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김무성의 역습, 허 찔린 친박계



국회/정당

    김무성의 역습, 허 찔린 친박계

    선거구 '一石三鳥'…'이한구' 국면 전환, 경선 무력화 일축, 독자행보 시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협상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왼쪽 입술은 부르터있다. 이는 최근 공천 정국에서 김 대표가 처한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회자돼 왔다.

    스스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로 김 대표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놓여 있었다.

    ◇ 이한구의 등장, 김무성의 초조

    당 공천제도특위에서 100% 상향식 공천을 관철시킨 기쁨도 잠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공관위원장)의 등장으로 흐름은 급변했다.

    친박계의 '이한구' 카드의 임팩트는 엄청났다. '불도저'란 별명답게 이 위원장은 공천 판도를 순식간에 뒤흔들어 놓았다.

    '월급쟁이·양반집 도련님' 같은 저(低)성과 현역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선언은 당은 발칵 뒤집혔다. 강도 높은 자격심사와 광역시·도별 우선추천지역 의무배정 등은 친박계의 '전략공천' 시도로 치환되며 김 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

    격노한 김 대표는 '공관위 폐쇄', '위원장 해임', '공천장 날인 거부' 등으로 "용납않겠다"고 경고했지만, 이 위원장은 "당 대표도 공천을 안준 적이 있다"며 눈도 꿈쩍 않았다. 친박계 지도부도 협공에 나섰다.

    ◇ 김무성의 역습, 내부 조율 없이 선거구획정 합의

    김 대표는 구석에 몰린 듯했다. 당내에서는 친박 승리의 예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특정인사들을 지목한 살생부 소문까지 돌았다.

    그런데 김 대표가 움직였다. 서청원 최고위원과의 공개설전 다음날인 19일 김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홀로 찾아가 29일 선거구획정안 처리에 합의했다.

    이어 23일에는 정의화 국회의장, 김종인 대표와 만나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 획정기준에 최종 합의했다. 11개월을 끌며 선거구 실종 사태까지 초래한 협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김 대표는 그러나, 이날 합의와 관련해 원내지도부와 사전 협의를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합의 직후 김 대표와 사전 협의나 청와대와 조율 여부를 묻는 CBS노컷뉴스 기자의 질문에 "말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다른 원내 관계자도 "미리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원내 교감이 없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야기가 다 잘 됐다"는 말만 남긴 채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설연휴를 앞두 지난 2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복주머니 던지기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김무성의 일석삼조(一石三鳥)

    당내에선 이번 선거구획정 합의를 김 대표의 '승부수'로 읽고 있다. 여기엔 '일석삼조(一石三鳥)'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우선 공천 정국에서 국면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한구'라는 칼날을 앞세워 친박계는 '새로운 인재영입을 통한 이기는 공천'을 명분으로 현역 물갈이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여기에 선거구획정 지연이 겹치면서 친박의 '전략공천'의 주장에는 갈수록 힘이 실리는 추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선거구획정' 변수를 제거함으로써 물살을 돌려놓을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다음으로 친박계의 경선 무력화 시도를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친박계는 선거구획정 지연으로 경선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경선 최소화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합의로 새누리당 경선은 예정대로 다음달 4일부터 실시될 수 있게 됐다.

    끝으로 김무성판(版) '대도무문'(大道無門, 큰 도리나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그동안 김 대표는 친박계·청와대와 공천내전을 치르면서 '오픈프라이머리'→'안심번호 국민공천제'→'상향식 공천'으로 고비마다 한 발씩 후퇴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고개 숙인 무대(무성대장)', '양치기 무대'라는 조소어린 표현으로 김 대표의 날개가 꺾여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 합의로 49일 앞으로 총선과 포스트 총선에서의 독자행보 의지의 일단을 내보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허 찔린 친박의 반발

    친박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친박 핵심인사는 "왜 당 대표가 협상의 주체인 원내대표를 제치고 합의를 해주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법안 처리를 호소했는데 테러방지법에 대한 더민주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로 결국 아무 것도 얻은 게 없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원내지도부에 대해서도 "허를 찔리고 후속 대응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김 대표와 원내지도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하지만 23일로 마지노선을 넘긴 만큼 선거구획정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청와대는 이날 김 대표의 합의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김무성의 '마이 웨이' 선언이냐 또 한번의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이냐, 그 답과는 상관없이 선거구획정이 김 대표의 '반전의 카드'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