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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값 폭락해도…중간상·음식점은 '요지부동'



경제정책

    장어값 폭락해도…중간상·음식점은 '요지부동'

    [민물장어, 금값된 사연 ①]

    글 싣는 순서
    ① 장어값 폭락해도…중간상·음식점은 '요지부동'
    (계속)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장어가 국민 영양식으로 인기가 높지만 너무 비싸서 예전처럼 즐겨 먹기가 쉽지 않다. 막상 음식점에서 장어구이를 주문해 먹다 보면 양도 너무 적어 아쉽기만 하다. 그렇다고 1인분에 2만5천 원이 넘는데 호기를 부려 추가 주문하는 것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직장인 박영석(35세)씨는 "가끔 회사에서 회식을 할 경우 전에는 장어구이 집을 자주 찾았는데 이제는 너무 비싸서 아예 장어 집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왜 이처럼 장어가 귀한 몸이 됐을까? 이렇게 된 원인은 바로 중간 유통 상인과 음식점들의 비밀 거래가 한 몫하고 있다.

    ◇ 뱀장어의 비밀…해저 200m 이상 바다에서 부화 후 민물로 회귀

    장어는 크게 민물장어와 바닷장어로 나뉜다. 다시 바닷장어는 붕장어(아나고)와 샤브샤브용으로 많이 소비되는 참장어(하모), 먹장어 등으로 구분된다.

    우리가 흔히 장어구이 음식점에서 즐겨 먹는 장어는 대부분이 민물에서 자라는 뱀장어로 보면 된다.

    뱀장어는 민물에서 생활하다 10~11월에 바다로 나가 알을 낳는 특성이 있다. 이는 바다에서 자란 후 민물에서 알을 낳는 연어와 정 반대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민물장어는 주로 양식을 통해 공급된다. 새끼 실뱀장어를 바다에서 잡아 민물로 옮겨 키우는 방식이다.

    민물장어 양식의 가장 큰 고민은 부화 돼 갓 태어난 실뱀장어를 민물에서 키울 수 없다는 점이다. 뱀장어가 수심 200m 정도의 깊은 해저에서 알을 낳아 실뱀장어가 초기 이유식으로 무엇을 먹고 자라는 지 아직까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물 뱀장어 인공부화 기술은 갖추고 있지만 이렇게 해서 태어난 실뱀장어가 대부분 폐사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크게 떨어져, 결국 바다에서 자연 부화된 실뱀장어를 잡아 양식할 수밖에 없다.

    ◇ 민물장어 생산물량 늘고, 산지가격은 하락

    민물장어 가격은 바다에서 잡힌 실뱀장어 값에 따라 요동치는 구조다. 장어 소비자 가격이 사상 최대 수준까지 폭등했던 지난 2014년의 경우 실뱀장어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1마리에 7천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최근 실뱀장어가 많이 잡히면서 지난해 말에는 4천원까지 하락한 후 올해 들어선 2천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 민물장어 생산량도 크게 늘어났다. 민물장어 양식장을 전문용어로 양만장(養鰻場)이라 하는데 현재 전국에 450여개가 운영 중이다.

    광주 양만수협에 따르면, 국내 민물장어 생산량은 2014년 5,716톤에서 지난해는 9,089톤으로 무려 59%나 급증했다.

    이처럼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민물장어 유통협회가 매달 고시하는 양만장 산지 출하가격도 4미(4마리 1kg) 기준 2014년 평균 4만5천에서 올해는 3만3천원으로 27%나 하락했다.

    ◇ 장어구이 소비자 가격은 요지부동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민물장어 소비자 가격, 특히 장어구이 음식점 가격은 크게 변한 게 없다. 이렇게 된 원인은 유통 구조가 심각하게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민물장어 유통 구조는 양만장에서 양식된 장어를 중간 유통 상인들이 매집해서 음식점 등에 공급하는 아주 단순한 구조다.

    양만수협에 따르면, 산지 고시가격이 4미 기준 4만 5천원에 달했던 지난 2014년의 경우, 중간 상인들이 음식점에 넘기는 가격은 5만 원 정도 했다. 마진율이 11% 정도 됐다.

    하지만, 산지 가격이 3만 3천원까지 떨어진 올해에는 중간 상인들이 음식점에 3만 7천원대에 넘긴다. 마진율이 12%로 오히려 조금 높아졌다.

    또한, 장어구이 음식점들은 2014년 당시 1인분 250g 기준 3만 원 정도를 받았는데, 올해에도 2만 5천~3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민물장어 산지 출하가격이 27%나 폭락했지만, 음식점가격이 변하지 않은 것은 중간 유통 상인과 음식점들이 그만큼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어구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석구(62)씨는 "장어 값이 올랐던 2014년 당시에는 음식점들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산지 출하가격이 하락하면서 일부 중간 상인과 음식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양만수협 박영철 경제상무는 "최근 양만장에 민물장어가 넘쳐나다 보니 어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생산원가 이하로 출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또 "이렇게 된 원인은 현재 뱀장어의 경우 99% 이상이 위판장 밖에서 거래돼 소수의 중간상인이 가격과 거래정보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난 2013년부터 장어 값이 오르건 내리건 상관없이 생산자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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