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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 사라지자 '술정치'만···트러블메이커 전락한 학생회



사건/사고

    학생운동 사라지자 '술정치'만···트러블메이커 전락한 학생회

    • 2016-03-03 06:00

    학내 공동체 붕괴가 원인···통제와 감시받지 않는 학생회 늘어나

    지방의 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정모(22·여) 씨는 최근 7개월 넘게 남은 학생회 활동을 그만뒀다.

    취업을 준비한다는 핑계를 댔지만 무책임하게 학생회를 운영하는 간부들에게 실망한 탓이 컸다.

    학생회 활동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사귀고 싶었던 정 씨는 "학생회를 제멋대로 운영하는 간부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다 오히려 학생회 활동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돕기 위해서 학생회에 들어갔는데 회계 처리나 행사 진행에서 너무 무책임하게 운영을 하더라고요. 이 사람들 도와주려고 들어간건데 고맙다는 말도 못 듣고 뿌듯하지도 않고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학생회가 주관하는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에서 폭탄주를 강요하고 성추행 게임까지 하는 등 부적절한 오티 논란을 일으켰던 건국대학교는 지난 2일 오티뿐 아니라 학과별 엠티까지 폐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학생회가 캠퍼스의 문제아로 전락하고 있는 셈.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학생회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이전에 진행한 오티 교육 자료. 술을 강요하지 말자는 내용의 강의는 간부들을 대상으로 세 차례 진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총명탕을 신입생들에게 강요해 논란이 됐다. (사진=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학생들은 학내 운동이 사라진 자리에 소위 '술정치'가 자리잡았다고 입을 모았다.

    수년째 전국의 대학 활동에 관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A(27) 씨는 "운동권 학생회가 사라지면서 학생회가 가지고 있는 위상 자체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념과 지향점이 사라진 학생회에 학생회 이력이나 활동비 등 소위 젯밥에 더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학생회 간부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

    그는 "술 잘 먹고 노는 애들 중심으로 학생회가 꾸려지는 소위 '술정치'가 횡횡하고 있다"며 "이념 지향적인 이전의 학생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학생회가 이처럼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되면서 총학생회 선거조차 학생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올해 치러진 서울시내 32개 대학 총학생회 선거 중 21개 대학이 단일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한국외대와 성공회대는 입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선거가 무산됐고, 국민대와 가톨릭대도 투표율 미달로 선거가 파행을 겪었다.

    조선대 학생회 비리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모임 'The 조은대'가 지난해 학생 777명을 대상으로 '조선대학교 독립적 감사기구에 대한 학생들 의견' 설문조사. 10명 중 9명의 학생들이 총학생회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사진=The 조은대)

     

    ◇ "독립적 감사기구 설치 등 권한 남용 막는 장치 필요"

    학생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다른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조선대학교의 경우 지난해 장학금 횡령 사건으로 동아리연합회와 단대학생회 간부 등 4명이 사법처리되면서, 현재 학내에서 진행중인 학과 통폐합에 학생회가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선대 학생회 비리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모임 'The 조은대' 소속 한모(25) 씨는 "학과 통폐합으로 없어지는 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학생회가 학생들의 교육권을 대변해줘야 하는데 횡령 사건으로 학생회를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이같은 학생회의 '일탈'은 대학 내 공동체 문화가 붕괴되면서 통제와 감시를 받지 않는 학생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과거 학생운동이 존재했을 때와는 달리 요즘은 대학의 공동체 문회가 붕괴되면서 내부 토론이나 비판 문화가 형성되지 않는 탓이 크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공동체토론 문화가 붕괴되고 학생들이 취업과 학점 등 적자생존 경쟁에 내몰리면서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성추행 게임이나 술자리를 후배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NEWS:right}

    실제로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만든 일명 '총명탕'을 후배들에게 강요해 논란이 됐던 한양대 오티의 경우, 학생회가 사전에 학생회 간부들에게 세 차례에 걸쳐 술강요를 금지하는 내용의 내부 교육을 실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학생회 외부에 독립적인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정기적으로 감사를 받는 등 학생회가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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