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코글란' 지난해 9월 18일 시카고 컵스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태클에 골절상과 인대 파열 등 중상을 입고 쓰러진 피츠버그 강정호.(사진=메이저리그 홈페이지 캡쳐)
메이저리그(MLB)에서 뼈를 부러뜨리는 이른바 '살인 태클'을 제재하는 '강정호 룰' 도입이 확정됐다. 지난해 강정호(29 · 피츠버그)의 희생으로 촉발돼 제정된 규정인데 공교롭게도 가해자는 다른 리그로 이적했다.
MLB 사무국은 26일(한국 시각) 2016시즌부터 적용될 새 규정을 발표했는데 거친 태클에 대한 제재가 포함됐다. MLB 홈페이지(MLB.com)는 "더블 플레이를 막기 위한 합법적으로 플레이되던 야수를 향한 슬라이딩이 올해부터 금지된다"고 전했다.
야구규칙 6.01(j) 항은 '주자는 선의의 슬라이딩(bona fide slide)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며 '①그라운드에 몸이 닿은 상태에서 슬라이딩을 시도한다 ②손이나 발이 베이스를 닿는 범위에서 슬라이딩을 시도한다 ③슬라이딩이 끝나면 베이스를 점유해야 한다'는 세부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④야수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방향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세부 내용을 담았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수비방해 판정을 받는다.
지난해 강정호와 루벤 테하다(뉴욕 메츠) 등의 골절상을 유발한 슬라이딩 태클을 막자는 취지다. MLB 사무국이 선수 노조와 새 규정 도입에 합의한 뒤 이날 세부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그동안 MLB는 살인 태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강정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18일 강정호는 시카고 컵스와 홈 경기에서 유격수로 나와 1회 2루수의 토스를 받아 1루로 송구하는 과정에서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태클에 쓰러졌다. 코글란의 오른 다리에 걸린 강정호는 왼쪽 무릎 내측 측부 인대 및 반열판 파열, 정강이뼈 골절상을 입어 시즌 아웃됐다.
▲韓日 내야수 쓰러뜨린 코글란, AL 이적공교롭게도 이른바 '강정호 룰' 도입이 확정된 날 가해자의 이적 소식도 들렸다.
시카고 컵스에서 오클랜드로 이적한 크리스 코글란.(자료사진=메이저리그 홈페이지)
CBS스포츠 등 현지 언론들은 이날 코글란의 오클랜드 이적 소식을 전했다. 우완 아론 브룩스와 1대1 트레이드를 통해서다.
그러면서 강정호는 올 시즌 코글란과는 대면하지 못하게 됐다. 코글란이 피츠버그가 소속된 내셔널리그를 떠나 아메리칸리그로 떠난 까닭. 올 시즌 피츠버그는 오클랜드와 인터리그 경기도 없다.
코글란의 이적이 한 시즌만 먼저 이뤄졌어도 강정호가 쓰러지진 않았을 터. 코글란은 강정호에게 부상을 안기고 떠난 셈이 됐다. 당시 코글란은 "완벽하게 룰 안에서 이뤄진 플레이였고, 강정호가 점프를 하지 않아서 부딪혔다"고 해명했다.
코글란은 지난 2009년에도 일본인 내야수 이와무라 아키노리(당시 탬파베이)에게도 태클을 해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안긴 바 있다. 당시 코글란은 클럽하우스까지 찾아와 "더 이상 다시 누군가에게 부상을 입히고 싶지 않다"고 사과한 바 있다. 그럼에도 강정호에게 또 부상을 입혔던 코글란이다.
다만 강정호는 불운을 겪었으나 새 규정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전혀 무의미한 희생은 아니었다. 강정호를 계기로 MLB에서 살인 태클을 규제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더욱 높아져 결국 규정까지 마련된 까닭이다.
새 규정에 대해 강정호는 "더블 플레이 상황에서 선수들을 보호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과연 코글란이 아메리칸리그에서는 태클을 자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