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때는 온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6경기, 18타석째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는 볼티모어 김현수. 타격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는 분석이다.(자료사진=볼티모어 홈페이지)
올해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하는 한국인 타자 3인방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대호(34 · 시애틀)와 박병호(30 · 미네소타)가 시원하게 대포를 쏘아올리며 올 시즌 성공을 벌써부터 예고한 반면 3인방 중 막내 김현수(28 · 볼티모어)는 아직 손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대호는 8일(한국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시범경기에서 MLB 첫 홈런포를 날렸다. 8회말 좌완 맷 레이놀즈의 5구째 시속 85마일(약 137km) 직구를 때려 왼쪽 담장을 넘긴 솔로포였다.
시범경기지만 기분좋은 첫 아치다. 취업비자 문제로 뒤늦게 시범경기에 나선 이대호는 지난 6일 LA 에인절스전에서 첫 안타를 신고하는 등 출발이 좋다. 특히 8일 6회 주전 1루수 애덤 린드의 대수비로 들어간 뒤 홈런을 뽑아내 확실하게 무력 시위를 했다.
박병호 역시 전날 KBO 리그 홈런왕의 위세를 뽐냈다. 박병호는 7일 탬파베이와 시범경기에서 6번타자 1루수로 나와 선발 출전해 0-0이던 1회초 2사 만루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특히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가 아니라 높은 뜬 타구가 바람을 뚫고 넘어가 현지 언론 등에서 박병호의 괴력이 새삼 화제를 모았다. 박병호 역시 두 번째 시범경기 만에 안타를 치고 4경기 만에 홈런을 날리는 등 빅리그에 안착하는 모양새다.
지난 7일(한국 시각) 메이저리그 첫 실전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한 미네소타 박병호.(자료사진=미네소타 홈페이지)
다만 김현수만은 아직까지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6경기째, 18타수째 무안타 가뭄이 이어지면서 '타격 기계'라는 별명이 무색한 상황이다.
김현수는 8일 미네소타와 시범경기에 7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2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6경기 동안 18타석에 들어서며 볼넷 1개 없이 무안타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대해 송재우 MLB 전문 해설위원은 "타격 기술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처음 MLB에 나서는 만큼 의욕은 강한데 결과가 나오지 않아 초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송 위원은 "김현수가 시범경기에서부터 강한 인상 주고 싶을 텐데 더 안 좋게 꼬인 느낌"이라고 짚었다.
단적인 예가 타석당 투구수다. 송 위원은 "현재 김현수는 타석에서 공 2개를 채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삼진도 적지만 볼넷도 없는데 이는 쫓아가서 치는 경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난 치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던데 때문에 초조해지고 타격폼 흐트러진다"면서 "KBO 리그에서도 김현수가 시즌 초반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잡고 들어가 비슷하거나 빠지는 공에 손을 대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지난해 볼티모어 입단 기자회견 때 김현수의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중요한 것은 꼭 쳐야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송 위원은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데려온 것은 방망이 치는 모습 때문만은 아니다"면서 "KBO 리그 통산 4할이 넘는 출루율도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조금 더 공을 보면서 존을 알아야 된다"면서 "꼭 때려서 보여주려는 마음보다 충분히 보고 자기 공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초조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송 위원은 "이런 정도로 김현수가 위협받거나 큰일 났다 얘기는 안 나올 것"이라면서 "KBO 리그에서도 (신고 선수 출신으로) 자리를 잡은 경험이 있는 만큼 부담이 있겠지만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워낙 타격 기술이 좋기 때문에 한번 안타가 나오면 감을 찾아 확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수는 지난 6일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꼬마 같다"고 스스로를 질책하기도 했다. 과연 KBO 리그와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등 국제무대를 주름잡았던 김현수의 매서운 방망이가 언제쯤 되살아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