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재해사망 특약에 가입한 뒤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 보험금 지급 여부를 놓고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A씨는 지난 2005년 자녀인 B씨를 피보험자로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이 보험상품에는 일반사망보험금 외에 재해로 사망할 경우 3500만원을 별도로 지급하는 재해보장 특약이 포함됐다.
보험 가입 후, 정신질환을 앓아오던 A씨의 자녀 B씨는 2년 뒤인 2007년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특약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하고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했다.
고의에 의한 자살은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게 이유였지만, 최근 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위원회는 B씨가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재해에 해당한다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정신질환 자살 보험금’ 지급 갈등 심각
이처럼 ‘정신질환 자살’의 경우 객관적 판단근거가 없어 보험사와 소비자간의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추락사나 익사, 목맴, 유해물질 흡입 등 고인이 목숨을 끊기 위해 행한 수단, 보험 약관상 재해에 해당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급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재해 사망으로 인정되면 일반 사망보험금의 2배 정도를 보험금으로 받는다.
그러나 고인이 의도를 가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에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고의로 발생된 사고에 대해 일절 책임지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살보험금 논란의 중심은 ‘약관’
재해사망보험의 약관도 예외가 아니다. 2010년 표준약관 제정 이전에 판매한 보험 상품 대부분에 ‘가입 2년 후 자살’인 경우 보험금을 준다는 약관이 포함돼 있음에도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원 분쟁조정사무국 정미영 팀장은 “보험사에서 특별약관으로 표기를 했는데, 그게 실수로 들어간 잘못된 내용이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이 이렇게 실수라고 주장하며 약관대로 지급하지 않은 자살 보험금은 2000억원이 넘는다.
이 약관 때문에 보험금 청구 사례가 늘어 재정 부담이 우려되자 대부분 보험사들은 현재 재해사망보험 특약에 이 부분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원은 최근 4년간 자살 보험금 관련 소비자 상담 가운데 보험금 지급 거부나 과소 지급에 대한 피해 호소가 70%가 넘는다며, 보험사에 대한 감독 강화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법원의 판단도 사례별로 엇갈리고 있어 이와 관련한 분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