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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복지부는 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려하나?"



사회 일반

    [Why뉴스] "복지부는 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려하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정부가 (온라인)게임 중독을 마약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처럼 질병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게임을 기호나 문화활동으로 보는 쪽에서는 지나친 규제라는 입장인 반면, 게임이 일상생활이 무너질 정도의 중독성을 갖고 있는 만큼 질병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복지부는 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려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자료사진)

     

    ▶ (온라인, 모바일) 게임을 질병으로 보겠다는 거냐?

    = 게임을 질병으로 보겠다는 건 아니고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단계인데 아직 확정된 방안은 아니다. 그렇지만 복지부가 그런 연구용역을 의뢰한 것은 사실이므로 정부 특히 보건복지부의 정책방향이 그렇게 가닥을 잡은 것은 맞다.

    보건복지부 차전경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질병코드로 관리하는 방안이)결정된 바가 없다. 연구 용역을 준 상태여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게 나온 게 없다"고 말했다.

    차 과장은 "(게임)중독자라는 게 현실적으로는 있는 거니까 그들에 대해서 지금도 치료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치료를 잘하자는 취지로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언론이 너무 앞서가는 보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구 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복지부 발표자료에 질병코드 이런 내용은 없다"면서 "(복지부는) 중독과 자살률이 높아서 원론적으로 관리를 하겠다는 입장이지 뭘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하나도 없어서 반발하거나 그렇게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 아직 질병코드화 해서 관리하겠다는 게 아니라는데 왜 문제가 되는 거냐?

    = 게임을 중독으로 보고 관리하겠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숙원사업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에서는 중독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신데렐라 법'으로 불리는 셧다운제가 도입됐고 이제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안까지 나온 것이다.

    동양대 김정태 교수는 "게임을 규제하려는 건 복지부의 숙원사업이다. 게임과 관련해 셧다운이나 그런 규제방안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면서 "이건 게임을 완전히 질병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니까 2014년과 2015년 게임업계를 강타했던 '4대 중독법'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4월, 게임을 4대 중독에 포함시키려는 이른바 4대 중독법(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신의진 의원이 정신과 교수다. 그런데 한국중독정신의학회가 4대 중독법을 '반드시 입법화를 이루어내야 할 숙원사업'이라고 회원 안내문에 입장을 밝힌 적이 있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복지부도 '지금은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지 게임중독으로 '질병코드'화 해서 관리하겠다는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는 않고 있다. 그래서 게임산업계나 게임을 즐기는 '게임인 연대' 쪽에서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게 맞는 거냐? 전문가들은 뭐라고 하나?

    = 중독이라는 의미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게임중독, 알콜중독, 도박중독, 마약중독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그렇지만 중독이라고 무조건 나쁘게만 볼 것인가? 예를 들어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을 '커피 중독자'라고도 부른다. 비만환자를 '음식중독자'로 볼 것인가를 두고도 정신의학계에서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는 문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교수는 "게임중독이 어떤 하나의 정신적인 질환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문제가 되니까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맞다"고 인정한다. 그러면서 "게임중독의 경우 그 정의도 분명하지 않고, 선별검사를 해서 중독이면 단계별로 어떻게 할 것인지 그것도 명확하지 않기때문에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할 경우 괜히 중독자들만 잔뜩 만들고, 관리는 안 되고, 중독으로 낙인은 찍히고, 그런 식으로 가기 쉬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게임은 (어른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술을 마시듯)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고 하나의 문화이기도 하다"면서 "게임이 취미인지 능력인지 중독인지 그게 명확하지 않으니까 연구도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정 교수는 "게임 때문에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질병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게임을 하기 때문에 뭘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여가생활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잠시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게임이 중심이 돼서 직장도 그만두고 이혼을 하고 개인 건강도 챙기지 않는다면 그건 중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상이 안 되면 안 되는 것이다. 며칠씩 게임만 한다거나 직장이나 가정을 포기하면서 게임에 빠진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데 정부 부처간 입장도 다른가?

    = 그렇다. 복지부와 여가부는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을 진흥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월 19일 게임과 가상현실 등 융합콘텐츠 산업육성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2018년까지 1557억원을 투자해서 차세대 게임콘텐츠를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게임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6일 뒤인 2월 25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78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서 게임중독을 질병코드로 분류해서 관리하겠다는 방안이 거론된 것이다.

    황교안 국무총리 (사진=자료사진)

     

    한 쪽에서는 게임산업을 진흥하겠다면서 한 쪽은 게임을 질병으로 관리하겠다는 모순된입장을 보이면서 국민들도 헷갈리고 있다.

    복지부에서는 내년 중 초.중.고 학생을 상대로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 조기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고위험군에 대해 중독관리센터 등과 연계해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래부관계자는 "게임중독 질병화 반대한다. 마약이나 알콜 중독 같은 건 물질중독이다. 게임을 질병으로 하는 건 의학적으로도 검증되지 않았고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없는 일"이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 게임 중독의 판정 기준이 있나?

    = 중독의 기준은 있다. 복지부는 차전경 과장은 "일상생활에 장애가 있거나, 금단현상이 있다거나 할 경우 중독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현정 교수는 "대인관계, 직업능력, 일상생활 관리기능 등의 저하가 오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게임을 즐기더라도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괜찮지만 게임 때문에 직업을 때려치고 이혼을 하거나 아이를 돌보지 않는다면 중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그렇지만 게임의 중독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대현 교수는 "어디까지가 게임능력이고 어디까지가 게임중독인지 구분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게임을 만드는 개발업자도 있고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게이머도 있는데 게임중독의 정의가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게임중독 전문 상담기관인 한국컴퓨터 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게임중독은 초기, 중기, 말기로 구분하는데 2기인 중기부터는 상담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 소장은 "초기는 게임을 조금이라고 더 할려고 애를 쓰는 경우지만 중기부터는 거짓말을 하거나 돈을 몰래 가져가거나 게임을 못하게하면 짜증을 내기 시작하는 단계이고 말기에는 게임때문에 가출을 하거나 부모 특히 엄마를 때리거나 협박하기까지 한다"면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데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앵커는 특히 어머니들이 게임을 싫어하는 이유를 아나?

    ▶ 왜 그런가? 공부 안 하고 게임만 해서 그런 것 아닌가?

    = 그런 측면이 크다. 그런데 공부 때문만이 아니라 남자 아이들이 덩치가 커지는 초등학교 5~6학년 대체로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엄마보다 덩치가 커지고 힘이 세진다. 그러면 게임을 못하게 말리는 엄마를 때리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는 거다. 게임때문에 아들에게 맞는 엄마들의 심정이 어떨까?

    게임중독을 상담하는 어기준 소장은 "게임때문에 아들에게 맞고 오는 어머니들의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인터넷 중독과 게임 중독이 같은 건 아니지 않나?

    = 그렇다. 게임 중독의 문제점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통계나 비용을 인터넷 중독과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인터넷 중독과 게임 중독은 다르다. 인터넷 중독에는 채팅 중독이나, 음란물 중독, 도박 중독, 게임 중독 등등을 망라하는 것이다. 인터넷 중독자를 68만명 규모라고 하는데 그 중 게임 중독자가 어느 정도인지는 통계가 명확하지 않다.

    미래부관계자는 "미래부가 인터넷 중독 예방 및 해소에 관한 종합대책 총괄부처"라면서 "인터넷과 게임 중독자 68만명이라고 하는데 누가 인터넷 중독이고 누가 게임중독인지 정확히 구분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자체에 문제가 있다. '게임 과다사용자' 또는 '게임 과몰입형'이라고 부르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조만간 새로운 용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서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게임전문가인 동양대 김정태 교수도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자체가 일방적"이라면서 "게임중독은 질병이 아니다. 과몰입형이나 다른 용어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은 '인터넷 의존증'이라고 부른다"면서 "중독은 어떤걸 평소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걸 말하는데 게임을 사회의 악 인양 규정 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게임업계의 반발이 거센데 어떻게 될 것 같나?

    = 게임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청소년들이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게임이 문제가 있지 않느냐? 이렇게 물으면 술과 담배는 사람에게 이로운 것이냐?고 반문한다. 적당한 술이나 담배가 역기능만 있는 게 아니듯이 게임도 순기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언론사의 게임담당 기자는 "게임이 활성화 된 뒤 청소년 본드흡입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에는 사건사고에 본드흡입이 빠지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지 본드흡입사건이 거의 사라졌다.

    게임산업은 시장규모가 커져서 10조원대에 이른다. 종사자도 10만명에 육박한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게임을 질병코드로 관리하겠다고 나서자 게임업계나 게임인들은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

    동양대 김정태 교수는 "게임을 질병코드화 하겠다는 건 게이머를 잠재적 환자로 보는 것"이라면서 "게임업계에서는 테러방지법 제정과 마찬가지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게임질병코드가 실제 이뤄진다면 후폭풍이 대단할 것이라면서 무슨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청소년보호법이나 게임법 등에 게임에 대한 규제와 중독자 관리와 치료에 대한 규정이 많은데 질병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이다.

    정부이 이런 움직인 때문에 게임학과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줄어들고 있고 게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던 학과들이 게임이라는 이름을 쓰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한 때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청소년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드러내놓고 게임을 잘 한다고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게임의 역기능문제가 제기된다는 자체가 게임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게임업체를 두고 넥슨을 '돈슨'이라고 부른다거나 넷마블을 '돈마블'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게임업체들이 그동안 수익에만 치중해왔다면 이제는 게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학원으로 내몰리면서 마음껏 뛰놀 수 없는 사회구조가 아이들을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순기능을 고려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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