시면서 그 2개를 선물해 주셨는데 거기에는 후쿠시마 쌀이라는 내용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 도장이 찍혀 있었고 그다음에 쌀 품평대회에 나가서 상을 탔다고 하는 문구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부 후쿠시마 지역 분들께서 그냥 자작해서 자신들이 드시는 작물들을 심거나 이렇게 하시는 것도 있지만 국가적으로 허용하려고 하는 그런 움직임이 많이 있죠. 그리고 그걸 스스로 검사해서 문제없다고 하는 것이 판명되면 먹어도 좋다고 판매도 하고 또 사람들에게 먹을 수 있도록 돕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일본 시민들은 그걸 잘 사 먹습니까?

    ◆ 정주하> 제가 평균을 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분들은 굉장히 두려워하시죠, 사실은. 그래서 먹을 때마다 작물들뿐만 아니라 수산물 등등도 굉장히 꺼려하시는 분들도 있고 또 일부 분들은 일부러 드시는 분들도 있죠. 그래서 돕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후쿠시마 지역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리면 일부러 가서 거기에도 참여도 하고 그러는 분들도 봤습니다.

    ◇ 정관용> 물론 다양한 반응이 있겠죠. 5번이나 그 현장 가까이 가서 카메라 렌즈로 사진으로 무엇을 담으시려고 했고 그 사진을 찍으시면서 무엇을 느끼셨어요?

    ◆ 정주하> 가기 전에 사실은 도와주셨던 한홍구 선생님이나 그다음에 서경식 선생님하고 여러 번 토론을 했습니다마는 제가 관심 있었던 것은 피해를 받았던. 쓰나미든 아니면 방사선이든 그 피해를 받은 직접적인 상황이나 사물에 대해서는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은 보도 사진가들이 이미 다 잘 보도해 주었기 때문에 다 알고 계시고요.

    그런데 제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그러한 사고를 통해서 그곳의 자연은 어떤 상태이며 또 우리가 여전히 그러한 상태의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 자연과 함께 미래를 어떻게 우리가 생각해야 될 것인가라는 것이 제 주된 관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의아한 제목이겠습니다만 제 사진집, 전시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제목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였거든요.

    ◇ 정관용> 그러니까 뭔가 자연이 변화가 있는가.{RELNEWS:right}

    ◆ 정주하> 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변함이 전혀 없었고 여전히 아름답고. 그러니까 그 지역은 우리나라로 말하면 강원도 같은 곳입니다. 상당히 높은 산이 있고 굉장히 자연이 아름답고 해안을 끼고 있으면서 그런 곳인데 가보니까 역시 아름다웠죠. 제가 늦은 가을에 가서 봄이 오기 좀 전까지 촬영을 당시에 많이 했었는데요.

    그런데 상당히 아름다웠는데 물론 가기 전에 주의를 많이 들었죠. 낙엽을 밟지 말라는 얘기와 고인 물을 딛지 마라. 거기에 가장 방사능 수치가 높으니까. 그러니까 당시에 제 눈에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 정관용> 그러면 한번 답해보세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물어보셨잖아요. 봄이 왔어요?

    ◆ 정주하> 아. 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웃음) ‘과연 오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라고 하는 의문이 있죠. 지금 일본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과 그곳에 살아가는 분들이 느끼는 체감 그리고 사실은 일반적으로 방사능이 정확히 어떠한 물질이고 우리에게 어떠한 피해를 입히는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 하거든요. 그러니까 세슘이라는 용어 그다음에 요오드라는 용어, 그다음에 1년에 1밀리시버트(mSv)는 괜찮고 그 이상은 나쁘다. 이런 등등의 숫자들이 사실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별 그다지 감흥이 없죠.

    ◇ 정관용> 그렇죠.

    ◆ 정주하> 어떤 반응을 하기가 어렵고. 그런데 실제로 가보면 거기 살아가시는 분들의 파괴된 가정. 그러니까 무슨 얘기냐 하면 피해를 입은 가정에 일본 정부에서 일정한 만큼의 보상금을 주면 보통은 3대가 살던 가정들이 그 보상금을 받아서 젊은 친구들은 다 다른 지역으로 싹 이주해 버리고.

    ◇ 정관용> 가 버리고.

    ◆ 정주하> 나이 드신 노인분들만 살고 계신 거예요. 그러니까 그러한 것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 만약에 정말 그것이 문제가 없고 2020년에 도쿄에서 올림픽을 거창하게 개최하는 것처럼 전세계적으로 모든 것이 방사능에 대한 것이 다 컨트롤되어 있으니까 문제없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정말로 후쿠시마가 컨트롤되고 있다면 그 젊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아오던 자기 고향을 일부러 떠날 이유는 없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정주하> 그런데 그런 현상을 제가 목도하면서 그런 정부 주도의 어떤 많은 가이드 그다음에 이야기들이 허구적인 것이 훨씬 많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거기에 살던 사람들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봄이 올 것 같으면 안 떠나죠.

    ◆ 정주하> 맞습니다.

    ◇ 정관용> 봄이 안 올 것 같으니까 떠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정주하> 그렇죠.

    ◇ 정관용> 참. 이 책에 ‘후쿠시마라는 단어는 일본의 어느 한 지명이 아니라 인류에게 닥친 재앙을 드러내는 특수명사가 되었다’ 이런 말을 남기셨더라고요.

    ◆ 정주하> 네. 그 후쿠시마라는 것이 단순한 지명으로부터 사실은 인류가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원자력 에너지로부터 그곳이 일본이지 않습니까? 한 차례도 아니고 두 차례고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이후에 후쿠시마까지.

    1945년과 2011년. 이렇게 거대한 방사능으로부터의 그런 피해를 입은 지역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것은 사실은 컨트롤되고 있는 자신들의 정부의 지도력 이런 것을 많이 밖으로 표명하죠.

    하지만 후쿠시마 자체는 그 피해로부터 함몰돼서 가서 확인해 본다면 누구나 알 수 있겠습니다만 굉장히 음울한 도시로 전락해버렸거든요. 그리고 일본 밖에 있는 많은 국가에서도 후쿠시마 그러면 그 자체가 그런 방사능 피해를 입은 지명으로 이해가 되면서 후쿠시마가 단순히 일본에 있는 어떠한 도시의 이름이 아니라 그런 끔찍한 피해를 입은 어떠한 지역으로 얘기되고 있죠.

    ◇ 정관용> 그 사고 이후에 일본 정부는 모든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다 중단하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 정주하> 그랬었죠.

    ◇ 정관용> 다시 돌아가는 곳들이 생기고 있죠?

    ◆ 정주하> 네, 가고시마 쪽에 있는 센다이라는 지역을 다시 재가동하면서 일본 지역에서 굉장히 큰 이슈가 됐습니다.

    ◇ 정관용> 5년. 바로 내일이면 5년입니다. 일본에서 좀 대대적으로 보도도 하고 이걸 계기로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 뭘 해보자. 이런 움직임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 정주하> 잘 아시겠습니다마는 일본 국민들이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렇게 적극적으로 거부하거나 큰 demonstration을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좀 적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 중에서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나 아니면 시민운동을 하는 분들, 평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당연히 도쿄에서 큰 시위를 기획하기도 하고 매년 해 왔습니다, 사실은.

    ◇ 정관용>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새로운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확정짓고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요?

    ◆ 정주하> (웃음) 맞습니다. 한국정부 사실은 상당히 큰 기회라고 생각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아랍에미리트에 원자로를 수출하면서 굉장히 크게 한국 국민의 자긍심을 마치 올려주는 것처럼 보도되었던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동해안 쪽에 속초라든지 신고리, 신월성 이쪽에서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하기도 하고 또 새롭게 하겠다고 발표도 하는 그런 일들을 하고 있죠.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런 나라가 다른 나라는 없다면서요, 아직?

    ◆ 정주하> 잘 알려진 것처럼 독일 같은 경우는 아예 싹 폐지하겠다고 선언을 한 반면 저희는 그거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겠죠.

    ◇ 정관용> 5년 맞이해서 청취자분들한테 한 말씀 하시죠.

    ◆ 정주하> 저는 사실 과학적인 지식이 없습니다. 그냥 사진가이고 그러나 관심을 갖고 오가면서 알게 되는 몇몇 가지의 지식을 갖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런데 지구는 둥글고 그리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돌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부터 1000km 정도 동쪽으로 떨어져 있는 그곳, 후쿠시마에서의 피해가 저희에게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동쪽을 향해 돌고 있는 지구 때문이라는 것을 좀 이해하셨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일부 수치에 의하면 도쿄보다 서울이 방사능 수치가 높다고 되어 있습니다. 삼척이나 강릉 그쪽은 2배입니다. 도쿄에 비해서. 그런데 우리는 보이지도 않고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정주하> 무관심하게 살고 있죠.

    ◇ 정관용> 남의 문제 아니라 우리 문제입니다. 이 말씀 해 주시는 거죠?

    ◆ 정주하> 네, 맞습니다.

    ◇ 정관용> 우리 문제입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 정주하>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백제예술대학교 사진과 교수, 사진작가 정주하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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