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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 "제 안에 '정봉스러움'이 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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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홍 "제 안에 '정봉스러움'이 있나봐요"

    [인터뷰] "마요네즈+설탕 밥 따라하지 않았으면"

    배우 안재홍. 사진=황진환 기자

     

    "후훗~" 배우 안재홍(30)과 마주 앉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속 정봉이가 툭 튀어나온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록 기자의 입꼬리는 점점 올라갔다. 안재홍의 말투와 표정에서 '정봉스러움'이 뚝뚝 묻어나서다.

    정봉은 '응팔'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7수가 확정된 후 엎드려서 몰래 치토스를 먹을 땐 더없이 한심하지만" 뚝심 하나로 가정을 일으키고 사랑을 완성한다. 훗날 요리연구가(집밥 봉선생)로 유명해지면서 '대학을 안 가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기도 한다.

    '봉블리', '인생은 정봉이처럼' 같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다만 안재홍은 "마요네즈, 마가린, 설탕을 버무린 밥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맛이다. 아무도 따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일문일답]

    ▲'꽃보다 청춘-아프리카'(이하 '꽃청춘') 잘 보고 있다. 생애 첫 리얼리티인데

    푸켓에서 몰카당했을 땐 멘붕이었어요. 나영석 PD님이 저희한테 다가오는데 '이게 뭔가' 싶었죠. 제가 그렇게 넋 나간 표정이었는지 몰랐어요. 나마비아에서는 제작진의 배려 덕분에 여행을 온전히 즐겼어요. 출연진이 선택권을 갖고 여행을 주도했거든요. 대본에 의존하지 않고 평소처럼 말하고 행동했죠.

    '꽃청춘' 첫 방송 때 영화 '위대한 소원'(4월 개봉) 팀 회식 중이었어요. 본방 사수는 못했지만 재방은 사수했습니다. 첫 번째 느낀 감정은 감사함이었어요.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을 예능으로 예쁘게 만들어 주셨으니까요. 인간 안재홍의 모습을 TV로 보는 것도 신기하고 재밌었죠.

    ▲'꽃청춘' 방송 후 배우 안재홍과 '응팔'의 정봉이가 비슷하는 얘기가 많은데

    제 안에 '정봉스러움'이 있나봐요. 사실 여행 초기에는 혼란스러웠어요. 저는 정봉이처럼 매력적이고 사랑스럽지 않은데, 사람들이 제 모습을 보고 실망하거나 아쉬워하면 어쩌나 싶었죠. 그래서 아예 놓아버렸는데,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고 정봉이 같다고 해주시니까 신기했어요. 제가 나미비아 면적을 찾아보는 장면이 재밌다고 하시더라고요. 면적을 조사했던 게 실제 장거리 이동할 때 유용했어요.

    ▲정봉이가 명장면이 많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5화에서 미란(라미란)이 집을 비웠을 때 정봉이가 맥가이버 흉내내면서 해결사 노릇을 하는 장면이 재밌었어요. 제가 '맥가이버'를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니라서 맥가이버에 대해 많이 찾아보고 목소리, 말투 등을 연구했죠. 영화 '늑대의 유혹'을 패러디한 만옥(이민지)과의 우산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강동원을 똑같이 따라 해보자'는 마음이었고, 만옥과 운명적인 첫 만남인 만큼 강렬하게 빠져든다는 느낌으로 연기했어요.

    배우 안재홍. 사진=황진환 기자

     

    ▲정봉이는 만옥과 잘 됐지만 동생 정환은 덕선과 잘 안 됐다. 형 입장에서 안타까웠을 것 같은데

    정환(류준열)이 끙끙 앓는 모습이 안타까웠죠. 하지만 제 사랑이 우선이기 때문에 크게 관심 가지지는 않았어요. 저도 만옥과 갑자기 헤어지고 한 치 앞을 못 보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정봉과 만옥이 PC통신 채팅으로 서로를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엄청 설레였죠.

    ▲정봉이는 7수생이지만 공부에는 관심 없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몰두하는데

    정봉이가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앓고 있어서 덕후 기질이 생긴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처럼 뛰어 놀지 못하니까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을 거예요. 그래서 방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몰두한 것 같아요. 정봉이가 이해가면서도 짠했어요. 7수가 확정된 후 엎드려서 몰래 치토스 먹을 땐 정말 한심했죠. 반 년 바짝 해서 대학에 합격하잖아요. 진즉에 공부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정봉이의 덕질 중 실제 좋아하는 게 있나

    9화에 절에 간 정봉이가 산채비빔밥에 빠지는 장면이 나와요. 실제 중고등학교 때 '좋은 경험하고 오라'는 어머니의 권유로 방학을 이용해 한 달씩 절에서 생활한 적이 있죠. 이 장면 촬영할 때 당시 경험이 도움이 됐어요. 정봉이는 복권 1등에 당첨되지만 저는 5등도 당첨된 적이 없어요. 방송국에 보낸 엽서가 소개된 적도 없고요.

    배우 안재홍. 사진=황진환 기자

     

    ▲정봉이 인생이 버라이어티한 것 같다

    '인생은 정봉이처럼'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정봉이의 최고 장점은 뚝심인 것 같아요. 뚝심 덕분에 7수생으로 구박받으면서도 자신만의 길을 가고, 만옥이와 사랑을 이루죠.

    ▲정봉이는 7수생이지만 행복하게 산다. 10대들에게 전달해주는 메시지가 있다면

    정봉이가 '엄마는 어느 대학 나왔냐'고 묻자 성균(김성균)이 그래요. '너희 엄마 대학 안 나왔어. 대학 좀 안 가면 어때. 남한테 피해 안 주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면 그게 최고 아니냐'. 제가 좋아하고 공감하는 장면이에요.

    ▲정봉이가 요리연구가(집밥 봉선생)로 성공한다.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를 연상시키는데 실제 요리는 잘하나

    '남편 찾기만큼 궁금한 정봉이의 미래'라는 반응처럼 저 역시 정봉이의 미래가 궁금했어요. 정봉이가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요리연구가가 될 줄은 몰랐어요. 평소 백종원 씨가 나오는 쿡방을 즐겨 보는데 직접 뵙고 싶네요.

    자취 생활한지 10년이 넘어서 찌개, 국, 볶음 같은 음식은 직접 만들어 먹어요. 가리는 음식도 없고요. 감자튀김을 마요네즈에 찍어 먹을 만큼 마요네즈를 좋아하지만 마요네즈, 마가린, 설탕을 버무린 밥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맛이었어요. 아무도 따라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하지만 저는 그 밥을 행복한 표정으로 먹어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 했습니다.

    ▲'꽃청춘' 1화에서 음식점에 갔을 때 상당히 적극적이던데

    그때 배가 고팠어요. 나미비아가 종교적인 이유로 주말에는 대부분의 가게가 쉬어요. 마침 문을 연 패스트푸드점이 있길래 반가운 마음이 들었죠. 식탐이 많거나 먹을 것을 보고 환장하는 건 아니에요.

    배우 안재홍. 사진=황진환 기자

     

    ▲ '응팔' 이후 달라진 점은 뭔가

    무명 시절 영화사에 프로필 돌릴 때 '언제쯤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까' 싶었는데 '응팔' 이후 많이 알아봐 주니까 뿌듯해요. 그렇다고 제 생활방식이 변하진 않았어요. 모자 쓰면 못 알아 보는 분도 많고, 알아봐도 반갑게 맞아주지 저를 해치지는 않으니까 편하게 다녀요. 정말 감사하죠. 나미비아 여행할 때 (박)보검이의 영향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구호처럼 외치고 다녔어요. 원래 긍정적이고 무던한 편이지만 계속 그렇게 말하니까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연기 외 관심사는 뭔가

    친구들과 영화 보러 다녀요. 최근 유기묘를 한 마리 분양받아서 키우고 있고요. 고양이 이름은 레이첼이에요. 좋아하는 영화배우 이름에서 따왔어요.

    ▲앞으로 계획은

    지난해 찍은 영화가 상반기에 줄줄이 개봉해요. '널 기다리며'(3월, 범죄스릴러), '위대한 소원'(4월, 코미디), '가족 계획'(5월, 휴먼 코미디), '조작된 도시'(여름, 오락액션) 등이죠. 5월엔 '임금님의 사건수첩'(추리활극) 촬영을 시작해요. 이선규 선배가 임금님, 저는 사관 역을 맡았어요.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도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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